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30 온라인뉴스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과 우려 속 찬반 여론 팽팽… 인권 침해 및 표현의 자유 위축 대 성가족 가치 및 전통문화 수호 논란 격화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아프리카 가나 의회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월 29일 성소수자(LGBTQ+) 활동과 정체성 자체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간의 성적 권리 및 가나 가족 가치 법안(Human Sexual Rights and Family Values Bill)’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 통과는 서아프리카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권 단체와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가나 내부에서도 보수적 종교·문화적 가치 수호라는 명분과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뜨거운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가나 현지 유력 언론인 그래픽 온라인(Graphic Online)을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단순히 성소수자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등 성소수자임을 밝히거나 그러한 정체성을 대중 앞에 드러내기만 해도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번 법안의 통과는 수년 동안 지속되어 온 가나 내 성소수자 권리 논쟁의 법적 쟁점 중 가장 강력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사실 가나는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져 온 형법 제104조에 따라 ‘부자연스러운 육체적 교섭’이라는 명목으로 남성 간의 동성애 관계를 이미 처벌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기존의 법적 테두리를 훨씬 뛰어넘어,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사회적 활동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도가 담겨 있다. 법안 세부 내용에 따르면 성소수자 행위를 하거나 정체성을 표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뿐만 아니라, LGBTQ+ 관련 단체를 조직하거나 후원하는 행위,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대중적으로 홍보·지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10년의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는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는 인권운동가, 언론인, 심지어 이들을 지원하는 의료진과 가족들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여 현지 시민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가나 정치권 내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한 지지 세력이 두터운 편이다. 법안을 주도하고 찬성표를 던진 가나 국회의원들은 동성애가 가나의 전통적인 가족 가치와 기독교·이슬람교 등 종교적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해 왔다. 가나 의회의 다수당과 야당 의원들은 “이번 법안은 외부 세력이 가나에 서구의 가치관을 강요하려는 시도로부터 우리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과 도덕적 전통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주권 행사”라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마하마 아이야리가(Mahama Ayariga)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은 지난해 취임한 존 드라마니 마하마(John Dramani Mahama) 대통령이 조만간 이 법안에 최종 서명하여 공식 법률로 공포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4년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으나, 당시 나나 아쿠포아도(Nana Akufo-Addo) 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압박과 인권 후퇴에 대한 우려로 서명을 거부하며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새로 집권한 마하마 대통령은 성소수자 규제에 대해 보다 강경하고 호의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이번에는 법제화가 최종 완료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반면 국제사회와 인권 단체들은 이번 법안이 가나의 민주주의와 인권 지형을 심각하게 퇴보시키는 가혹한 법안이라며 일제히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와 국제앰네스티 등은 성명을 통해 “단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옥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인 평등권, 비차별 원칙, 표현의 자유, 그리고 사생활의 권리를 전면 부인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정당화되어 이들을 향한 사적 제재나 폭력, 혐오 범죄가 급증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유엔(UN)을 비롯한 국제기구들 역시 가나가 비준한 국제 인권 조약 및 아프리카 인권 헌장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며 가나 정부가 국제적 기준과 인권 보장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번 법안 통과는 가나의 경제적 고립과 대외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국들과 세계은행(World Bank)을 비롯한 국제 금융 기구들은 과거 유사한 반성소수자법을 통과시켰던 우간다에 대해 차관 제공을 중단하거나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가한 전례가 있다. 현재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를 겪으며 대외 원조와 국제 통화 기금(IMF) 등의 재정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가나의 입장에서, 이번 법안 강행은 국가 신인도 추락과 경제적 타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의 일부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경제 전문가들은 “문화 수호라는 명분 이면에 가나가 직면하게 될 외교적 파장과 경제적 손실이 너무나 크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가나의 성소수자들과 인권 옹호 단체들은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법적 투쟁과 국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가나의 성소수자 권리 운동가들은 “법안이 최종 공포된다면 가나 내 성소수자들은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채 지하로 숨어들 수밖에 없으며, 공공보건 서비스나 교육, 고용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호소했다. 이들은 가나 대법원에 해당 법안의 위헌성을 제기하는 소송을 준비하는 등 마지막 법적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 여론이 지배적인 가나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사법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동성애를 엄격히 처벌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가나 의회의 이번 결정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인권 향방과 보수-진보 간의 가치관 대립을 격화시키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대통령의 서명 여부와 사법부의 판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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