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4 온라인뉴스팀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국채 금리 급등 속 중소기업 연쇄 디폴트 위기 확산…아폴로·블랙스톤 등 대형 자산운용사 실적 감지등에 ‘빨간불’, 투자자 자금 회수 움직임에 자본시장 긴장감 최고조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숨은 핵’으로 떠올랐던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에 본격적인 경고등이 켜졌다. 전통적인 은행 대출의 대안으로 급성장하며 중소·중견기업들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사모신용 시장이 최근 지속된 고금리 기조와 미국 국채 금리의 폭등세를 버티지 못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부도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압박이 기업들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으며, 향후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한 자본시장 전반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지난 12개월간 미국 사모신용 시장의 부도율(U.S. Private Credit Default Rate)은 6.0%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달인 3월의 5.7%에서 상당 폭 상승한 수치일 뿐만 아니라, 피치 레이팅스가 관련 지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추적하기 시작한 2024년 8월 이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단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0건의 대규모 디폴트 이벤트가 새로 발생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만기 연장을 정상적으로 해내지 못하고 채무 조건을 강제로 유예하거나 조정해야 했던 ‘스트레스성 만기 연장’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모신용 부실화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미국 채권시장의 발작과 그에 따른 차입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꼽힌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수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자극받으면서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5.2% 선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모신용 펀드들이 집행하는 대출은 대개 국채 금리나 시장 기준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하는 변동금리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 금리의 상승은 고스란히 차입 기업들의 이자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출을 차환(리파이낸싱)해야 하는 기업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은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이를 견디지 못한 한계 기업들이 연이어 무릎을 꿇고 있는 형국이다.
월가의 베테랑 전문가들도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웨스트우드 캐피탈(Westwood Capital)의 경영 파트너인 댄 알퍼트(Dan Alpert)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채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로 가뜩이나 신경질적으로 변한 금융시장 내에서 기업들의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현재의 사모신용 시장 부실에 대해 “거시경제적 악재라는 외부 요인과 사모신용 대출 자체의 구조적 신용 취약성을 서로 분리해서 보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고금리 환경이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이번 부도 사태는 기업의 규모와 업종에 따라 극심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피치 레이팅스의 세부 데이터를 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기업들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상립자본·이자·세금·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500만 달러 이하인 소형 차입자들의 경우 부도율이 무려 15%를 웃돌며 시장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업종별로는 소비재 부문이 11.1%의 높은 부도율을 유지하며 가장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고, 뒤를 이어 산업 및 제조업 부문의 부도율이 직전 달 5.9%에서 9.1%로 가파르게 치솟으며 새로운 뇌관으로 부각됐다. 헬스케어 제공업체 섹터 역시 부도율이 7.0%에 달해 고비용 구조와 규제 압박 속에서 중소 병원 및 의료 법인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사모신용이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던 소프트웨어 및 기술 기업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업계 대전환기를 맞아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며 디폴트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사모신용 자산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그간 높은 수익률을 쫓아 사모신용 시장으로 막대한 자금을 밀어 넣었던 기관 투자자들의 태도도 급변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상장 사업개발회사(BDC) 등 사모신용 관련 펀드에서의 자금 환매(Redemption) 요청 규모가 신규 펀딩 자금 모집액을 넘어서는 이른바 ‘자금 순유출’ 현상이 본격화되었다. 이로 인해 관련 시장의 성과를 나타내는 스탠거 NL BDC 토털 리턴 지수(Stanger NL BDC Total Return Index)는 지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큰 충격을 주었다.
에스앤피 글로벌(S&P Global)이 최근 발간한 분석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시장의 냉기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블랙스톤(Blackstone), 칼라일 그룹(The Carlyle Group), 케이케이알(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 및 사모신용 시장을 주도하는 4대 자산운용사들의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분석한 결과, 향후 시장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감정과 시장 센티먼트 지수가 수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가 강하게 반영되면서 KKR의 경우 올해 1월 1일부터 5월 초순까지의 총수익률이 -19.4%를 기록,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가 8.5% 상승한 것과 비교해 엄청난 어닝 쇼크와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 블랙스톤 역시 사모신용 포트폴리오의 손실 위험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일부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번 사모신용 시장의 부도율 급증이 단기적으로 전체 금융 시스템의 붕괴나 대공황 같은 시스템적 위기(Systemic Risk)로까지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공포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사모신용 자산의 약 80% 이상은 연기금, 보험사, 국부펀드 등 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 은행의 ‘뱅크런’처럼 한꺼번에 자금이 빠져나가 자산의 강제 매각을 촉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모신용 펀드들이 투자금 환매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폐쇄형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완충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최근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 역시 사모신용 분야의 비은행 금융기관(NBFI)들과 전통적 시중은행 간의 연계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부실 확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하 기조가 뚜렷해지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어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사모신용 시장의 한계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소리 없는 부도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이는 결국 글로벌 경기 둔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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