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1 온라인뉴스팀
대서양 안보 동맹 전례 없는 균열 감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지정학적 리스크 속 유럽 사회 내부에서 ‘전략적 자율성’ 독자 노선 목소리 힘 실려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글로벌 외교·안보의 중추 역할을 해온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에 전례 없는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주요국 시민들 중 미국을 진정한 ‘동맹’으로 신뢰하는 비중이 불과 11%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로이터(Reuters)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인들의 대미 인식은 과거 전통적인 안보 동맹국이라는 유대감에서 벗어나 철저한 실리주의적 관계나 혹은 잠재적 경계 대상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무역 갈등, 지정학적 위기 속 공조 균열, 그리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심화 속에서 유럽 사회 내부의 여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어 외교가와 글로벌 정세 분석 전문가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인들의 절대다수는 미국을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Ally)’이라기보다는, 특정 사안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필요한 파트너(Necessary Partner)’ 혹은 심지어 ‘전전긍긍하며 지켜봐야 할 경쟁자나 적대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단 11%만이 미국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으로 꼽은 반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유럽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여론의 배경에는 지난 수년간 축적된 대서양 양안 간의 외교적, 경제적 마찰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자국 제조업 우대 정책이 유럽 기업들에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안겨주며 무역 갈등을 촉발했고, 가치 사슬의 분절 속에서 유럽의 경제적 고립감이 심화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유럽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에서의 불신이 두드러졌다. 과거 냉전 시기부터 미국과 긴밀한 안보 동맹을 유지해 온 독일마저도 미국을 든든한 아군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프랑스의 경우 대다수의 응답자가 미국 중심의 외교 기조에서 벗어나 유럽만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이 같은 국가별 세부 데이터는 유럽 내 대미 여론의 악화가 특정 계층이나 일부 정치적 성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산된 구조적 변화임을 시사한다. 유럽인들은 더 이상 미국의 핵우산이나 경제적 리더십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각자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다극화된 국제 질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장기화된 지정학적 분쟁을 둘러싼 대외 정책의 이견도 균열을 키우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쟁 초기에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강력한 결속력을 과시하는 듯했으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지원 규모 축소 우려와 내부 정치적 대립이 유럽국가들에게 커다란 안보적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유럽 각국은 미국의 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라 안보 공약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으며, 이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자체의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목소리에 거대한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EU 주도국들은 오래전부터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 및 경제 노선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 여론조사는 이 같은 지도부의 구상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닌 일반 대중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유럽 대중의 대미 신뢰도 추락은 향후 글로벌 패권 경쟁과 국제 공조 체제에도 심각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과의 민주주의 가치 연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나 대중국 강경 노선에 무조건적으로 동참하는 것에 대해 강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소비자들과 유권자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구도에 휘말려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당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각국 정부가 대미 외교 정책을 수립할 때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이 결국 양대 대륙 간의 투자 위축이나 기술 표준 규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로이터의 보도와 여론조사 결과는 전통적인 대서양 동맹이 더 이상 과거의 공고한 신뢰에 기반하지 않으며, 철저한 국익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불안정한 파트너십으로 변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 시장 역시 이러한 지정학적 구조 변화가 가져올 통상 압박과 규제 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미·유럽 관계의 재정립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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