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8 온라인뉴스팀

포화된 가전 시장 넘어 ‘공간 비즈니스’로 확장…공장에서 가전·스마트홈 시스템 통째로 빌트인, 4조 원 규모 모듈러 주택 시장 선점 경쟁 가열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국내가전업계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의 개별 가전제품 판매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주거 공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삼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사는 건축 구조물의 상당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사전 제작) 주택’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며, 미래 스마트홈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면전에 돌입했다. 가전제품의 경쟁 무대가 안방과 거실을 넘어 ‘집 한 채’라는 공간 단위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가전 시장의 포화 상태에 따른 성장 한계 돌파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술의 융합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냉장고, 세탁기, TV 등 단품 위주의 가전 판매만으로는 더 이상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전 기업들은 AI 기술과 스마트홈 서비스를 실제 주거 공간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최적의 접점으로 모듈러 주택을 선택했다. 소비자가 입주하는 순간부터 별도의 가전 구매나 복잡한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 설정 없이 곧바로 고도화된 AI 홈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후발주자로 나선 삼성전자는 최근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인 ‘공간제작소’와 손을 잡고 경기도 화성에 ‘삼성 AI 모듈러 홈’ 솔루션 쇼룸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설계 단계부터 자사의 최신 AI 가전과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주택 구조와 완벽히 통합하는 것이다. 모듈러 주택은 레고 블록처럼 공장에서 건축 구조물의 70~80% 이상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송하여 조립하는 최첨단 공법이다. 공장에서 대부분의 공정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완성하기 때문에 전체 공사 기간이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약 180일)의 절반 수준인 90일 내외로 크게 단축된다. 이 과정에서 가전제품의 배선과 위치가 설계 단계부터 완벽하게 반영되어 모든 AI 가전이 빌트인 형태로 깔끔하게 매립되는 이점을 가진다. 소비자는 입주 후 별도의 가전 구매나 IoT 네트워크 설정 과정 없이 곧바로 고도의 AI 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설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단독주택 거주자들의 주요 고충인 보안과 화재, 그리고 누수 및 에너지 비용 문제를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조사에 따르면 단독주택 거주자의 약 75%가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으로, 이들은 외부 침입이나 화재, 누수 등 주거 안전 위험과 높은 에너지 비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어캠과 홈캠을 활용해 외부 침입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전문 보안 업체의 긴급 출동 서비스와 연계하는 지능형 안전 시스템을 전격 구축했다. 또한 집안 곳곳에 배치된 센서가 화재나 누수를 초기에 감지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알림을 보내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했다. 친환경 에너지 효율 역시 독보적인 강점으로 내세웠다.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보일러 방식 대비 난방비를 최대 53%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60%까지 줄였으며, 스마트싱스의 ‘AI 에너지 모드’를 활성화하면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전력 소비를 최대 60%까지 추가로 절감할 수 있어 단독주택의 고질적인 관리비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이에 맞서는 선두주자 LG전자는 지난 2024년 모듈러 주택 브랜드인 ‘스마트코티지’를 처음 선보인 이후, 지속적인 영토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사용 면적을 한층 넓히고 평당 가격을 기존 모델 대비 최대 76%까지 대폭 낮춘 20평대 단층형 신제품 2종(‘모노 코어 72’ 및 ‘모노 코어 82’)을 출시하며 대중화에 박차를 가했다. LG 스마트코티지는 식기세척기, 인덕션, 워시타워 등 프리미엄 가전이 기본 탑재될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AI 홈 허브인 ‘씽큐 온(ThinQ On)’을 중심으로 주거 공간 전체를 제어한다. 사용자는 일상적인 언어로 주거 공간 내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고 가전의 상태를 관리할 수 있어 스마트홈의 편리함을 극대화했다.

LG전자는 탁월한 에너지 자립률을 무기로 전원주택이나 세컨드하우스 수요뿐만 아니라 기업 연수원, 숙박시설 등 기업간거래(B2B)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 김제에 설치된 LG 스마트코티지 모델은 에너지 자립률 120%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 프리패브(Prefab) 건축물 중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최고 등급인 ‘ZEB 플러스’ 인증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초기 1억 원대 후반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1억 원대 초반의 실속형 8평 모델까지 라인업을 다각화하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가전제품의 고도화된 하드웨어 기술과 친환경 공조 솔루션이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약 4조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고, 오는 2034년까지 연평균 약 24%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축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공법이라는 점과 엄격해지는 건설 안전 규제 속에서 균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모듈러 주택의 가치는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글로벌 탑티어 가전 기업들의 AI 홈 솔루션이 더해지면서, 이제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나 주거 공간을 넘어 ‘스마트 주거 플랫폼’이자 ‘하나의 거대한 가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단독주택을 넘어 오피스, 공동주택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가전업계 양강의 공간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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