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3 온라인뉴스팀

더 네이션 기고문 심층 분석… 리처드 게파트와 티모시 워스가 경고하는 선거 제도 무력화와 민주주의의 구조적 침식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미국 정계의 거두들이자 오랜 세월 민주주의 제도를 현장에서 수호해 온 리처드 게파트(Richard Gephardt) 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티모시 워스(Timothy Wirth) 전 상원의원이 미국 공론장을 향해 충격적인 경고를 던졌다. 이들은 미국의 진보 성향 유력 매체 ‘더 네이션(The Nation)’에 기고한 ‘점진적 쿠데타(The Rolling Coup)’라는 제목의 심층 기고문을 통해, 오늘날 미국이 일시적인 정치적 갈등을 넘어 체제 자체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기고문의 부제목인 ‘우리가 행동하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미국 민주주의는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전직 의원은 현재 미국 사회가 마주한 위협이 단순한 정파 간의 헤게모니 싸움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헌정 체제의 생존 여부가 걸린 본질적인 문제임을 강력히 피력했다. 이들은 과거 역사 속에서 목격되었던 군사적 압도나 폭력적인 정권 전복 대신, 법과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여 합법의 탈을 쓰고 진행되는 이른바 ‘점진적 쿠데타’가 미국 전역에서 소리 없이 전개되고 있다고 단언하며, 시민들과 지도층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행동을 강력히 촉구했다.

두 저자가 규정한 ‘점진적 쿠데타’의 개념은 기존의 전통적인 쿠데타 방식과는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역사적으로 쿠데타란 탱크를 앞세운 군부 세력이 의회를 해산하고 방송국을 점령하며 단숨에 권력을 찬탈하는 가시적이고 폭력적인 사건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진적 쿠데타는 이보다 훨씬 교활하고 은밀하며, 장기적인 궤적을 그리며 전개된다. 이는 하루아침에 체제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선거 제도의 무결성을 침식하고 법률을 개정하며 민주적 규범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2020년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불복하며 일어났던 2021년 1월 6일의 미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는 이 점진적 쿠데타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본격적인 서막에 불과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통찰이다. 폭력적인 폭동은 진압되었을지언정, 그 배후에 있던 선거 부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구조적 불신은 미국의 각 주 의회와 지방 정부의 행정 조직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여 합법적인 제도의 정비를 가장한 채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고문은 이 점진적 쿠데타가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파헤친다. 핵심은 각 주의 선거 행정 권력을 당파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세력이 장악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과거에는 초당적이고 독립적인 공무원이나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를 관리하고 개표를 인증하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많은 주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이들 독립적인 선거 관리관의 권한을 박탈하거나, 그 자리에 극단적인 당파성을 띤 인물들을 대거 배치하는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적 차원을 넘어, 향후 선거 결과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합법적인 절차를 동원해 투표 결과를 뒤집거나 인증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행위이다. 유권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교묘한 장벽을 쌓고, 선거구 획정을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게리맨더링을 심화시키며, 개표 과정의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선거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이 모든 시도가 바로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쿠데타의 실체다. 저자들은 이처럼 시스템 내부의 나사못을 하나씩 빼내는 방식의 침식이 계속된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폭력적인 군중의 난입 없이도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완전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따라서 게파트와 워스는 지금 당장 미국 시민 사회와 정치권 전체가 잠에서 깨어나 파괴적인 흐름을 저지하기 위한 전면적인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호소한다. 이들은 단순히 선거 날에 투표하는 것만으로는 이 거대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연방 차원에서의 강력한 투표권 보호 법안 제정이 시급하며, 선거 행정의 독립성을 법적으로 완벽하게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당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거대한 초당적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거의 규칙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선거 부인주의 세력에 대해서는 정당과 정파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과 학계, 종교계 등 미국 사회의 모든 제도적 주체들 역시 이 역사적인 싸움에서 방관자로 남아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의 기초가 무너지면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 시스템 역시 공멸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관과 침묵은 곧 이 점진적인 쿠데타를 묵인하고 동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서슬 퍼런 일침이다.

더 나아가 두 저자는 미국인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외부의 침략이 아닌 내부의 서서히 진행되는 제도적 부패와 냉소주의로 인해 종말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오늘날 대중이 정치에 대해 느끼는 극심한 피로감과 불신은 이 점진적 쿠데타를 획책하는 세력에게는 가장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시민들이 감시를 소홀히 하고 정치를 외면할 때, 권력욕에 사로잡힌 극단주의자들은 선거 제도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해 가며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독재 시스템을 완성해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교육 현장에서의 민주시민 교육 강화, 독립적 언론에 대한 지원, 그리고 일상 경제 활동 속에서의 민주적 가치 실천 등 사회 전방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제도 개혁을 넘어선 문화적 수준의 대대적인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이다.

결론적으로, 리처드 게파트와 티모시 워스의 이번 기고문은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미국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의 경종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 헌법과 민주주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이 내부의 당파적 극단주의와 제도적 침식으로 인해 스스로 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진단은 지구촌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던진다. 미국의 민주적 리더십이 점진적 쿠데타에 의해 무력화될 경우, 이는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퇴행을 가속화하고 권위주의 정권들의 폭주를 통제할 수 없는 대재앙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민주주의는 한 번 구축되면 영원히 자동으로 굴러가는 기계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실천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취약한 체제이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파괴될 것”이라는 거두들의 절박한 호소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더 이상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눈앞의 실존적 위협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공은 미국의 시민들과 양식 있는 지도자들에게 넘어갔으며, 이들이 보여줄 행동의 결단에 따라 인류 민주주의 역사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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