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 김상균 교수
몸을 쓰는 혁명에서 머리를 쓰는 혁명으로
지식산업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AI시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라
인지과학, 교육공학, 산업공학, 로보스틱을 탐구한 인지과학자
게이미피케이션, 메타버스, 기업가정신,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미래학자
김상균 교수가 말하는 AI와 인간지능의 시대!
현대자동차와 합병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AI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를 내놓았다. 이 올 뉴 아틀라스의 놀라운 기능들 중 하나는 기존 로봇에서 볼 수 없는 기능인 고개를 360도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근육질적 능력을 뛰어넘은 것으로 지금까지의 로봇들이 인간과 가까운 모습을 띠는 데서 한 차원 높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올 뉴 아틀라스의 능력치는 조금 과하게 치자면 스타워즈 C-3PO 수준이다. 그러니 SF영화 속에서나 봤던 로봇의 지배는 먼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러다 인간은 로봇들을 피해 지하세계로 숨어들게 되는 것 아닐까. 참고로 올 뉴 아틀라스는 내년부터 현대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작업자로 바로 투입된다고 한다. AI의 침투 속도가 실로 대단하다.
여기, 수년전부터 AI가 만들어낼 미래에 대해 예측해 온 학자가 있다. 그런 그가 <AI × 인간지능의 시대>라는 책을 내놓았다. 미래와 관련한 주제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미래학자 김상균 인지과학자 말이다. AI가 바꿔나가는 미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그에게 물었다.
“결국 변화는 찾아옵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셨습니다. 정말인가요?
학부모들이 제게 가끔씩 은밀하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교수님, 아무리 AI, 로봇이 발달해도, 역시 의사가 최고 아닐까요? 우리 아이 의사시켜도 괜찮겠죠?” 여기서 학부모들이 언급하는 우리 아이의 평균 연령은 10세 정도였습니다. 열 살 아이를 두고 20년에 걸친 라이프플랜을 짜는 중입니다. 그 어떤 대기업, 국가도 쉽게 짜지 못하는 20년 플랜을 짜는 상황입니다.
저는 여기서 솔직하게 답변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의사 진로를 계획하면서 무엇이 걱정되는지를. 거의 대부분이 지금과 같은 경제적 안정성이나 직업적 희소성이 유지될지를 걱정한다고 합니다. 실은 제 친구들 중에도 제게 이런 질문을 해오는 경우가 몇번 있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에서 제 답변은 한결 같습니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따라서 의사를 포함한 모든 직업의 위상, 경제적 대우도 계속 달라지리라 예상합니다. 한국은행은 <AI와 노동시장 변화>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AI 특허 정보를 활용하여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14만 명(전체 취업자수 대비 12%)이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다.’라는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직업별 AI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 가능한 업무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 전문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이 AI 노출 지수가 높고, 기자, 성직자, 대학교수, 가수, 성악가 등은 AI 노출 지수가 낮았습니다. 스탠포드대학, 피규어 등에서 발표하는 로봇의 발전 양상을 보면, AI를 탑재한 로봇이 외과 의사를 대체할 날도 오리라 예상합니다. 물론,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우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갈등, 내홍을 겪기는 하리라 봅니다. 그러나 결국 변화는 찾아옵니다.
올 뉴 아틀라스가 내년부터 현대자동차 산업현장의 작업자로 일을 한다고 합니다. AI에 의사, 변호사, 회계사에 생산직 작업자까지 뺏기면 남는 직업이 거의 없겠는데요?
인간의 모든 일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 일자리의 대부분은 변하게 됩니다. 제 직업인 교수도 점점 더 역할이 변하게 됩니다.
다음 중 역사에서 없었던 직업은 무엇일까요?
- 망토와 양동이를 들고 다니면서, 야외에서 이동식 변기를 제공하는 사람
- 귀족의 새 신발을 신고 길들여 편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
- 엘리베이터를 수동으로 조작해서 운전하는 사람
- 자동차보다 앞서 가면서 수동으로 헤드라이트를 비춰주는 사람
정답은 무엇일까요? 이 중에 정답은 없습니다. 모두 실존했던 직업입니다. 인간 역사에서 직업은 끝없이 탄생, 소멸, 변화해 왔습니다. AI는 그 과정을 무지막지하게 가속하는 흐름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 직업, 인간의 역할 중 무엇이 남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직업을 새롭게 창조할지를 묻고, 답해야 합니다.
“인간 지능으로 풀지 못했던 문제,
미지의 영역을 AI에 힘입은
지능 혁명으로 넘어서는 단계,
그 초입에 있는 게 현재 우리입니다.”
