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6 온라인뉴스팀

미 공군의 B-1B ‘랜서’ 폭격기를 러시아의 Tu-160 ‘백색 백조’와 혼동해 만든 ‘죽음의 백조’라는 황당한 오보 수식어가 수년째 정정 없이 언론에 무분별하게 답습되며 국방·군사 보도의 심각한 매너리즘과 팩트체크 부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미 공군의 핵심 전략 자산이자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Lancer)’가 한반도에 전개될 때마다 국내외 언론 헤드라인을 도배하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있다. 바로 ‘죽음의 백조’다. 그러나 이 수식어는 군사적 사실이나 미군의 공식 명칭과 완전히 동떨어진 대표적인 오보이자 미디어의 자의적 픽션에 불과하다. 군사 및 전문 라이터 JSF를 비롯한 국방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B-1B를 ‘죽음의 백조’라 부르는 보도행태가 명백한 오류임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으나, 언론매체들은 비판을 외면한 채 자극적이고 언어적 쾌감을 주는 수식어를 수년째 맹목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별칭의 해프닝을 넘어, 현대 언론의 고질적인 팩트체크 부실과 자극적 옐로 저널리즘, 그리고 기사 복사 및 베껴쓰기 폐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병리적 사례로 꼽힌다.

‘백조’라는 별칭의 진짜 주인은 미군의 B-1B가 아닌 러시아 공군의 초음속 가변익 전략폭격기 ‘투폴레프 Tu-160(Tupolev Tu-160)’이다. Tu-160은 핵폭발 시 발생하는 강력한 열선과 빛을 반사하기 위해 기체 전체를 눈부신 흰색으로 도장한 데다, 유선형의 아름다운 기체형상과 가변익 날개가 마치 우아하게 날아오르는 백조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러시아 조종사들과 조향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백색 백조(Белый лебедь, Belyy Lebed)’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다. 나토(NATO)코드명은 ‘블랙잭(Blackjack)’이지만, 적국조차 그 우아한 외형을 인정해 ‘백조’라는 상징성을 인정한 기종은 오직 러시아의 Tu-160뿐이다.

반면 미 공군의 B-1B 폭격기는 외형부터 성능, 운용 목적에 이르기까지 백조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B-1B의 공식 명칭은 ‘랜서(Lancer, 중세 중기병)’이며, 미 공군조종사들과 정비창 사이에서는 B-1(비원)이라는 제식명을 본떠 ‘본(BONE, 뼈)’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더욱이 B-1B의 기체 색상은 흰색이 아닌 짙은 군청색 내지 건메탈 짙은 잿빛(Dark Gunmetal Grey)이다. 고고도 핵투과를 목적으로 했던 초기 B-1A 시제기 시절에는 부분적으로 흰색 도장이 쓰인 바 있으나, 저고도 침투 중심의 레이더 반사면적(RCS)저감형으로 개조된 B-1B 실전배치 이후에는 어둡고 은밀한 저고도침투용저반사 짙은 회색도장이 적용됐다. 검고 육중한 기체를 지닌 B-1B를 향해 ‘백조’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심각한 형용모순이자 몰상식한 표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다 미군의 짙은 잿빛폭격기에 ‘죽음의 백조’라는 기괴한 혼종 명칭이 붙게 되었을까. 이 오보의 기원은 약 8~10년 전인 201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의 4차·5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 잇따르며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당시, 미 공군은 북한지도부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괌 미군기지에 배치되어 있던 B-1B를 한반도상공으로 긴급 전개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일부언론과 언론인들이 러시아 Tu-160의 별칭인 ‘백색백조’와, B-1B의 가공할 무장탑재량이 가져오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극적으로 결합하여 ‘죽음의 백조’라는 자극적인 조어를 만들어냈다. B-1B가 한 번에 최대 60톤에 달하는 정밀유도폭탄을 적재하고 음속을 넘나들며 적진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날렵한 수평 가변익 날개 모양에 ‘백조’를 엉뚱하게 갖다 붙인 것이다.

이처럼 근거 없이 왜곡 생성된 ‘죽음의 백조’라는 수식어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클릭수 경쟁과 언론사 간의 기사복사 및 베껴쓰기 관행을 타며 급속도로 확산됐다. 기자들은 이전 기사에 쓰인 수식어를 아무런 검증 없이 베껴 썼고, 데스크와 편집기자들 역시 헤드라인의 자극성과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클릭베이트(Clickbait) 수단으로 이 문구를 적극 활용했다. 군사전문가들과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관련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이메일과 댓글을 통해 “B-1B는 백조가 아니며, 죽음의 백조는 러시아 Tu-160의 와전이자 잘못된 표현”이라고 수십, 수백 차례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현장의 외면 속에서 오류는 정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설처럼 고착화됐다.

이러한 왜곡의 고착화는 국방 및 군사분야 보도에 만연한 전문성 부재와 미디어의 병리적 매너리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언론이 보도의 정확성(Accuracy)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자극적 프레임이나 가시성에 집착할 때, 어떻게 사실 관계가 왜곡되고 대중에게 잘못된 정보가 기정사실로 주입되는지 증명하는 대표적 타락 사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B-1B는 미-러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따라 이미 핵투과 능력이 완벽히 제거된 정밀 재래식 폭격기로 개조된 상태다. 그럼에도 미디어는 ‘죽음의 백조’라는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씌워 북핵 위기 때마다 과도한 공포감이나 막연한 환상을 대중에게 심어주는 프레임으로 활용해 왔다.

국방정보의 정확성은 국가 안보보도의 기본이자 생명이다. 잘못된 수식어와 명칭을 검증 없이 반복하는 것은 언론 스스로 보도의 신뢰성을 깎아먹는 자해 행위에 다름없다. 몇 년이 지나도 스스로의 오류를 정정하지 않은 채 짙은 잿빛의 B-1B 폭격기를 ‘죽음의 백조’라 불러대는 언론의 무신경함은,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팩트체크 기능이 얼마나 심각하게 마비되어 있는가를 일깨워준다. 언론사들은 이제라도 무분별한 자극적 수식어 사용을 중단하고, 철저한 검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잘못된 용어와 오보 관행을 시급히 정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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