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7 온라인뉴스팀
마크 저커버그·사티아 나델라·젠슨 황·일론 머스크 등 25개 기관 ‘오픈 웨이트 AI’ 옹호 공동 서한 발표… 오픈AI·앤트로픽은 서명 거부하며 맞불, 지정학적 패권 다툼으로 확산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인공지능(AI) 산업의 미래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테크 공룡들의 패권 다툼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정책, 국가 안보, 그리고 막대한 상업적 이해관계가 얽힌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메타(Meta)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를 필두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 테슬라 및 xAI의 일론 머스크 등 거대 기술 기업의 수장들이 일제히 ‘오픈 웨이트(Open-Weight, 가중치 공개) AI 모델’을 옹호하는 공동 행보에 나섰다. 이들은 미국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 오픈소스 AI 기술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생태계를 적극 지원할 것을 촉구했으나, 프론티어 AI 시장을 이끌어온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은 이에 맞서 서명을 거부하고 폐쇄형 모델 보호 정책을 로비하는 등 실리콘밸리가 정중앙에서 두 갈래로 심각하게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더스트리트(TheStreet)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를 비롯한 25개 주요 기술 기업 및 연구 기관이 공동으로 서명하여 워싱턴 정책 당국에 전달한 ‘오픈 웨이트와 미국의 AI 리더십(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이라는 제하의 공동 정책 서한이 있다. 이 서한은 미국 정부와 의회가 AI 규제 법안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오픈 웨이트 모델의 배포를 제한하거나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것을 경계하고, 미국이 글로벌 AI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픈소스 생태계의 확산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피력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 업계의 핵심 인물들은 각자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X, 구 트위터)을 통해 일제히 강력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업계 전반의 동료들과 함께 오픈 웨이트 모델이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최선의 길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역시 “오픈소스는 대중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기술과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막는 매우 긍정적이고 핵심적인 동력”이라며 “이번 공동 행동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개인 소셜 미디어 활동이 드물었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까지 직접 나서 “오픈 모델은 국가 및 기업의 기술 주권을 실현하고, 혁신의 전파를 가속화하며, 역설적으로 사이버 보안과 안전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으며, 일론 머스크 또한 저커버그의 글을 공유하며 “오픈소스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라고 힘을 보탰다. 업계의 대표적 거두들이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단일 목소리를 낸 것은 전례 없는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논쟁의 핵심인 ‘오픈 웨이트 AI’는 모델이 학습을 통해 얻은 수십억에서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 수치를 대외에 완전히 공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개발자나 기업은 이 수치를 다운로드하여 자신들의 자체 데이터센터 및 하드웨어에서 모델을 자유롭게 구동하고, 특정 목적에 맞게 미세조정(Fine-tuning)할 수 있다. 이는 중앙 서버나 외부 API(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첨단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며, 기업의 기밀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유출되는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결정적 장점을 지닌다.
반면 시장의 관심은 서한에 서명한 기업들만큼이나 ‘서명 명단에서 명확히 빠진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프론티어 AI 모델 시장의 선두 주자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이번 서한에 참여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들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대상으로 오픈소스 AI 모델, 특히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공개하는 오픈소스 모델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픈 웨이트 모델이 일단 인터넷에 배포되고 나면 악의적인 세력에 의한 사이버 공격, 무기 개발, 허위 정보 생성 등에 악용될 때 이를 사후에 제어하거나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안보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기술 전문가와 시장 분석가들은 이러한 안보 명분의 이면에 치밀한 ‘상업적 비즈니스 모델 보호’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의 핵심 수익원은 자신들이 독점 관리하는 서버의 API 호출 건수 및 토큰(Token)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매기는 방식이다. 만약 기업들이 성능이 우수한 오픈 웨이트 모델을 무료로 다운로드해 자체 서버에서 구동할 수 있게 된다면, 막대한 API 이용료를 지불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AI의 안전성에 대한 순수한 철학적 논쟁을 넘어,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려는 진영과 독점적 폐쇄형 모델을 통해 구독 및 API 수익을 지키려는 진영 간의 처절한 수익 모델 수호전으로 풀이된다.
이번 빅테크 결집의 직접적인 시발점이 된 결정적 계기는 지정학적 위기의식이었다. 지난 7월 16일, 중국 베이징 기반의 AI 스타트업 문샷 AI(Moonshot AI)가 글로벌 최첨단 모델에 육박하는 성능을 갖춘 오픈 웨이트 모델 ‘키미 K3(Kimi K3)’를 전격 공개했다. 키미 K3의 등장은 중국이 세계적인 수준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자체 개발하여 전 세계에 무상으로 뿌릴 수 있음을 입증한 사건이었으며, 발표 직후 미국 주요 반도체 및 테크 주가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저커버그와 나델라를 비롯한 서명파 경영진은 미국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자국 기업의 오픈소스 AI 개발을 억제할 경우, 전 세계 개발자 생태계가 중국산 오픈소스 AI로 대거 이탈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내부에서 아무리 오픈소스 AI를 통제하더라도 중국산 오픈 모델의 세계적 확산을 막을 수는 없으므로, 미국이 취해야 할 올바른 전략은 자국의 오픈 AI 생태계를 더욱 강력하게 지원하여 기술적 우위를 지키는 것이라는 논리다.
현재 미국 워싱턴 정가가 AI 모델 배포 규제, 첨단 컴퓨팅 자원 접근 제한, 안보 검증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법률안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실리콘밸리 거두들의 이번 집단 서한은 규제 입법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틀어쥐려는 총력전의 일환이다. AI 기술의 권력 집중을 막고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려는 진영과, 통제된 환경 속에서 기술의 안정성과 비즈니스 수익을 도모하려는 진영 간의 주도권 싸움은 향후 법안 제정 과정과 맞물려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