지금의 시대를 산업혁명을 넘어 지능혁명의 시대라고 하셨는데요. 지능혁명은 정확히 무얼 말하시는 건가요?
기원 후 2천년에 걸친 GDP 변화를 보면, 커다란 변곡점이 보입니다. 18세기를 전후해서 전 세계 GDP증가분이 눈에 띠게 달라집니다. 18세기 전, 1,700년 동안 증가한 GDP는 3.5배 정도이지만, 18세기 이후 현재까지 GDP가 200배 증가했습니다. 이런 변곡점을 만든 요인은 산업 혁명입니다.
산업 혁명은 인간 몸에 관한 혁명이었습니다. 인간의 몸, 동물의 힘으로 해내던 일을 거대한 증기 기관, 기계로 대체한 과정입니다. AI는 인간의 지능을 대체, 확장하는 혁명입니다. 개인의 머리 쓰기를 폭발시키는 혁명, 집단의 머리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혁명입니다. 몸의 혁명과 머리의 혁명, 둘 중 무엇이 더 큰 변화, 성장을 가져올까요? 저는 머리에 한 표를 걸어봅니다. 지능 혁명을 통해 인류는 그동안 불가능 했던 실험을 성공시키고, 해석하지 못했던 데이터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낼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의생명공학, 농업, 로봇, 뇌-컴퓨터 연결 등 다양한 영역에 AI가 접목되면서,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혁명적 결과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일례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실패율도 높은 편입니다. 실험실에서 효과가 있어 보이는 약물 후보 물질도 인체에 투여되면 대부분 기대만큼의 효능을 보이지 못합니다. 여러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차세대 AI 기술에 투자하며, 코로나19부터 암, 만성질환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 위치한 제네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을 AI에게 학습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고, 질병 치료 잠재력을 지닌 단백질의 종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천식과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임상시험 1상에 진입시켰고, 자가면역질환, 암, 감염병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인간 지능으로 풀지 못했던 문제, 미지의 영역을 AI에 힘입은 지능 혁명으로 넘어서는 단계, 그 초입에 있는 게 현재 우리입니다.
AI를 활용하라는 말씀이신데, AI를 무엇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는 AI시대에 지능을 확장하기 위한 프레임웍을 제안합니다. 명칭은 STAR 프레임웍입니다. 모든 인간은 별이며, AI를 통해 더 반짝이게 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는 임철우 소설가가 쓴 ‘그 섬에 가고 싶다’에 나오는 문장에서 고안한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별이다. 이젠 모두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구 하나 기억해내려고조차 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 여전히 진실이다.”
AI는 분명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AI를 통해 인간이 밀려나거나 낮아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인간이 도구에게 밀려나고, 인간이 도구보다 낮아졌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기계가 도입되던 산업혁명 시대 때, 인간은 기계를 움직이기 위한 부품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오랫동안 조직의 부품이 되어 살았으며 그 길에서 벗어난 사람은 ‘잘못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부품으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나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까맣게 잊어버리고, 믿으려 하지 않고, 기억해내려고도 하지 않지만, 그래도 모든 인간은 별인 것입니다. 그리고 STAR 프레임웍은 부품의 삶에서 벗어나 더 멋지고 인간다운 존재인 별이 되기 위한 나침반입니다. 과거에 지도도 없는 망망대해나 드넓은 사막을 돌아다니던 사람에게 방향을 가르쳐주던 북극성과 같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STAR 프레임웍을 만들었습니다.
STAR라는 이름은 4개 dimension의 전략 앞 글자를 딴 것입니다.
S: 시작(Start)
T: 시도(Try)
A: 증폭(Amplify)
R: 회수(Recover)
제 경우를 예를 들어 보면 다음 표와 같습니다.
이 표와 같이 STAR의 네 영역에서 개인, 조직은 지능 혁명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짜야합니다. 제가 자문했던 기업과 개인들은 AI를 어디에 쓸까 고민할 때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습니다. 원래하던 일이 있는데, 거기에 AI를 도입해서 더 싸게, 좀 더 빠르게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궁리했습니다. 일례로, 대기업 상당수가 AI를 콜센터 업무에 도입하려고 합니다. 국내만을 놓고 봐도, 전자, 금융, 통신 기업들은 전국적으로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백개가 넘는 콜센터를 운영하며, 고객을 응대하고 있습니다. 콜센터에 AI를 도입할 때 발생하는 일자리 변화 문제, 법률적 점검 요소 등을 빼고, 비용 절감 측면만 놓고 보면, 기업에게는 꽤 매력적인 방향입니다. 이는 STAR 프레임웍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R 전략에 해당합니다.
