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4 온라인뉴스팀

황족 감소로 인한 존립 위기 속 ‘남계 남성’ 계승 원칙 둘러싼 보수·개혁 진영의 대립과 메이지 시대 확립된 계승 제도의 역사적 실체 및 황실 개혁 방향 집중 분석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일본 황실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후계자 부족 문제가 국가적 안보 및 정체성 위기로 부상한 가운데, 황위 계승 자격을 ‘남계 남성(부계 혈통의 남성)’으로 엄격히 제한해 온 현행 ‘황실전범(皇室典範)’의 개정 논쟁이 보수와 개혁 진영 간의 거대한 역사적·정치적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팬 타임스(The Japan Times) 등 현지 언론과 정계 소식통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 서거 및 퇴위 이후 황실의 맥을 잇올 차세대 남성 후계자가 히사히토 친왕 단 한 명에 불과하다는 자비없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일본 의회와 정부 자문위원회는 여성 황족의 황실 남김(여성 궁가 창설) 및 구(舊) 황족 남계 후손의 양자 입적 등 황실전범 개정안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승 제도 개혁 논의의 이면에는 ‘2,600년간 단절 없이 이어져 온 만세일계(萬世一系)의 고유한 전통’이라는 보수파의 명분과, 이를 메이지 시대 근대 국가 수립 과정에서 기획된 ‘전통의 창조(Invention of Tradition)’로 바라보는 역사학계의 냉철한 시각이 정충돌하고 있어 일본 사회의 역사적 기억과 정치학적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재 일본 황실은 1947년 제정된 현행 황실전범 제1조인 “황위는 황통의 남계인 남성이 계승한다”는 조항에 철저히 구속되어 있다. 이에 따라 여성 황족은 일반 평민과 결혼할 경우 황족의 신분을 즉시 상실하게 되며, 이로 인해 전체 황족 수는 해가 갈수록 급감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 사이에 태어난 외동딸 아이코 공주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황위 계승 자격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으며, 현재 차기 황위 계승 순위는 일왕의 남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 왕세자와 그의 아들인 히사히토 친왕, 그리고 연로한 히타치노미야 마사히토 친왕 등 단 3명에 불과하다. 만약 히사히토 친왕이 향후 남성 후사를 보지 못할 경우 일본 황실의 혈통이 완전히 끊어질 수 있다는 실존적 위기의식이 초래되면서, 여성 황족의 혈통 유지 및 여성·여계 일왕 용인 여부가 국정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보수 정객들과 우익 단체들은 남계 남성 계승 원칙이 일본의 고유한 정체성과 신성한 전통을 지키는 철옹성이라 주장하며, 여성 일왕이나 여성계를 통한 계승은 황실의 정통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고대부터 이어져 온 만세일계의 혈통적 단일성을 강조하며, 대안으로 태평양 전쟁 직후 미군정(GHQ)에 의해 황족 신분을 상실했던 11개 구(舊) 황족 가문의 남계 남성 후손들을 다시 황실의 양자로 입적시켜 후계 구도를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과 근대사 연구자들은 이 같은 보수파의 ‘전통’ 신화가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거나 재구성한 결과물이라고 강력히 반박한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고대 일본에서는 스이코 일왕을 비롯해 총 8명(10대)의 여성 일왕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이들은 황위 계승의 빈자리를 메우거나 정치적 중재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역사적 실체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현재 보수 진영이 절대적 성역으로 봉안하고 있는 ‘남계 남성 전유’ 제도가 실상은 1889년 메이지 유신 이후 제정된 구(舊) 황실전범에서 비로소 법제화된 현대적 산물, 즉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이 개념화한 ‘창조된 전통’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메이지 정부는 도쿠가와 막부를 타도하고 서구 열강에 맞설 강력한 중앙집권적 제국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독일 프로이센 왕가의 가부장적 승계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황실의 권위를 절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승계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남계 남성 중심으로 계승 질서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적 틀을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이다. 즉, 오늘날 보수파가 2,000년이 넘는 고대의 불변적 전통이라 강변하는 규범은 실제로는 19세기 말 근대 서구식 제국주의를 모방하며 근대 국가가 필요에 의해 ‘발명’해 낸 정치적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학적 정설이다.

이처럼 ‘만들어진 전통’에 집착하는 정치적 이념과 황실 소멸이라는 엄혹한 현실 간의 갭이 벌어지면서, 일본 대중과 전문가 집단의 민심은 이미 파격적인 개혁 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 각종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0~80% 이상이 여성 일왕이나 여성계 일왕의 등극에 찬성하고 있으며,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가 황위를 이어받는 것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대중은 유토피아적 혈통주의보다 황실의 안정적 존속과 인권, 그리고 현대 사회의 성평등 가치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제도 개혁을 갈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와 전통주의 정치권은 표심과 여론의 압박 속에서도 구황족 양자 입적안만을 고집하며 황실전범의 독소 조항 개정을 한사코 미루고 있어, 정치권이 스스로 황실의 미래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황위 계승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한 왕가의 후계자를 누구로 세울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일본이라는 국가가 자신들의 과거와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정치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근대 제국주의의 산물인 ‘남계 남성’이라는 창조된 규범에 매달려 황실의 자연 소멸을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역사 속 존재했던 여성 일왕의 유연성을 재발견하여 현대적 가치와 융합된 새로운 전통을 다시 써 내려갈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황실의 존립이 걸린 엄중한 시각 속에서, 일본 정계와 사회가 과거의 허구적 신화에서 벗어나 미래 지향적인 법적 개혁을 성취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도쿄 황궁과 의사당으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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