2026-07-28 온라인뉴스팀

페루산 앙초베타 생산량 40% 급감에 어분 가격 역대 최고치 돌파… 5,000억 달러 규모 글로벌 양식 산업 연쇄 타격 및 연어·새우 등 수산물 물가 대폭등 예고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세계 원자재 시장과 식량 공급망이 전례 없는 수급 불균형에 직면하면서 전 지구적 식량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양식업과 수산물 유통 생태계의 최하단을 받치고 있는 ‘멸치(Anchovy, 특히 남미산 앙초베타)’의 수급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연간 5,000억 달러(한화 약 690조 원) 규모에 달하는 글로벌 양식산업 전체가 거대한 충격파에 휩싸이고 있다. 원유나 곡물 등 대형 원자재 시장의 혼란에 비견될 만큼 심각한 이번 ‘멸치 파동’은 수산물 사료 가격의 폭등을 유발하며 마트에서 판매되는 연어, 새우, 농어 등 대표적인 양식 수산물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치솟게 만들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파동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남미 페루와 칠레 등 남태평양 해역을 기습한 강력한 엘니뇨(El Niño) 현상이다. 기상 기구들이 공식 선언한 2026년의 엘니뇨는 현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수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적도 인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켰다.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해류의 차가운 용승 현상이 약화되었고, 이는 멸치 등 소형 어류의 주요 먹이인 플랑크톤과 영양염류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다. 영양 공급이 끊긴 남미 앙초베타 어군이 해체되거나 서식지를 이탈하면서 어획량이 괴멸적인 수준으로 폭락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일 어종 어획량이 많은 페루는 세계 멸치 어분(Fishmeal) 및 어유(Fish Oil)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이른바 ‘멸치계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린다. 인근 에콰도르와 칠레의 어획량까지 합산할 경우 이들 남미 3개국이 전 세계 어분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수온 상승으로 인해 성어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어린 치어의 비율이 급증하자, 페루 정부는 수산 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 멸치 어획 쿼터를 전년 대비 36% 대폭 감축하고 무기한 조업 금지령을 내리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 같은 조업 금지 및 어획량 감소는 글로벌 어분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외신 및 수산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어분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에서 최대 40%까지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세계 인구 증가와 건강식 선호 추세로 인해 양식 수산물에 대한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이에 따라 도매 시장에서 어분 가격은 폭등세를 거듭하여 톤당 2,990달러를 돌파,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불과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80% 이상 폭등한 수치로, 사료 비용의 비중이 절대적인 양식 농가들에게 치명적인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멸치가 이토록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수산 양식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흔히 식도락가들의 감칠맛 재료나 단순한 식재료로 여겨지는 멸치는, 실제로는 양식 어류의 고단백 고영양 사료로 가공되어 세계 수산업을 받치는 핵심 뿌리 역할을 한다. 약 100kg의 원어 상태 멸치를 건조하고 분쇄하면 약 21kg의 어분과 2~6kg의 어유가 추출되는데, 이는 양식 연어, 농어, 도미, 새우, 굴 등 고급 어패류는 물론 돼지와 가금류 등 축산업의 사료로 필수적으로 투입된다. 사료의 핵심 원료 공급이 막히면서 양식업체들은 어류 출하량을 줄이거나 사료 공급을 감축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조만간 최종 소비자 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어분 고갈에 따른 대체 사료 개발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두(콩) 단백질이나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어분을 일부 대체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어분이 제공하는 고유한 아미노산 조성과 오메가-3 지방산 등 필수 영양소를 완벽히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식물성 사료의 비중을 높일 경우 어류의 성장 속도가 크게 더뎌지고 수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웰빙 식품으로서 연어가 가지는 오메가-3 함량이 급감하여 상품성이 떨어지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산업계에서는 어분 대체재의 한계로 인해 단기적으로 사료비 증가 충격을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이러한 수급 난조의 파장은 향후 1~2년 내에 전 세계 소비자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시장 가치가 높은 양식 어종인 연어의 경우, 사료비 폭등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2027년까지 도매 및 소비자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1980년대 킬로그램당 8달러 수준에서 양식 기술의 발달로 2000년대 초반 킬로그램당 2.50달러까지 떨어지며 대중화되었던 연어 가격은 이미 킬로그램당 10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번 멸치 파동으로 인해 향후 20%에서 25% 이상 추가 폭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남태평양 해역의 기후 이상으로 시작된 ‘작은 물고기’의 비명이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 가격표를 바꾸고, 월스트리트 금융 시장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물가 안정 정책에까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1990년대 평균 14.3kg에서 2024년 21.3kg으로 급증하며 수산물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가 초래한 생태계 불균형이 식량 공급망 전체를 흔드는 ‘어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멸치 파동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닌, 글로벌 산업 및 가계 경제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현실적인 파국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 역시 수산물 수급 불균형과 물가 상승 압력에 대비해 대체 사료 기술 개발 지원, 공급망 다변화, 자원 보존을 위한 국제 협력 등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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