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온라인뉴스팀
일본 영자지 재팬 타임스(The Japan Times) 집중 보도…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이 전통적인 ‘전략적 모호성’과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적 현실 분석
한반도와 대만 해협의 ‘동시 비상사태(Dual Contingency)’ 우려… 미군기지 이동과 북한의 오판 가능성 속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경고 목소리 조명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 및 전문가 진단: 비군사적 지원(39.4%)부터 후방 군수 지원까지 한국 사회 내부의 미묘한 인식 변화와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새로운 시험대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세계 지정학의 화약고로 떠오른 대만 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발할 경우, 대한민국은 과연 지정학적 소용돌이를 피해 철저한 중립과 방관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엄중한 물음이 국제 외교가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일본의 유력 영자지 재팬 타임스(The Japan Times)는 최근 ‘한국은 대만 전쟁을 비껴갈 수 있는가?(Can South Korea stay out of war over Taiwan?)’라는 제하의 심층 기획 보도를 통해, 그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의식하며 사안을 회피해 온 서울의 전통적인 ‘전략적 모호성’과 거리두기 전략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타오위안 등지에서 실시된 연합 도하 및 상륙 지원 훈련 현장의 긴장감 넘치는 풍경을 배경으로 다뤄진 이번 보도는, 대만 해협의 위기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한반도의 명운을 직접 뒤흔들 시한폭탄임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재팬 타임스는 한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한반도 안보에만 집중하기 위해 그동안 ‘안전한 길(play things safe)’을 택해 왔으나, 대만 분쟁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반도가 그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야당의 중진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팬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며, 대만 관련 지역 정세 불안에 대해 한국이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타이베이와 단교하고 베이징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은 이후 서울이 고수해 온 신중론이,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와 함께 근본적인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안보 전략가들이 가장 극도로 경계하는 시나리오는 대만 해협과 한반도에서 위기가 동시에 터지는 이른바 ‘동시 비상사태(Dual Contingency)’의 악몽이다. 앞서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등 국제 안보 연구기관들은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주한미군 기지의 자산과 전력이 대만 해협 지원을 위해 차출되거나 이동하면서, 한반도 전선의 방위 태세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미국의 시선과 군사력이 대만으로 분산된 틈을 타 한반도에서 국지적 도발이나 군사적 에스컬레이션을 감행할 절호의 기회로 오판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에 합의할 당시, 미국은 한국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북아 지역 분쟁에 한국이 연루되지 않도록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주한미군 기지와 자산이 실전에서 어떻게 운용되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과 범위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남겨져 있다.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홍태화 연구원은 이러한 모호성이 오히려 외교적 리스크를 키운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국가적 이익과 대만 해협에서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불확실성(Ambiguity over ends)은 동맹의 결속을 부식시키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유사시 한국군이 직접적인 전투 병력을 파견하지 않더라도, 주한미군 기지를 발판 삼아 미군의 항공기, 인력, 군수 물자가 대만 해협으로 이동하는 후방 물류 허브(Rear-area logistics hub) 역할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베이징의 거센 보복과 대적 공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 국민들의 대만 유사시 역할에 대한 인식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4%가 비군사적 지원을 지지했으며, 15.6%는 후방 군수 지원을, 14%는 주한미군의 대만 전개 허용을 지지하는 등 일정 수준의 역할 분담을 용인할 수 있다는 여론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최근 한·미·일 외교 수뇌부들이 연쇄 회의를 갖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거듭 재확인한 것은 이러한 전략적 연대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여전히 실질적인 개입 수위와 역할에 대해 극도의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억제력은 명확한 능력과 준비 태세에서 비롯되는 만큼, 모호함 뒤에 숨기보다는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정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만 해협의 파고가 거세질수록,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안개 속에 안주할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면서도 글로벌 안보 주체로서의 책임을 조화롭게 감당해야 하는 대한민국 외교·안보 라인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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