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3 온라인뉴스팀
자국민 보호·영토 주권 침해에도 실효적 대응 전무… “보수 매파 정권의 ‘강경론’은 국내용 구호에 불과” 여론 폭발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강한 일본’과 원칙에 기반한 당당한 외교·안보 노선을 표방해 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내각이 미국과 러시아라는 두 초강대국을 상대로 무기력하고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며 취임 이래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인 일본 국적의 아카네 토모코(赤根智子) 소장에게 전격적인 제재를 가했음에도 워싱턴의 눈치를 보느라 침묵에 가까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전격 방문이라는 중대한 영토 주권 도발 앞에서도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일본 조야와 여론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본 유력 영자지 더재팬타임스(The Japan Times)는 2026년 8월 22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다카이치 총리 행정부가 미국 정부의 아카네 토모코 ICC 소장 제재 조치 및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분쟁 도서 방문에 대해 보여준 미온적이고 나약한(weak) 대응으로 인해 정계와 여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외교 참사의 첫 번째 뇌관은 미국 정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수뇌부 제재 조치에서 비롯됐다. ICC는 최근 중동 및 우크라이나 등 주요 분쟁 지역에서의 전쟁범죄 혐의와 관련해 국제법에 따른 사법적 절차를 엄격히 집행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문제는 미국 행정부가 법적 독립성을 지닌 국제기구의 수장이자 자국민인 일본 국적의 아카네 토모코 소장을 직접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는 점이다. 아카네 소장은 일본인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사법기구의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른 상징적 인물이다.
그러나 다카이치 내각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워싱턴에 강력한 유감 표명이나 제재 철회 요구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수준의 무색무취한 원론적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일본 내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국제기구 수장으로 선출된 자국민이 동맹국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제재로 명예와 법적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기본적인 자국민 보호 의무마저 방기한 채 미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며 격렬한 규탄을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이는 일본이 표방해 온 ‘법의 지배(Rule of Law)’와 국제 규범 질서 수호라는 외교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한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러 외교에서도 일본 정부의 무기력함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군의 영토 점령 81주년에 맞춰 일본이 반환을 요구해 온 쿠릴 4개 섬을 전격 방문하고, 현지 수산공장과 학교를 시찰하며 실효 지배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심지어 러시아 외무부는 주러 일본대사를 외무부로 불러들여 모욕적인 훈계를 쏟아내며 “이 섬들을 둘러싼 영토 논쟁은 영구히 끝났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노골적인 주권 무시와 외교적 조롱 앞에서도 다카이치 정부의 대응은 주일 러시아 대사 초치와 통상적인 성명 발표라는 ‘늘 해오던 항의’ 수준에 머물렀다. 과거 아베 신조 정권 시절부터 막대한 경제협력 자금을 투입하고도 영토 협상에서 아무런 실익을 챙기지 못했던 일본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 동참으로 러시아와의 외교 채널마저 완전히 파탄 난 상황에서 마땅한 지렛대를 찾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 정치권의 반발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 진영은 “다카이치 정권이 대외적으로는 안보 강화와 방위비 증액을 외치며 강경 매파를 자처하더니, 정작 미국 앞에서는 맹목적으로 굴종하고 러시아의 명백한 영토 도발 앞에서는 입도 뻥긋 못 하는 무능과 이중잣대를 드러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심지어 자민당 내부의 정통 보수파 사이에서도 “자국민이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고 고유 영토가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의 부재는 보수 정권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라며 내각의 외교 역량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일 동맹에 대한 지나친 종속성과 전략적 자율성의 결여라는 일본 외교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결과라고 분석한다. 미국 중심의 신냉전 블록화에 적극 편승하면서도 정작 자국의 핵심 국익이나 국제 규범이 미국의 국익과 충돌할 때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북·중·러 연대 구도 속에서는 역내 긴장을 완화할 독자적 외교 공간을 스스로 좁혀버렸다는 진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안보 위기 대응 능력과 국가 주권 수호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며 정권을 잡았으나, 잇따른 대미·대러 외교 실패로 인해 ‘국내용 호통 정치’에 불과했다는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외교적 굴욕 논란이 정권 지지율 하락의 기폭제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다카이치 내각이 이 거대한 외교적 사면초가 국면을 돌파할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권의 리더십과 국정 동력 전반이 급격히 표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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