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3 온라인뉴스팀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연구진, 시스템생물학 기반 ‘디지털 트윈’ 활용해 대장암세포 정상화 3대 핵심 유전자(HDAC2·FOXA2·MYB) 규명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수십 년 동안 인류의 암 치료는 ‘암세포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기 전에 독성 물질로 암세포를 완전히 사멸(Killing)시키는 것’을 유일한 정답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시스템생물학 기술을 활용해 통제 불능으로 증식하는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본래의 건강한 정상세포로 되돌리는(Reprogramming) 혁신적인 ‘가역적(Reversible) 치료’ 원천 기술을 세계 최초로 체계화해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항암 치료의 치명적 한계로 꼽히던 정상세포 손상, 극심한 부작용, 약제 내성(재발) 문제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 패러다임이 열렸다는 평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 세포가 악성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자 네트워크의 동역학적 특성을 컴퓨터 가상 모델로 구현하고, 이를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핵심 조절 스위치를 찾아내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정식 게재됐다.

연구진은 발생학적으로 암세포가 완전히 이질적인 괴물 세포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가 분화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미성숙한 원시 상태로 퇴행(De-differentiation, 탈분화)하며 성숙한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마치 성인이 성장 과정에서 습득한 모든 지식과 사회적 규범을 잊고 미성숙한 상태로 회귀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조광현 교수팀은 “한 방향으로 일어난 퇴행 현상이라면, 세포 내 조절 회로를 적절히 조작해 다시 원래의 정상 분화 경로로 밀어 넣는 역방향 제어도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정상 대장세포가 성숙 조직으로 분화하는 복잡한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컴퓨터 가상 환경에 완벽히 복제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했다. 기존의 생물학적 접근법이 수만 개의 유전자를 일일이 실험하며 우연한 발견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연구진은 디지털 트윈 상에서 방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세포의 운명 궤적을 정상으로 틀어쥘 수 있는 ‘마스터 분자 스위치’를 수학적·시스템적으로 추적했다.

수많은 가상 실험 끝에 연구팀은 암세포의 악성 운명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핵심 유전자 3종, 즉 HDAC2, FOXA2, MYB를 최종 도출했다. 이어 실제 실험실 배양 대장암 세포를 대상으로 이 세 가지 유전자의 발현을 동시에 억제(Off)하는 검증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억제 신호를 받은 대장암 세포는 통제 불능의 폭주 증식을 즉각 멈추고 공격적인 침습성을 상실했으며, 유전자 발현 패턴과 형태학적 특성 모두에서 건강한 정상 장 점막 상피세포와 완벽에 가깝게 유사한 형질로 복귀했다.

생체 내(In vivo) 효능 검증을 위한 동물실험에서도 괄목할 성과가 확인됐다. 리프로그래밍된 세포를 이식받은 실험쥐는 처리되지 않은 암세포를 투여받은 대조군 쥐에 비해 종양의 크기가 극적으로 감소했으며, 형성된 조직 역시 유전학적으로 정상 장 조직에 수렴하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파괴와 사멸 대신 세포 내부의 컨트롤 패널 스위치를 조작해 ‘망가진 자동차를 폐차하는 대신 원래 달려야 할 정상 도로로 복귀시킨’ 메커니즘이 생체 내에서도 그대로 구현된 것이다.

이번 연구가 갖는 임상적 가치는 실로 막대하다. 현재 임상에서 널리 쓰이는 화학요법(항암제)과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골수세포, 모낭세포, 위장관 점막 등 정상 분열 세포까지 무차별 파괴해 극심한 전신 쇠약, 면역 저하, 구토, 탈모 등의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유발한다. 더욱이 사멸을 피한 소수의 내성 암세포가 변이를 일으켜 더 공격적인 형태로 재발하는 치명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순화시키는 가역 치료는 독성 물질을 체내에 투여할 필요가 없어 정상 조직의 손상을 원천 배제할 수 있으며, 내성 유발 위험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조광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시스템생물학 기술을 통해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며 “암을 근절의 대상이 아닌 ‘조절과 정상화’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근본적인 치료 철학의 대전환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의학계는 이번 기술이 대장암에 국한되지 않고 췌장암, 폐암, 간암 등 난치성 고형암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초 연구 단계에서 입증된 3대 핵심 분자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소분자 화합물 및 유전자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인류의 오랜 난제였던 ‘부작용 없는 정밀 암 치료’가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암 정복을 향한 과학계의 오랜 싸움에서 컴퓨터 공학과 생명과학의 융합이 쏘아 올린 이번 쾌거는 미래 정밀 바이오 의료의 새 지평을 열어젖힌 역사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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