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3 온라인뉴스팀
넷플릭스 글로벌 흥행작 ‘배들리 인 러브(Badly in Love)’ 홍보 포스터 제작했던 日 법무성, 거센 비판 직면 후 협업 전면 취소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일본 정부 법무성이 비행 청소년, 폭주족, 전직 야쿠자 등 범죄 이력을 지닌 청춘남녀들의 연애와 교화를 다룬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리얼리티 쇼와의 공식 공익 홍보 협업을 전격 취소했다. 교정·교화 행정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가 흉악 범죄 전력자의 서사를 상업화한 연애 프로그램과 손을 잡고 대대적인 포스터 캠페인을 펼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강력 범죄를 낭만화하고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2차 가해를 안겼다”는 거센 여론의 역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재팬타임스(The Japan Times) 및 현지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은 넷플릭스의 인기 데이팅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배들리 인 러브(Badly in Love)’와의 홍보 파트너십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법무성 산하 보호국은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갱생(Rehabilitation) 이념을 홍보한다는 명목하에 온몸에 문신을 새긴 시즌2 출연진들이 대거 등장하는 공식 홍보 포스터를 제작·배포하며 이례적인 민관 협력 캠페인을 개시한 바 있다.
‘배들리 인 러브’는 일본 특유의 불량 청소년 하위문화인 ‘양키(Yankee)’ 문화를 조명한 리얼리티 예능이다. 거친 성장 환경 속에서 소년원 수감이나 폭력 조직 가담 등 어두운 과거를 겪은 청춘남녀들이 한 숙소에 모여 합숙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진정한 사랑과 성장을 찾아가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지난해 12월 첫 시즌이 공개된 이후 일본 현지는 물론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국가 넷플릭스 톱10 순위에 수주 동안 오르는 등 글로벌 흥행을 기록했다. 제작진은 방황하던 청년들이 사회적 편견을 딛고 갱생하는 진솔한 과정을 담아낸 ‘사회적 실험’이라고 프로그램을 홍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방영된 시즌2 에피소드에서 한 출연자가 털어놓은 충격적인 과거 범죄 고백이 결정적인 뇌관으로 작용했다. 해당 남성 출연자는 과거 학창 시절 또래 집단 내에서 자신이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의 몸에 고의로 불을 질러 체포된 적이 있다”고 태연하게 밝힌 것이다. 끔찍한 신체적 상해와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긴 방화 중범죄 행위를 마치 청소년기의 치기 어린 무용담이나 방황의 한 단면처럼 소비하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자, 일본 사회 전역에서 경악과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범죄 피해자 지원 단체들과 시민사회는 즉각 국가 사법·교정 기관인 법무성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겨누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했던 중범죄자가 엔터테인먼트 쇼의 스타로 조명받고 사랑을 쟁취하는 서사에 법무성이 공식 인증을 부여한 꼴이라며, 피해자의 고통을 완전히 외면한 몰염치한 탁상행정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법무성이 범죄자의 문신과 과거 악행을 일종의 멋과 개성으로 포장해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가해자는 방송에 나와 인기를 얻고 정부 홍보대사 대우를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법무성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법무성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협업은 과거의 범죄나 비행을 지지하거나 미화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 행위를 가볍게 치부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기획이 범죄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깊은 불편함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수많은 우려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여 파트너십을 즉시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성은 “이번 협업 취소가 과거 잘못을 저지른 이들의 사회 복귀와 갱생을 돕기 위한 국가적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미디어 및 문화 평론가들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OTT 플랫폼의 ‘자극적 서사 상업화’와 정부 부처의 ‘피상적인 미디어 편승’이 결합되어 빚어진 참사라고 지적한다.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하기 위해 범죄 이력자, 학교 폭력 가해자, 극단적 일탈자를 섭외해 감성적인 구원 서사를 덧씌우는 상업적 리얼리티 포맷의 구조적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갱생의 본질인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속죄, 법적·사회적 책임 완수’가 거세된 채, 연애와 패션, 신체적 매력만을 부각한 방송 콘셉트에 국가 교정 기관이 무비판적으로 편승한 것은 행정의 전문성과 윤리 의식 부재를 방증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아울러 이번 파문은 콘텐츠 산업 전반에 범죄 전력자의 미디어 노출 수위와 윤리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다양성’과 ‘진정성’이라는 미명 아래 실존하는 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망각하고 가해자의 일탈을 흥행의 도구로 삼는 관행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자체 심의와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가 공권력과 상업 미디어가 갱생과 범죄 미화의 경계선을 오판했을 때 어떤 사회적 파장을 낳는지, 이번 일본 법무성과 넷플릭스의 협업 철회 사태는 전 세계 미디어와 사법 행정계에 뼈아픈 반면교사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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