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2 온라인뉴스팀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달러화 대체 시스템 구축 겨냥한 중국 주도 디지털 통화 네트워크서 전격 철수
‘탈(脫)달러화’와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 야심에 찬물… 미·중 패권 경쟁 속 안보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 고려한 전략적 거리두기 분석
페트로위안(Petroyuan) 확산 및 다자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블록화 구상 중대 기로… 글로벌 금융 결제망 재편 시험대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전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독점적 위상에 맞서 자국 통화 기반의 새로운 국제 결제망을 구축하려던 중국의 ‘탈(脫)달러화’ 프로젝트가 최대 우군으로 꼽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탈로 결정적인 암초를 만났다. 영국 유력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이 달러 체제를 대체할 대안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중국이 주도해 온 국경 간 디지털 통화 플랫폼에서 전격 탈퇴(withdraw)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심장이자 반세기 동안 ‘페트로달러(Petrodollar)’ 시스템의 확고한 기둥 역할을 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디지털 화폐 결제 동맹에서 발을 빼면서, 글로벌 에너지 및 무역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고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려던 베이징 당국의 금융 전략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에 사우디가 탈퇴한 플랫폼은 중국인민은행(PBOC)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주도해 온 다자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m-CBDC) 국경 간 결제 네트워크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존 미국 중심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과 뉴욕 청산 체계를 거치지 않고, 참여국 중앙은행들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통해 무역 대금을 실시간으로 직접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인프라였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강력한 금융 제재를 목격한 중국은 달러 결제망 배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e-CNY)를 결합한 국경 간 결제 플랫폼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여는 중동의 막대한 오일머니와 중국의 거대 에너지 소비 시장을 디지털 통화로 직결시키는 핵심 연결고리로 여겨졌으나, 사우디가 전격적으로 철수를 단행함에 따라 이 구상은 근본적인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국제 금융 및 지정학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번 결정 배후에 워싱턴과의 안보 협력 복원 및 경제적 실리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 아래 중국과의 경제·인프라 협력을 대폭 확대하며 ‘페트로위안’ 결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 지렛대를 휘둘러 왔다. 그러나 국가 안보의 궁극적 보루인 미국과의 상호방위협정 체결, 첨단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기술 확보, 민간 원전 협력 등 핵심 전략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달러 패권에 정면 도전하는 중국의 금융 연합에 몸을 담그는 것이 감당하기 힘든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사우디 리얄화(SAR)가 여전히 미국 달러화에 엄격하게 고정(페그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달러 결제 인프라를 우회하는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 실익이 크지 않다는 금융 당국의 현실적 판단도 결정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의회와 재무부 등 서방 당국의 강력한 견제와 압박 역시 이번 사우디의 철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안보 및 금융 관료들은 중국이 주도하는 국경 간 디지털 화폐 플랫폼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회피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서방 주도의 글로벌 금융 투명성 감시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관여하는 다자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기술 주도권과 거래 비중을 중국이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서방 진영 내에서 끊이지 않았다. 사우디로서는 전통적 우방인 서방 금융권과의 관계 단절이나 미국의 잠재적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중심의 디지털 결제망에 잔류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셈이다.
이번 사태는 시진핑 지도부가 야심 차게 밀어붙여 온 ‘위안화 국제화’와 ‘달러 헤게모니 균열’ 구상에 뼈아픈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은 막대한 무역 흑자와 에너지 수입 지위를 바탕으로 브릭스(BRICS) 및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을 규합해 비(非)달러 무역 결제 비중을 높이려 했으나,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금융 거점인 사우디가 등을 돌림으로써 ‘탈달러 연대’의 취약성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법치와 개방된 자본시장, 그리고 압도적인 군사력과 안보적 보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단순한 기술적 디지털 화폐 결제망만으로는 수십 년간 축적된 미국 달러화의 네트워크 효과를 대체하기 불가능하다는 금융사의 준엄한 법칙이 재확인되었다. 사우디의 전격 철수로 파열음이 난 국경 간 디지털 통화 플랫폼을 두고, 향후 글로벌 금융 결제 질서를 둘러싼 미·중 간의 보이지 않는 화폐 전쟁은 한층 더 첨예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져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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