R 전략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당 수 기업이 AI를 R 전략에 집중하고, 그 다음으로 A 전략에만 집중하는 상황은 아쉽습니다.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은 우리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꾸준히 노력했던 부분입니다. 이런 노력이 나쁘지는 않으나, 이제 한계가 느껴지기는 합니다. 제가 협업했던 제조업 분야의 모기업은 수년 전부터 해당 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기업이 여전히 원가 절감에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가 절감은 남들이 따라 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영역입니다. 그 방법이 정량화되어, 빠르게 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제품을 만드는 세 기업이 서로 원가 절감만 놓고 다투는 상황, 이는 전통적인 경쟁 모델입니다.
STAR 프레임웍으로 기존의 경쟁을 넘어서길 바랍니다. S, T를 통해 남들과 같은 것을 놓고 다투기보다 나만의 길을 탐험하고, 개척했으면 합니다. AI시대는 전통적 방법으로 경쟁하지 않고, 다른 길을 개척하는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입니다. AI시대의 핵심은 경쟁력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탐험력입니다.
“인간은
감정도 있는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도 있는 느끼는 기계입니다.
We are not thinking machines that feel; rather,
we are feeling machines that think.”
인공지능이 못하는 인간지능만이 가능한 건 무엇인가요?
감성 지능 영역을 보면 AI가 인간의 감정을 분석해서 분류할 수는 있으나, 자체적으로 감정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또한,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 즉 인간이라는 동질성을 확보할 수는 없기에 인간 간의 교감을 AI가 재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이를 위로하는 말동무 AI 로봇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 로봇은 인간의 말, 표정, 몸짓 등을 감지하고 패턴 분석을 통해 어떤 감정 상태인지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피드백, 대화를 해줍니다. 얼핏 보면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이 위로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위로는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통한 위로와는 결이 다릅니다.
인간이 가진 감정, 감성 지능, 공감 능력, 이런 것들이 인간의 고유 가치입니다. 미국 철학자 로버트 솔로몬은 감정이 인간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감정이 이성이나 자율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정은 비합리적이고 통제할 수 없다는 전통적인 철학적 관점을 비판하고, 대신 의도적인 연습과 성찰을 통해 감정을 배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솔로몬은 감정이 개인의 도덕적 정체성을 반영하고 형성한다고 주장하면서, 감정과 도덕적 인격 사이의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비이성적, 비합리성의 영역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감정을 통해 인간은 더 도덕적이고 풍부한 삶의 경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은 단순히 인간의 욕망과 경험의 부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과 상호작용한 결과를 평가하고 대응하는 기준 역할을 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감정은 인간의 자아와 개인정체성을 다지는 토대가 됩니다. “인간은 감정도 있는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도 있는 느끼는 기계입니다.(We are not thinking machines that feel; rather, we are feeling machines that think.)”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남긴 말입니다.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AI가 등장한다고 해도, 인간이 이런 고유 가치를 잃지 않는다면, 아름답고 존엄한 생명체로 남으리라 기대합니다.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으시는 질문은 무엇이고, 또 어떤 대답을 해주시는지 궁금합니다.
변화가 다양하고, 빨리 나타나는 시대를 불안해합니다. 자신의 진로, 미래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두려워합니다. 이에 관한 질문이 많습니다.
저는 그들이 어딘가 부족하기에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답을 찾지 못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상황입니다. 인간은 거대한 사회시스템 속의 나약한 존재입니다. 외부 환경의 급변은 개인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생명체입장에서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도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저도 지금 제 직업, 제가 하는 일이 최선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제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나는 나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외부 세상을 바라봅니다. 다가오는 위협 뒤에 어떤 기회가 숨어 있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향해 몇 걸음 다가가 봅니다. 우리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지도에 없는 여정을 가고 있는 사피엔스입니다. 초창기 인류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불안, 두려움을 담담히 인정한 채, 자신을 믿고, 계속 세상을 응시하며 당신의 탐험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인간은 AI따위에
무너질 존재가 아닙니다.”
ChatGPT가 등장했을 때 열리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AI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의문을 품고 두려워 하는 저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에게 용기 나는 말씀을 해주세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를 100마리로 가정한다면, 그중 인간의 숫자는 몇이나 될까요? 답은 36입니다. 생각보다 큰 숫자이죠? 그렇다면 그런 인간들이 키우는 가축은 몇 마리일까요? 답은 60입니다. 이렇게 보면, 남은 숫자는 4입니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를 100마리로 가정하면, 야생 포유류는 4마리에 불과합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이란 존재의 영향력이 실로 어마어마하지요? 이게 인간이 만들어낸 역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100중에서 96을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을 놓고, ‘인간들 참 잘했다!’ 이렇게 칭찬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지구라는 행성에 이토록 끔찍하리 만큼 잘 적응한 게 인간입니다.
