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5 정다미
방문을 잠그고 스케치북에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던 아이
목포MBC 아나운서로 다양한 방송 활동 축적
“하늘이 두 쪽 나도 무대의 막은 오른다”
어느덧 예술의 전당 20년 차 전시기획자
새로운 것은 전혀 없는 것에서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기존의 것들에서 영감을 얻어 응용되어지는 것이다. 창작자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자주 찾는 것들이 있다. 시집을 읽거나 전시회를 찾거나 혹은 그 외 다른 무수한.
전시회는 관람자의 동선이 매끄러울수록, 감상하는 이의 사색이 방해 없이 깊어질수록 훌륭하다. 보는 이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발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작가의 창조물을 잘 엮어 사람들에게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중요한 일을 해주는 사람, 오늘 본 지가 만날 사람은 바로 이런 일을 하는 전시기획자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 정다미 과장이다.
“작품이 막 들어와 언박싱할 때
감격의 순간이 시작됩니다.
숱한 역사를 거쳐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받은 귀한 아이가
내 앞에 있다는 기쁨인 거죠.”
부서명이 시각예술부입니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명칭인데요, 시각예술부에서 과장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지요?
시각예술부 이전 이름은 전시사업부였습니다. 시각으로 보여지는 페인팅, 건축, 회화, 조각 등을 포함하는 예술 장르를 기획하는 부서입니다. 저는 전시 기획을 하고 있고요. 블록버스터 전시를 비롯해 장애예술전시, 청년미술상점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자입니다.
시작은 미술 쪽이 아니셨다고 들었습니다.
목포MBC 아나운서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요. 유년시절 배우에 대한 동경부터 시작된 꿈이 결국 조명 아래 방송국에 몸 담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역의 아나운서는 9시 뉴스부터 가요프로그램 라디오 진행, 기상정보, 통통 튀는 리포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업무였기에 원 없이 생활연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공중파방송뉴스의 신뢰감은 물론 다양한 모습으로 감초 역할도 해내야 하기에 짧은 시간 1인 5역은 해낸 기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방문을 잠그고 스케치북에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림에 대한 관심이 장기적인 직업으로 삶에 힐링을 줄 수 있는 직업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방송국 경험이 언론홍보와 연결될 것 같다는 확신으로 예술의 전당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몇 년간은 현실과 이상의 충돌이랄까요. 달과 6펜스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예술의 전당 20년 차인 지금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이곳이 놀이와 일의 경계 없이 행복한 일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위 덕업일치를 이루셨군요(웃음). 과장님의 에너지와 긍정 마인드가 한 스푼 일조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어쩌면 소통의 수단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일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하고요.
네. 브라운관을 통한 시청자와의 교감을 이어 예술의 전당에서도 소통이 너무 중요한 기획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소통 뿐만 아니라 멋진 작품과 소통하며 진정한 기쁨과 위로를 느끼는 곳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이 막 들어와서 언박싱할 때 설렘을 느끼며 감격의 순간이 시작됩니다. 명화를 예로 들면 훌륭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감격과 숱한 역사를 거쳐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은 귀한 아이가 내 앞에 있다는 기쁨인 거죠.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니까요.
사람과의 소통은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도 중요한데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 해외미술관투어 중장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결혼한 이후에 유럽 주요 미술관 투어를 홀로 다닌 몇 년 동안 한 번은 터키뮤지엄을 섭렵하려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터키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서 탱크 위에 총 들고 있는 사람들이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었어요. 공항에서 순간 갈등했었죠. 이대로 나라를 바꿔서 다른 일정을 가느냐 포기하느냐의 순간에 그대로 터키투어를 감행했습니다.
터키공항에 가보니 테러가 있었던 장소를 보여주는 관계자의 말에 심장이 쫄깃해졌어요. 심지어 이스탄불 숙소의 첫날밤 새벽에 폭죽 소리에 잠이 깼는데 알고 보니 총소리라는 거예요. 그러나 어렵게 마음 먹은 직딩의 휴가 미술관 투어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야소피아 박물관, 톱카프궁전,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등에서의 가슴 뛰는 경험은 위험의 걱정도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남프랑스, 빠리, 시칠리아, 영국, 중국, 일본을 종횡무진 질주하던 그 시간이 지금은 저에게 보석함 같은 경험입니다. 언제든 그때의 감격스러운 순간으로 시간 여행할 수 있으니까요.
하마터면 못 뵐 뻔 했습니다. 천만 다행이에요. 과장님의 직딩어린(!) 강심장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웃음).
우여곡절 끝에 개최한 전시는 수명이 5년은 단축된 느낌입니다. 하지만 전시를 오픈하고 관객과 만나면 힘들었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무대의 막은 오른다’
항상 기획자가 하는 얘기입니다.
지금은 그때 축적한 보석함에서 경험치 하나 하나를 꺼내 일선에 응용하고 계실 텐데요. 한 개의 전시회가 열릴 때까지 무수한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기획 단계부터 작품을 들여오고 설치하는 과정들이 그러한데 그게 원거리일수록, 운반이 어려운 작품일수록 더 복잡할 것 같거든요. 기억에 남는 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대형전시 준비 중 운송업체나 항공사의 파업으로 전시 개최시기가 불가피하게 미뤄지거나 급하게 다른 항공사로 변경하는 등 예측하지 못한 운송상의 문제로 기획자를 당황스럽게 하는 일도 있고요.
