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2 온라인뉴스팀

2022년 말 심장 이상으로 쓰러진 후 3년여간의 투병 끝에 선종… ‘검사 공주’이자 유력한 차기 왕위 계승 후보 잃은 태국 전역 거대한 추모 물결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태국 왕실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자 유력한 왕위 계승 후보로 꼽혔던 밧차라끼띠야파 마히돌(Bajrakitiyabha Narendiradebyavati) 공주가 오랜 투병 끝에 향년 47세를 일기를 끝내 영면에 들었다. 태국 왕실사무국은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2022년 12월 갑작스러운 심장 이상으로 쓰러진 이후 방콕 국립병원에서 의료진의 집중 치료와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해 오던 밧차라끼띠야파 공주가 2026년 6월 선종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태국 역사상 최초의 ‘여왕’ 탄생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태국 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공주의 비보가 전해지자, 태국 전역은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졌으며 정부 차원의 공식 애도 기간이 선포되는 등 추모의 물결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1978년 태국 방콕에서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과 그의 첫 번째 부인인 솜사왈리 공주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난 밧차라끼띠야파 공주는 태국 왕실 내부에서도 가장 명석하고 학구열이 높은 인물로 유명했다. 그녀는 태국 탐마삿 대학교에서 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인 코넬 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귀국 후에는 태국 검찰청의 검사로 임용되어 현직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검사 공주’라는 친근한 별칭을 얻기도 했다. 특히 공주는 단순한 왕족의 권위를 넘어 법 집행의 공정성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태국 대사 및 오스트리아 주재 태국 대사를 역임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공주는 교도소 내 여성 수감자들의 인권 신장과 영유아 처우 개선을 위한 ‘감랑자이(Kamlangjai·마음의 격려)’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태국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헌신적인 행보는 과거 태국 국민들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았던 고(故) 푸미폰 아둔야데트(라마 9세) 전 국왕의 애민 정신을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받게 했고, 그녀를 왕실의 정신적 지주이자 차기 지도자 감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태국 왕실법상 국왕이 여성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개정된 이후, 밧차라끼띠야파 공주는 실질적인 후계 구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역량 있는 후보로 꼽혀왔기에 그녀의 갑작스러운 유고는 태국 왕실과 국가 전체에 치명적인 손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공주는 지난 2022년 12월 14일, 태국 북동부 나콘랏차시마주에서 열리는 육군 군견 경연대회를 앞두고 반려견과 함께 훈련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후 헬기를 통해 방콕 출라롱꼰 국립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료진의 정밀 검사 결과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에 따른 심각한 심근염과 그로 인한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해 심장이 완전히 멈췄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공주는 인공심폐장치(ECMO) 등 첨단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며 인공적인 가물거리는 생명의 끈을 이어왔다. 왕실과 정부는 공주의 쾌유를 비는 전국적인 기도회를 개최하는 등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나, 오랜 기간 지속된 뇌사 상태와 다발성 장기 부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약 3년 6개월 만에 영원한 안식에 들게 되었다.

공주의 서거 소식이 공식 발표되자 방콕 시내를 비롯한 태국 전역의 주요 정부 기관과 왕궁 주변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시민들이 모여 눈물을 흘리며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국가 총리실 명의로 전국의 모든 관공서와 교육 기관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으며, 공무원과 왕실 관계자들에게 수개월에 달하는 장기 애도 기간을 준수할 것을 공포했다. 또한 당분간 국가적인 축제나 유흥 행사를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는 등 엄숙한 추모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도 공주의 생전 헌신적인 활동 영상과 사진들이 공유되며 그녀의 영면을 기원하는 전 세계 네티즌들의 추모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가와 지정학 전문가들은 밧차라끼띠야파 공주의 별세가 향후 태국 왕실의 후계 구도와 정국 안정성에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라마 10세 국왕에게는 적통 계승권을 가진 아들인 디방코른 라스미조티 왕자가 있으나, 아직 나이가 어리고 건강 및 자질 측면에서 공주만큼의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왕실 내부에서 가장 높은 신망을 받으며 완충 장치 역할을 해오던 공주의 부재는 향후 왕위 계승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으며, 이는 군부와 민간 정치 세력 간의 역학 관계에도 미묘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밧차라끼띠야파 공주의 영면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왕실 지도자의 상실이자, 태국 미래 권력 지형의 거대한 전환점을 예고하는 엄중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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