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8 온라인뉴스팀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화장, 목욕, 요리 등 남성 총리들이 겪지 않는 일들로 훨씬 바쁘다” 솔직 토로 파문

정치 일정에 화장 시간조차 배정되지 않는 ‘남성 중심적 정치 시스템’의 민낯 폭로… 가사 노동과 엄격한 외모 규범이라는 이중 굴레에 갇힌 일본 여성들의 현실과 정면 충돌

여성에게 과도한 가사 부담과 사회적 역할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현실 대변인가, 최고 권력자의 부적절한 불평인가… 보수파 ‘철의 여인’의 발언이 동아시아 젠더 지형에 던진 묵직한 화두 심층 진단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일본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의 몸으로 행정부 최고 수반인 내각총리대신 자리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남성 전임 총리들과 비교해 자신의 일상이 훨씬 더 분주하고 고달픈 이유로 ‘화장과 목욕, 요리 등 가사 노동’을 꼽으면서 일본 열도와 글로벌 여론이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집중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공식 석상 및 언론과의 질의 과정에서 “여성 총리로서 매일 화장을 하고, 머리를 손질하며,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남성 전임자들에 비해 개인적인 시간 소모가 훨씬 크고 바쁘다”는 취지의 솔직한 고백을 내놓았다. 특히 공개된 영상 속에서 총리는 “공식 일정표에 내가 화장을 할 시간조차 전혀 배정되어 있지 않았다(there was no time allotted for me to do my makeup)”고 털어놓으며, 남성 위주로 짜여온 기존 영수들의 공식 일정과 여성 지도자가 감당해야 하는 신체적·사회적 요구 사이의 괴리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최고 권력자의 이 같은 발언은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와 완고한 성역할 분담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가장 민감한 뇌관을 정면으로 건드리며 전 세계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단순한 지도자의 사적인 푸념 수준을 넘어, 오늘날 일본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마주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이중 부담(Double Burden)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클럽인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가정 내 가사 노동과 돌봄의 불균형이 가장 극심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적으로도 일본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하루 평균 4배에서 5배 이상의 무급 가사 노동과 육아를 전담하고 있으며,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라 할지라도 ‘완벽한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집안 살림을 흠잡을 데 없이 꾸려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면 단정하고 결점 없는 화장과 복장을 갖추어야 한다는 완고한 ‘미용·외모 에티켓’ 규범까지 겹치면서,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몸가짐’에 소모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억 2천만 인구를 이끄는 최고 통치권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 시간 부족과 식사 준비, 가사 부담을 토로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일본 내 수많은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즉각적인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냈다. 소셜미디어와 여론 일각에서는 “국가 최고 권력에 오른 여성 총리조차 매일 아침 남성 관료들이 요구하는 완벽한 외모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화장을 해야 하고, 귀가 후 가사 노동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총리 관저의 스케줄러조차 여성의 기본적인 신체적 준비 시간을 배려하지 않고 오직 남성 기준의 생활 리듬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 일본 정치권의 남성 중심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국가의 정상에 서서도 남성 전임자들과 달리 끊임없이 ‘보여지는 외모’에 대한 평가와 ‘가정적 역할’에 대한 이중 잣대를 의식해야 하는 여성 정치인의 실존적 피로감이 총리의 솔직한 입을 통해 여실히 폭로된 셈이다.

반면 일본 정치권과 보수 진영, 그리고 일부 비판적 여론에서는 총리의 발언을 두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국가의 안보와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내각 수반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화장이나 요리 같은 사적인 집안일을 핑계로 ‘더 바쁘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이 총리로서의 품격과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야 할 엄중한 시기에 성별에 기인한 개인적 고충을 부각하는 것이 자칫 지도자로서의 결단력과 역량에 대한 불필요한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성향으로 꼽히며, 부부별산제(부부가 서로 다른 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반대와 전통적 가족 제도의 수호를 앞장서서 외쳐왔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평소 정책적으로는 전통적 성역할과 가부장적 질서를 옹호해 온 정치인이, 정작 자신이 그 제도와 관습의 굴레 속에서 피해를 입자 뒤늦게 여성으로서의 고단함을 호소하는 것은 지독한 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는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lobal Gender Gap Index)에서 매년 110위권 밖의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일본의 후진적인 젠더 현실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계는 여전히 중장년 남성 엘리트들이 파벌과 밀실 정치를 좌우하는 전형적인 ‘노인 남성 중심 사회(Old Boys’ Club)’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관저와 국회의 모든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일정표는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회식을 이어가며, 집안일과 아이 돌봄은 집에서 전업주부 아내가 전담해 주는 남성 관료들의 삶의 방식을 표준 모델로 삼아 굴러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여성이 진입했을 때 겪는 구조적 마찰은 단순히 개인의 체력이나 부지런함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으며, 정치와 노동 시스템 전반의 시간 구조를 재설계하지 않는 한 ‘유리천장’을 깨고 진입한 소수의 여성 리더들마저 극단적인 소진(Burnout)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뉴욕타임스가 집중 조명한 다카이치 총리의 ‘가사·화장 시간 토로’ 해프닝은, 한 국가가 ‘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이라는 화려한 정치적 상징을 달성했다고 해서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성차별적 제도와 문화가 저절로 해소되는 것은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 씁쓸한 자화상이다. 아침 거울 앞에서 화장할 시간조차 없이 쫓기며 관저로 향하는 총리의 모습은, 매일 아침 출근길과 퇴근길 지하철에서 가사와 직장 업무 사이를 숨 가쁘게 오가는 수백만 일본 보통 여성들의 피로와 정확히 겹쳐 보인다. ‘철의 여인’을 자처하던 보수 총리의 입에서 터져 나온 이 작은 고백이 단순한 정치적 논란을 넘어, 남성 중심으로 굳어진 일본의 일하는 방식과 완고한 젠더 규범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구조 개혁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나가타초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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