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8 온라인뉴스팀
프랑스·스페인·영국 등 사상 최악 폭염에 인명 피해 속출…역사적 저수요·노후 석조 건축물 구조·까다로운 행정 규제와 탄소중립 정책이 냉방 설비 확산 발목 잡아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여파로 유럽 대륙이 연일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화려한 도시 외관 뒤에 숨겨진 심각한 냉방 인프라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서유럽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열사병 등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기후재앙에 대응해야 할 최소한의 방어선인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턱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유럽 국가들이 정작 극심한 기후 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현재 유럽 주요국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평균 2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에어컨 보급률이 90%에 달하는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수치다. 현대적인 냉방 설비가 없는 대다수의 유럽 시민들은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 속에서 고작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하거나, 얼음팩을 몸에 대고 찬물 샤워를 반복하는 등 원시적인 방식으로 간신히 버텨내고 있다. 파리 에펠탑 인근의 트로카데로 분수대나 영국 브래드퍼드의 시티 파크 등 도심 속 공공 분수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을 식히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가마솥더위가 장기화되면서 유럽 각지에서는 대규모 전력 마비 사태인 정전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뜨거운 열기로 인해 선로가 휘어질 위험이 커지면서 열차 운행이 전격 취소되거나 일선 학교들이 임시 휴교령을 내리는 등 사회적·경제적 인프라 마비 현상까지 동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에어컨 보급이 이토록 지연된 원인에 대해 복합적인 역사적, 구조적 배경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로 꼽히는 원인은 역사적으로 냉방 수요 자체가 매우 저조했다는 점이다. 과거 유럽의 여름은 비교적 선선하고 건조하여 에어컨 없이도 충분히 쾌적한 생활이 가능했다. 간혹 찾아오는 폭염 역시 며칠 내에 지나가는 단발성 현상에 그쳤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주택에 냉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로 인해 유럽의 전통적인 건축물들은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보다는 길고 추운 겨울철 내부 열을 보존하는 ‘단열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되었다. 특히 벽돌과 대리석, 석조 중심의 유럽 건축물들은 낮 동안 강렬한 햇빛을 받으면 그 열기를 고스란히 흡수해 내부에 가두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외부 기온이 내려가는 밤 시간대에도 실내 온도가 떨어지지 않고 마치 찜질방 같은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노후화된 건축 구조와 이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이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대도시의 주거 건물들은 에어컨이라는 가전제품이 발명되기 훨씬 이전에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조적으로 중앙 집중식 냉방 배관을 새로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설령 설치를 추진하더라도 건물 전체의 뼈대를 건드려야 하므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공사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개별 실외기를 설치하는 것 또한 녹록지 않다. 건물의 외벽이 노후화되어 실외기의 무게를 견디기 어렵거나, 고질적인 전기 요금 부담도 에어컨 설치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에너지 및 전기 요금이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로,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에너지 비용은 더욱 폭등했다. 에어컨을 구입하더라도 막대한 누진세와 전기 요금 폭탄이 두려워 선뜻 기기를 가동하지 못하는 가구가 부지기수다.
세 번째로는 엄격한 행정 규제와 대외적인 환경 정책 기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의 많은 지자체들은 역사적 경관과 도시의 미관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물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를 노출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문화재 보호 구역이나 역사적 가치가 높은 지구에서는 외벽 타공이나 실외기 부착 허가를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며, 이웃 주민들 간의 소음 및 응축수 유출 문제로 인한 법적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2050 탄소중립(넷제로)’ 목표와 환경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역시 에어컨 확산의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어컨은 가동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화학 냉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부 정치권과 환경 단체들은 공공기관이나 일반 주택에 대한 에어컨 설치 확대를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반환경적 조치’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에어컨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라는 불가항력적인 대재앙 앞에 유럽 사회가 고수해 온 오랜 전통과 환경적 이상주의는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탄소 배출 규제와 도시 미관 유지가 정작 폭염이라는 즉각적인 생존 위협 앞에서 자국 시민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 현상이 매년 더 잦아지고 강력해질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경고가 지배적인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기존의 보수적인 건축 규제와 행정 절차를 완화하고 냉방권을 인간의 기본적 생존권으로 인정하는 정책적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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