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8 온라인뉴스팀
파이낸셜 타임스 존 버넌-머도치 수석 칼럼니스트 데이터 분석… 고등교육 확장을 넘어선 영국 경제 전반의 ‘장기 정체’가 핵심 원인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경제전문매체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데이터칼럼니스트 존 버넌-머도치(John Burn-Murdoch)가 영국경제의 극심한 장기정체와 대졸자 임금프리미엄(Graduate Wage Premium)의 급격한 붕괴현상을 정밀하게 고발하는 분석리포트를 발표했다. 버넌-머도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인역량조사(PIAAC)및 룩셈부르크 소득연구(Luxembourg Income Study)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영 양국의 물가와 생활비를 보정한 실질시간당임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숫자 계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실질적 문맹·무식자(Functionally Illiterate/Innumerate)’수준의 근로자가 버는 시급이 영국의 평균적인 일반 근로자가 받는 시급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대학진학률이 높아져 대졸자가 흔해졌다는 일차원적 진단을 넘어, 영국 경제 체질 전체의 생산성 정체가 고학력 청년층에게 참담한 경제적 좌절을 안겨주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계적 경고다.
공개된 기술적 데이터 차트에 따르면, 문해력(Literacy)과 수리력(Numeracy) 평가에서 가장 낮은 ‘1단계 미만(Level <1)’에 해당하는 미국 근로자의 생활비 보정 평균 시급은 약 26달러에서 27달러 수준에 달한다. 반면, 영국의 경우 수리력과 문해력이 평균 수준(2~3단계)에 해당하는 숙련 근로자조차 시간당 25달러에서 30달러 안팎의 임금을 받는 데 그쳤다. 더 나아가 대학 졸업자 수준에 해당하는 영국의 최고 학력·숙련도 집단(4단계 이상)이 받는 시급 역시 약 35달러 수준에 불과하여, 미국의 중간 수준 숙련도(2~3단계) 근로자가 받는 시급(35~40달러)보다도 낮거나 비슷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미국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실질 소득 지표가 영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영국의 생산성과 임금 성장 동력이 지난 수십 년간 얼마나 비참할 정도로 둔화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대조해 준다.
그동안 영국 사회에서는 대졸자들의 상대적 소득 감소 현상, 즉 ‘대졸 프리미엄’의 급락을 두고 “대학이 너무 가파르게 확장되어 대졸 노동력이 과잉 공급되었기 때문”이라는 수공급 측만의 설명을 전형적인 정설로 받아들여 왔다. 실제 1999년만 하더라도 영국의 대졸자는 비대졸자에 비해 평균 80% 이상의 높은 임금을 지급받았으나, 최근 이 프리미엄은 약 45% 수준까지 대폭 축소되었으며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과 세금 공제를 고려하면 그 실질 격차는 훨씬 더 좁아진다. 그러나 버넌-머도치 칼럼니스트는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대학 교육을 급격히 확장한 미국, 캐나다, 유럽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영국과 같은 극단적인 대졸 프리미엄의 박탈이나 전체적인 임금 정체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객관적 데이터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교육 정책의 실패’나 ‘대학 과잉 공급’이 아니라, ‘영국 경제 전반의 실질적 성장 부재’라는 것이 이번 분석의 핵심 결론이다. 버넌-머도치는 “흔히 사람들은 교육이 경제적 성과를 견인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경제 전체의 활력과 성과가 교육의 가치와 성과를 결정짓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영국 청년층은 선진국 클럽 내에서도 손꼽힐 만큼 높은 수준의 교육을 이수하고 고학력 스펙을 쌓았으나,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제자리를 걸음하면서 투자한 노력과 학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경제적 대가를 받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기조는 청년 세대에게 성장에 대한 희망 대신 극심한 상실감과 분노만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왜곡된 임금 구조를 가속화한 또 다른 내부 요인으로 영국의 최근 최저임금(National Minimum Wage) 정책과 중간층 임금 압착(Wage Squeeze)이 지적된다. 영국의 최저임금은 지속적으로 인상되어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하한선을 받치는 긍정적 취지로 작용했으나, 경제 전체의 생산성 증대가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만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대졸 초임이나 중간 숙련직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흡수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교사, 간호사, 엔지니어 등 수년간 대학교육을 받고 전문 자격을 취득한 전문직들의 실질 소득이 최저임금 근로자와의 차이를 줄이지 못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고생해서 대학에 가고 기술을 배워봐야 남는 것이 없다”는 자조적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여기에 동결된 소득세 과세 기준과 높은 주거비 및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중산층 청년들의 실질 삶의 질은 부모 세대보다 현저히 악화되었다.
이번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는 단지 영국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비롯해 고등교육 진학률이 매우 높고 경제 성장 둔화 위험에 직면한 수많은 선진국들에게도 매우 엄중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학 구조조정이나 직업 교육 강화와 같은 단순한 교육 제도 개편만으로는 청년층의 경제적 삶을 구원할 수 없으며, 근본적으로 민간 기업의 투자 유치, 규제 혁신, 신산업 육성을 통한 전반적인 경제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어야만 고학력 인재들이 제값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결국 버넌-머도치가 짚어낸 “교육을 고치려면 먼저 경제부터 고쳐라(To fix education, fix the economy first)”라는 제언은, 국가 차원의 경제 성장 동력이 상실되었을 때 사회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뼈아프게 입증한다. 미국 문맹자의 시급과 영국 평균 근로자의 시급이 겹쳐지는 통계적 비극은, 획기적인 경제 체질 개선과 생산성 혁신 없이는 어떤 화려한 교육 정책도 청년들의 미래와 경제적 보상을 보장할 수 없음을 경고하는 엄중한 통첩으로 기록될 것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