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5 손정필 교수
상담심리학 교수로서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기업체 강의와 교육과정 개발을 30여 년간 하다 보니 산업 현장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직접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나 고민 상담은 ‘교수님, 요즘 젊은 애들과는 대화가 안 됩니다.’라는 것이다.
90년대 중반에도 임원이나 팀장 교육을 하면’요즘 젊은 사원들과는 대화가 안 됩니다.’ 2000년대에도 그랬었고, 2010년대에도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2024년에도 같은 맥락의 질문과 고민을 듣고 있다. 다른 점 들이 있다면, X세대니 MZ세대라는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뿐이다.
시대의 특징을 살린 신조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논박을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30여년이 지나도 왜 윗사람들은 대화가 안 되는 원인의 모든 것을 젊은 사람들의 문제로 치부하려고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2000년대 초반에 회사에서 대화가 안 되는 대상이었던 신입사원들이 지금은 대부분이 임원이나 팀장과 같은 리더의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윗사람으로부터 대화를 기피하는 소통이 안 되는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리더로서 자신은 대화를 원하지만, 젊은 사원들이 워낙 대화하기를 싫어해서 힘들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되었다.
젊은 MZ세대들과 대화가 안 된다고 불편해하고 불평하는 임원이나 팀장과 같은 리더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하여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젊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대화 능력, 즉 리더로서 자신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하여 우선 성찰하여야 한다.
임원이나 팀장과 같은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리더들이 젊은 세대들과 대화가 어렵고 잘 안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리더 자신의 가치관과 기준을 중심으로 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보고 느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대화하려고 하다 보니 당연히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나 기준과 상충되기 때문에 갈등과 마찰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방식으로 대화하려고 접근하게 되면 늘 ‘요즘 젊은 사람들과는 대화가 어려워’라는 푸념을 피할 수가 없다. 아마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이러한 푸념이 반복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더 자신의 가치관과 기준을 낮추거나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과 기준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에 사원으로서 하였던 경험을 지금 2024년을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경험과 등치 시키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렇게 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바로 ‘나 때는 말이야…’ 라고 말하는 꼰대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대화를 잘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느끼는 훈련이 필요하다.
둘째, 말을 잘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대화가 어렵게 된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잘 들어야 한다.)
리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을 잘하고 싶어 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말을 잘하는 것은 뛰어난 능력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우선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을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고 착각하면서 대화한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의사소통 실습을 시켜보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듣고 싶은 데로 듣고, 해석하고 판단한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고사하고, 표현하는 말 있는 그대로도 확인하지 못하고 왜곡하거나 삭제한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사람들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게 된다. 심리상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잘 듣는 것이다. 그리고 듣는 능력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학습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물론 직장 내 리더들은 심리상담 전문가의 능력까지는 필요 없지만 그래도 대화하려면 어느 정도 체계적인 훈련과 학습의 시간이 필요하다.
셋째, 좋은 말과 도움이 되는 말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대화가 어렵다. (상대방에게 무엇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대인관계에서 가장 큰 상처는 상대방을 위해서 좋은 말과 도움이 되려고 하였는데 그것을 거절하거나 무시할 때이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두 번 다시 그 상대방과 대화하지 않으려고 한다. 분명 좋은 말과 도움이 되는 말을 했는데 상대방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시큰둥하거나 불편해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대화를 기피하거나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리더들이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혼란스러워한다. 좋은 말과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 것을 알려면 항상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말을 한다고 해서 대화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모든 능력이 그렇듯이 대화의 능력은 올바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일정 시간 훈련과 학습을 통해서 체득되어야 비로소 능력이 되어 성과를 얻게 된다. MZ세대들이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대화를 하지 않고 그리고 대화에 대한 노력과 능력이 없는 꼰대들과 대화를 거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손정필 교수(NLP 심리상담 전문가)
jpsh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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