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2 온라인뉴스팀

지형 공간 데이터 분석 매체 ‘지오 맵드’ 유럽 가구별 에어컨 보급률 지도 공개 / 그리스 85%·스페인 63% 등 남유럽 필수가전 정착 vs 영국 3%·독일 4%·노르웨이 2% 서북유럽 여전히 ‘에어컨 가뭄’ / 역사적 온난 기후·오래된 석조건물·환경 및 전기료 부담이 초래한 ‘노 에어컨’ 문화 / 기록적 ‘열돔 현상’에 서북유럽 열사병 비상… 타벽 타공 규제 피하는 ‘이동식 에어컨’ 폭풍 매수 / K-가전 및 글로벌 HVAC 기업들 유럽 특수 속 전력망 과부하 및 탄소 배출 새로운 과제로 대두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사상 최악의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초래한 기록적인 폭염이 아시아와 미주를 넘어 유럽 대륙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 간의 현저한 ‘에어컨 보급률 격차(The Great European AC Divide)’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형 공간 데이터 및 인포그래픽 전문 매체인 ‘지오 맵드(Geo Mapped)’가 최신 집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개한 ‘유럽 가구별 에어컨 설치 비율’ 지도에 따르면,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에어컨 보급률은 최대 85%에 달하는 반면, 영국과 독일, 북유럽 국가들의 에어컨 보급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해 극심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유럽 대륙이 ‘사상 최악의 열돔(Heat Dome)’ 현상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형성된 문화적·제도적·건축학적 차이로 인해 냉방 안전망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개된 지도 데이터를 상세히 분석해 보면,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수십 년 전부터 혹서기를 겪어온 남유럽 국가들에서는 에어컨이 사실상 국민적 ‘생존 필수가전’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지중해의 대표적 휴양국인 그리스의 경우 전체 가구의 무려 85%가 에어컨을 보유해 유럽 대륙 내 최고 보급률을 기록했다. 이어 스페인이 63%, 이탈리아가 48%, 포르투갈이 38%로 그 뒤를 이었다. 발칸반도의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지 역시 50~68% 수준의 높은 보급률을 보였으며, 동유럽의 루마니아(40%)와 불가리아(55%) 등도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에어컨 냉방 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을 사치품으로 여겼던 이탈리아의 경우 2003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폭염 참사 이후 보급률이 급격히 치솟아, 현재는 유럽연합(EU) 전체 에어컨 전력 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냉방 의존도가 높아졌다.

반면, 역사적으로 여름철 기후가 온화했던 서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의 가구별 에어컨 보급률은 여전히 참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섬나라 영국의 경우 에어컨을 갖춘 가구가 전체의 불과 3%에 그쳐 사실상 ‘에어컨 무풍지대’나 다름없는 상태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역시 보급률이 4%에 불과하며, 프랑스(28%), 네덜란드(5%), 벨기에(13%), 아일랜드(5%) 등 대부분의 서유럽 주요국들 역시 보급률이 현저히 낮다. 혹한의 추위로 유명한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단 2%, 스웨덴은 3%의 가구만이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외적으로 핀란드의 경우 최근 보급된 친환경 공기열 히트펌프(Cooling-capable Heat Pump) 설치 열풍에 힘입어 18%의 보급률을 기록했으나, 미국의 90%, 일본의 90%, 한국의 87% 등 주요 선진국들의 가구별 에어컨 보급률과 비교하면 유럽 전역의 평균 보급률(약 20%)은 터무니없이 낮은 실정이다.

이처럼 서북유럽 국가들이 고소득 수준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도입에 이토록 소극적이었던 배경에는 복합적인 역사적, 문화적,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건축 및 주거 환경의 한계’다. 서유럽 주택의 절반 이상은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석조나 벽돌 건물로, 본래 겨울철 난방과 열보존에 최적화되어 설계되었다. 단열 성능이 뛰어난 벽돌 구조는 추위에는 강하지만, 일단 여름철 뜨거운 열기가 건물 내부로 침투하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찜통으로 변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여기에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많아 외벽 타공이나 실외기 설치를 엄격히 금지하는 지자체의 법적 규제와 공동주택 이사회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 역시 에어컨 설치의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둘째는 ‘문화적 인식과 기후에 대한 보수적 태도’다. 그동안 유럽인들은 여름철 폭염을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치부하며 “며칠만 참으면 지나간다”는 식의 인내를 덕목으로 여겨왔다. 프랑스와 독일 등지에서는 에어컨을 ‘에너지 낭비이자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주범’, 혹은 ‘감기나 마비, 열쇼크(Thermal Shock)를 유발하는 불건강한 장치’로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셋째는 친환경 정책에 따른 ‘높은 전기요금과 설치 비용’이다. 유럽은 미주 지역에 비해 가구당 누진세와 에너지 세금 비중이 높아 에어컨 가동 시 발생하는 전기료 부담이 만만치 않으며, 에어컨 기기값 외에도 수천 유로에 달하는 복잡한 전문 설치 인건비가 소요되어 선뜻 에어컨을 구매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로 인해 유럽이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면서, 이 같은 관습적 거부감은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런던의 기온이 40도를 육박하고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온열 질환자가 폭증하자, 에어컨은 이제 ‘선택적 사치품’이 아닌 ‘목숨을 구하는 필수 생존 도구’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특히 외벽 타공 규제나 복잡한 공사 절차를 피할 수 있는 ‘이동식 에어컨(Portable AC)’과 창문형 에어컨이 대형 가전 매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으며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중국의 미디어(Midea)나 하이얼, 그리고 한국의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가전 제조사들은 유럽 현지 수요에 맞춘 이동식 및 고효율 히트펌프 에어컨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며 ‘유럽 폭염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북유럽의 급격한 에어컨 보급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온열 질환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백만 대의 에어컨이 전력망에 추가로 연결될 경우, 폭염 속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한 대규모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수 온도가 상승해 출력을 낮춘 상태에서 에어컨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전력망 과부하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환경 단체들은 유럽 대륙이 무작정 에어컨 설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자체 전력 생산, 차양막과 외부 블라인드 설치를 통한 자연 차광, 그리고 건물의 자연 환기를 극대화하는 ‘패시브 쿨링(Passive Cooling)’ 기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 대 85%’라는 극단적인 보급률 숫자가 보여주듯, 유럽이 직면한 에어컨 격차는 단순한 가전제품의 유무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하고 생존할 것인가를 묻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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