인간은 AI따위에 무너질 존재가 아닙니다. 물론, 한동안 우리는 혼란을 겪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고통 받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파고를 넘어서, 더 넓은 세상에 도달하리라 믿습니다. 두려워하세요. 저도 두렵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는 마세요. 두려움은 우리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줄 것이고, 용기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인이 될 것입니다.
다음 책으로 SF소설을 준비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소설은 새로운 영역인데 미래를 예측하는 인지과학자의 상상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합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 준비하는 ‘기억 조각을 의뢰합니다(가칭)’은 제가 2018년에 발표했던 ‘기억거래소’의 개작본입니다. 당초 ‘기억거래소’는 하편을 염두하고 발표한 작품이었습니다. 2019년 KBS 드라마국에서 ‘기억거래소’의 드라마 판권을 가져갔고, 드라마를 공개하는 시점에서 하편을 발표할 심산이었습니다. 그러나 방송국이 내부 사정으로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면서, 제 계획을 바꿨습니다.
상하편으로 나눠서 풀어내려던 이야기를 단행본 ‘기억 조각을 의뢰합니다’로 담아내려고 합니다. 기술로 보면, 뇌과학, AI, 메타버스,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농익은 근미래를 가정하고 쓴 작품입니다. 문학다운 상상을 가미한 작품이지만, 미래 기술의 타당성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제 학문적 기반이 공학이기에 기술의 타당성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준비했습니다.
인간의 기억을 기계에 업로딩, 다운로딩이 가능해졌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어떤 제품을 세상에 보여줄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풀어냈습니다. 조작몽 동반 안락사(Euthanasia with Manipulated Dream), 브로카 & 베르니케 이식술(Broca & Wernicke Areas Transplantation), 안면이식 동반 작화증 유도술(Induced Confabulation with Face Transplantation), 부분 마인드 복사술(Partial Mind Transfer), 트라우마 기억 재설정술(Memory Reconsolidation for Trauma) 등의 제품이 등장합니다. 일례로, 부분 마인드 복사술은 별다른 꿈, 목표 의식 없이 사는 이에게 임의로 가공한 꿈을 심어주는 제품입니다. 이러한 제품들을 만들고 거래하는 이들 간에 발생하는 고민과 갈등을 풀어냈습니다.
저는 기술에는 본디 아무런 뜻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뜻, 존재 이유를 만드는 몫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뇌과학, AI, 메타버스, BCI 등 첨단 기술에 인류는 어떤 존재 이유를 담고 있을까요? 독자들과 함께 이 질문에 함께 답하고 싶은 바람으로 준비한 작품입니다.
끝으로 계획하시거나 바라는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기업체 임원들 20~30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 이렇게 합니다. 그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현업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면, 현실적 제약이 없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으세요? 익명으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요리사, 목수, 목장 주인, 세계 여행가, 노벨문학상에 도전하는 소설가, 우주 탐험가 등 실로 다양한 답변이 등장합니다. 저는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봅니다.
현업에서 떠나지 않더라도, 현실적 제약을 무너뜨리고 그런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입니다. ‘5년 후에, 은퇴 후에 해봐야지’ ‘그건 꿈일 뿐이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SF소설을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 계획은 끝없이 꿈꾸기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꿈꾸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꿈의 여정에서 당신과 교차하고 어우러지기를 희망합니다. 그게 AI, 기술과 경쟁하지 않는 인간의 길, 참된 인간다움이라 믿습니다.
김상균 교수님의 첫 소설책이 세상에 나올 때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이 김상균 교수는 인지과학, 교육공학, 산업공학, 로보틱스 등을 탐구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며 게이미피케이션, 메타버스, 기업가정신, 인공지능 등 여러 영역을 연구하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피지컬100 제작사), 롯데, 삼성, 현대, LG, SK,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협력했고 주요 저서로는 『초인류』, 『메타버스』,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브레인 투어』, 『게임 인류』등이 있고 SF소설 『기억 조각을 의뢰합니다』를 발표 예정에 있다.
인지과학 박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이메일: saviour@khu.ac.kr
홈페이지: www.mindmover.guru
페이스북: facebook.com/saviour2007
유튜브: 상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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