반대로 미이라전이나 피카소전시 같은 경우 관객이 같은 층의 로비를 넘어서서 계단을 타고 아래층 로비 공간까지 줄을 서서 관객의 물결로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있었던 일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슴 졸이는 헤프닝이 많으셨어요. 그렇게 우여곡절이 큰 전시회일수록 관객들에게 공개될 때 소회가 정말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중에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생기기 마련인데 천재지변, 사건사고는 피해가기 어렵지만 소통의 문제는 이해 관계를 떠나서 서로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으로 너무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 개최하게 된 전시는 5년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처럼 긴장됩니다. 그렇지만 전시는 오픈하고 관객이 작품을 접하고 감동을 받는 순간은 힘들었던 감정은 눈녹 듯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무대의 막은 오른다” 항상 기획자가 하는 얘기입니다.
“얼마나 풍부한 지식을 갖추느냐 보다
얼마나 많은 작품과 마주하느냐
아닐까요.
그리고 그 느낌으로 상상을 펼쳐보는 건
너무도 멋진 일이라 생각됩니다.”
때로 그 어떤 대단한 정보나 지식보다 한 폭의 그림, 하나의 예술작품이 주는 힘이 더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언어 이상의 언어로 교감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예술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럼에도 수입이 줄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문화생활이라고 하잖아요.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실 것 같은데요.
최근 국내 미술시장은 정말 많이 성장해서 한국이 차지하는 세계의 위상도 높아지고 많은 계층에서 마니아가 늘어가고 있는데요. 특히 젊은 층의 미술 사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 희망이 있다고 보여져요. 물론 현실이 힘들면 문화생활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는 있지만 특히 전시는 가성비 좋은 최고의 문화생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의전당에 오시면 클래식, 연극을 비롯해 전시를 관람하고 예술의전당을 요람처럼 감싸고 있는 우면산의 기운을 느끼면서 완벽한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도심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자연이 어우러져 오감이 만족되는 반나절 코스가 될 수 있습니다.
전시기획자로서 전시 관람을 내것으로 만드는 관람 꿀팁을 전수해 주신다면요.
예술이라는 단어가 포함하는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고 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도슨트 제도나 교육프로그램, 유투브 미술채널 등 하나의 전시에 관해 도록이나 홈페이지 내용만 참고하더라도 작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이해의 접근이 쉬울 수 있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부터 시작하는 것, 하나의 작품에서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부터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구도와 원근법, 회화 양식, 조율과 상징을 알아가고 작가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림은 자신과 사회를 투영하는 예술의 도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얼마나 풍부한 지식을 갖추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작품들과 마주하고 거기에서 느낌을 갖고 상상력의 세상을 펼쳐보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주관적인 감성, 취향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 최고의 작품입니다.
가치를 다 환산할 수 없는 멋진 보물상자를 열어보려면 전시장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블록버스터나 큰 규모의 전시장이 아니더라도 일단 가까운 전시장부터 찾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주 보고 많이 느끼고 경험한 전시부터 알아가고 공부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성숙할 수 있고요. 나의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가까운 전시장부터 걸음하는 것 그리고 나의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공연과 전시회 문턱은 낮아졌을 뿐 아직 다 사라지지는 않은 듯 합니다. 대개가 영화관은 쉽게 찾으면서 공연과 전시회는 마음을 먹어야 가게 되거든요. 공연장과 전시회 문턱을 사라지게 해주는 과장님의 설득이 필요합니다.
전시는 또는 미술은 많이 알아야 한다는 부담을 접고 하나하나 보면서 느껴간다는 마음으로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전시는 복잡한 현실을 떠나 가장 가성비 좋게 자신과의 소통이 가능한 곳입니다. 마음을 열고 예술과 사랑에 빠진다면 무한한 일상의 기쁨과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무심코 지나친 내 주변의 핫플레이스, 멋진 공간, 자연환경도 유심히 자세히 또는 멀리서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하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운 오브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든 깨달음이 있고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과장님의 시선에 과장님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앞두고 있는 재밌는 일들과 과장님 계획과 바람이 궁금합니다.
예술의 전당은 내년 가을 한가람 미술관 레노베이션을 시작합니다. 더욱 쾌적하고 멋진 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새단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재개관에 맞춘 멋진 전시기획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술을 가장 쉽고 편하게 들려주는 메신저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미술관이 놀이터가 될 수 있고 아름다운 일상이 될 수 있는 힐링공간이 되기 위해 따뜻한 해설가, 멋진 기획자가 되는 것이 미래의 바람입니다.
인터뷰이 정다미 과장은
KBS 문화지대 리포터와 케이블 방송 온에어 뷰티채널, 씨네마 파일 MC를 거쳐 목포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목포MBC 뉴스데스크, 음악프로그램, 각종 시사토론회와 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방송 활동을 축적했으며 이후 예술의 전당으로 일터를 옮겨 현재는 예술의 전당 시각예술부 과장을 지내며 예술의 전당 홍보, 대관 및 공연기획, 사회공헌 전시 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다.
면접 특강, 이미지 메이킹, 소통의 기술 등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는 문화예술행사 도슨트 진행 및 개막식 사회, 기자간담회 등 방송 경험을 녹여낸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활동 범주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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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이진복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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