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5 온라인뉴스팀

‘림(Ream) 해군기지’ 둘러싼 中 군사 거점화 의혹 불식 및 대미 관계 개선을 통한 서방 투자 유치 노림수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동남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친중(親中) 맹방’으로 꼽히며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전략적 교두보 역할을 해왔던 캄보디아가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 및 안보 대화 재개를 추진하며 외교·안보 다변화에 나섰다. 지난 수년간 중국의 막대한 차관과 인프라 투자를 흡수하며 사실상 중국의 영향권에 완전히 편입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캄보디아가, 2017년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미국과의 군사 훈련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지형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홍콩 유력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마리아 시오우(Maria Siow) 기자의 분석 기사 ‘친밀한 대중 관계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가 미국과의 군사 훈련을 재개하려는 이유(Why Cambodia is reviving US military drills despite close China ties)’를 통해, 훈 마넷(Hun Manet)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 신정부가 워싱턴과의 군사적 접점을 다시 넓히려는 배경과 전략적 계산을 집중 조명했다. 캄보디아는 2010년부터 미국과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앙코르 센티넬(Angkor Sentinel)’을 실시해 왔으나, 2017년 국내 정치적 이유와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비판 등을 이유로 이를 전격 취소한 바 있다. 이후 캄보디아는 중국과의 ‘금룡(Golden Dragon)’ 합동 훈련에만 매달리며 군사적으로 완벽한 대중 밀착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 38년간 철권통치를 펼쳤던 훈 센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장남 훈 마넷 총리가 공식 취임하면서 프놈펜의 외교 기조에 실용주의적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훈 마넷 총리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서방 유학파 엘리트 장성 출신이다. 서방의 군사 교리와 정치·경제 시스템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는, 부친 세대의 이념적 반서방 노선에서 탈피해 국익 중심의 실리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캄보디아가 미국과의 군사 협력 재개에 나선 가장 결정적인 배경 중 하나는 타이만 연안에 위치한 ‘림(Ream) 해군기지’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안보 불신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림 기지는 중국의 전폭적인 무상 원조와 자금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현대화 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중국 해군 호위함들이 수개월간 상시 정박하며 사실상 중국 전용 군사기지로 탈바꿈했다는 서방의 거센 비판과 경제 제재 압박을 받아왔다. 림 기지가 중국의 남중국해 및 말라카 해협 통제를 위한 거점으로 전락할 경우 미국과의 정면충돌은 물론 아세안(ASEAN)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마저 파탄 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미국과의 군사 대화 및 훈련 재개를 통해 “림 기지는 헌법에 따라 외국군의 영구 주둔을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국가에 개방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증명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절박함도 작용했다. 중국의 ‘일대일로(BRI)’ 프로젝트를 통해 시아누크빌 등지에 대규모 카지노와 리조트, 도로가 건설됐으나, 최근 중국 본토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둔화로 대중국 투자가 급감하면서 미완공 건물들이 흉물로 방치되는 등 캄보디아 경제는 심각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캄보디아 의류·신발·가죽 제품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핵심 무역 흑자국이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대중국 종속과 인권 문제를 이유로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연장 등 무역 혜택을 제한할 조짐을 보이자, 군사적 긴장 완화를 지렛대 삼아 대미 경제 관계를 정상화하고 서방 기업들의 직접투자(FDI)를 유치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한 이는 아세안 내에서 캄보디아의 독자적 외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헤징(Hedging, 위험 분산)’의 일환이다. 과거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아세안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며 아세안 내부의 분열을 야기하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라는 오명을 썼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국들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며 실익을 챙기는 가운데, 캄보디아 역시 지나친 대중국 외교 종속을 탈피하고 다자주의적 균형을 회복해야만 지역 내 외교적 입지와 발언권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캄보디아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반가운 전략적 기회다.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해양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혔던 캄보디아를 다시 서방의 안보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임으로써, 중국의 독점적 군사 영향력을 견제하고 역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캄보디아의 이번 행보가 중국과의 동맹을 완전히 파기하고 친미로 돌아서는 ‘전면적 외교 전환(Pivot)’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경제와 군수 지원의 절대량을 여전히 베이징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상,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정교한 ‘줄타기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캄보디아의 대미 군사 훈련 재개 추진은 미·중 패권 전쟁의 한복판에 선 동남아 소국이 생존과 실리를 도모하기 위해 선택한 필연적인 외교적 진화로 풀이된다. ‘중국의 맹방’이라는 확고한 현실 위에서 서방을 향해 조심스러운 화해의 손짓을 건넨 훈 마넷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가, 과연 대중국 종속의 굴레를 벗겨내고 국가 경제와 안보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전 세계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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