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8 온라인뉴스팀
피치 레이팅스 발표, 2024년 8.1% 넘어선 역대급 수치… 월가 ‘제2의 서브프라임’ 우려 확산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미국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중견 기업들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2025년 미국 사모대출 부도율이 9.2%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전 최고치였던 2024년의 8.1%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급성장하던 사모대출 시장이 본격적인 시련기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사모대출은 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사모펀드(PEF) 등 비은행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안 금융으로 급성장했으나, 최근 9.2%라는 기록적인 부도율은 이 시장의 가파른 성장 뒤에 숨겨진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피치 레이팅스는 302개 기업의 사모대출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28개 차입자에게서 총 38건의 부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번 부도율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변동금리’ 구조와 ‘고금리의 장기화’가 꼽힌다. 사모대출의 상당수는 시장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으로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차입 기업들의 이자 비용은 2~3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특히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 2,5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기업들의 부도율은 10.9%에 달해, 규모가 큰 기업들에 비해 대외 환경 변화에 훨씬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소비자 가전 및 서비스, 헬스케어 분야의 타격이 컸다.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가중된 이자 부담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헬스케어 부문은 10개 이상의 기업이 부도를 선언하며 사모대출 시장 내에서 가장 높은 부실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피치 레이팅스의 라이얼 마고리스(Lyle Margolis) 사모대출 부문 책임자는 “표면적인 부도율 수치도 충격적이지만,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이자 지급 유예(PIK)나 만기 연장 등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단순한 수치를 넘어 실질적인 신용 질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모대출 부실 사태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조와 닮아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과 보아즈 와인스타인 등 월가의 거물들은 40조 달러 규모로 비대해진 사모대출 시장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실제로 최근 일부 대형 사모펀드들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사모대출은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 달리 소수의 기관 투자자들이 밀접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부실 발생 시에도 자산 재조정이나 출자 전환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또한 대형 은행들의 직접적인 노출 비중이 과거 위기 때만큼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확률은 낮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2%라는 수치는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저금리 시대의 과잉 유동성에 기대어 연명하던 부실 기업들의 ‘정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금리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모대출 투자 시 철저한 종목 선별과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조언한다. 특히 향후 몇 달간의 경기 지표와 연준의 금리 향방이 사모대출 시장의 향후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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