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2 온라인뉴스팀

미국 총 원유 재고 일주일 새 1,780만 배럴 증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아시아 수출 폭증이 원인… 비축량 2024년 7월 이후 최저치 기록하며 에너지 안보 비상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중동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에너지 안보 보루인 전략비축유(SPR)를 포함한 전국의 원유 재고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상업용 원유 및 전략비축유를 포함한 총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무려 1,780만 배럴 급감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단일 주간 감소량으로는 최대 규모다. 최근 발발한 이란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전면 봉쇄되자,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원유 수입국들이 일제히 미국의 대체 원유로 몰려들면서 전례 없는 수출 폭증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원유 해외 출하량은 하루 평균 530만 배럴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원유 순수출국 지위를 굳히는 과정에서 국내의 소중한 에너지 완충 기지가 빠르게 깎여 나가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순수 상업용 원유 재고는 한 주 동안 790만 배럴이 감소해, 지난 2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더욱이 국가 비상사태 시에만 방출하도록 되어 있는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역시 일주일 만에 990만 배럴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며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방출량을 기록했다. 이로써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8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게 되었는데, 이는 최근 3년 만에 가장 긴 연속 감소 기록이다. 이란과의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미국 전체 전략비축유의 약 10%에 달하는 4,200만 배럴이 이미 소진되었으며, 유출된 원유 대부분은 수급난을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로 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남아있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총량은 약 3억 7,400만 배럴 수준으로, 이는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던 2024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골드만삭스의 에너지 시장 분석가들은 5월 들어 전 세계의 가시적인 원유 및 연료 재고가 하루 870만 배럴씩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전쟁 발발 직후 기록했던 고갈 속도의 두 배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속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급격한 재고 붕괴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원유 선물 시장을 강하게 흔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원유 인도 기지인 오클라호마주 쿠싱 지역의 저장 탱크 잔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이른바 ‘탱크 보텀(Tank Bottom)’ 위험 수위에 근접함에 따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 내 정유공장들이 다가오는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의 폭발적인 가솔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률을 91.6%까지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원유 공급 자체가 달리는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댄 스트루이벤은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전쟁 전 축적해 두었던 전략적 완충 재고를 무서운 속도로 집어삼키고 있다”며 “미국이 과거 수년간의 선제적 방출로 인해 이미 일부 비축유가 비어있는 상태에서 이번 위기를 맞이했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대규모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행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카드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치솟는 국내 유가를 잡고 동맹국들의 에너지 붕괴를 막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협조해 총 4억 배럴 규모의 다국적 비축유 방출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이 지속되는 한, 미국의 공급 능력 역시 임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특히 미국의 휘발유 재고마저 수요 과열로 인해 지난주 150만 배럴 추가 감소한 2억 1,420만 배럴로 떨어지면서, 미 주유소의 평균 기름값은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란과의 평화 협상 타결 여부에 따라 유가가 일시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나, 구조적인 재고 고갈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하반기 유가 장기 급등 시나리오에 대비한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착수했다.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인 미국마저 비상 연료 쿠션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미증유의 에너지 위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다가오는 여름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댓글 남기기

Trending

Expert Insight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