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2 오명호 소장

협상에 대한 오해는 넓고, 깊다. 상대방을 꼬드겨 내 이익을 챙기는 행위로 여긴다. 꼼수 혹은 권모술수와 혼동해 쓸 정도다. 협상을 윤리 도덕에 어긋난 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 지는 게 이기는 거고, 양보가 미덕이라고 배우며 자란 탓이다. 협상을 시도한다는 건 뭔가 음흉한 속셈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협상의 기술이 양지로 나오지 못했던 이유다. 맞다, 오해다.

‘협상’ 하면 대부분 국가 간 외교나 기업 간 M&A를 떠올린다. 평범한 소시민이자 직장인인 나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협상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 잘못된 생각이다. 협상에 대한 이런 오해가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협상은 나와 상관없는, 거창한 일이다.

첫 번째 오해다. 일상을 둘러보자. 간단한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일에서부터 자동차나 집을 사고파는 일, 회사에서 협업을 할 때나 외부 거래처를 상대하는 일, 나아가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 간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서로 조율하고 합의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매 순간이 협상이다.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상황들에 협상이 빠질 수가 없다. 그래서 협상은 단순한 비즈니스 기술이 아니다. ‘삶의 기술’이다. 업종과 직종을 막론하고 협상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오해는 상대를 이겨야 성공한 협상이라는 생각이다. 흔히 협상을 승부라 생각한다. 이기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계획을 꾸민다 생각한다. 이기지 못하면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쟁이 따로 없다. 사과가 10개 있다. 상대가 6개를 가지면 내가 가질 수 있는 사과는 4개뿐이다. 더 많은 사과를 원한다면 이겨야 한다는 논리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다. 틀렸다. 협상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데 있지 않다. 양측의 이해 충돌이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최선의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게 협상이다. 요컨대, 둘 간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협상은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고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 나가는 솔루션이다. 이번엔 내가 좀 덜 갖더라도 다음번에 더 많은 것을 가지기로 합의한다면 훌륭한 협상이다. 눈앞의 이익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의 승패 대결로 접근하는 협상은 모두에게 비극이다.

세 번째 오해는 협상은 상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잘 설득할 수 있을까?’ 협상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이다. 상대를 설득해 내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마음이다. 이러한 접근이 협상을 망친다. 협상은 설득이 아니다. 설득은 ‘당하다’는 동사와 연결된다. 유쾌한 일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을 내 뜻대로 바꾸는 일. 설득의 사전적 의미다. 남의 뜻에 따라 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협상에서 상대를 설득하려 해선 안 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첫째, 설득은 100 대 0을 기대하게 만든다. 설득하는 사람에게만 좋은 일이다. 둘째, 설득은 정보 비대칭을 전제로 한다. 정보가 없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진 상대는 말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나와 같은 정보를 똑같이 갖고 있다면? 셋째, 설득의 태도는 ‘답정너’의 그것이다. 정해진 결론으로 성공적인 협상을 꿈꾸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설득하지 말라.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협상을 잘하고 싶다고?

출발은 협상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는 것부터다.

칼럼니스트 오명호는

특일급호텔 마케팅기획을 시작으로 증권사 영업, 재무컨설팅, 부동산 분양 그리고 제조 기업의 구매, 공시, 법무 업무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현장을 섭렵했다. 2014년 협상교육 전문가의 길로 나서 현재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를 운영,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협상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전기, 에스원, SEMES 등 삼성그룹의 협상교육을 도맡아 진행해 왔으며, SK그룹, CJ그룹, KCC그룹, 한국금융연수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실무 협상교육을 개발,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수>,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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