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1 온라인뉴스팀
산디니스타 혁명 47주년 연설서 민주적 선거절차 전면폐지공언 / 부인 무리요 공동대통령 임명·헌법개정에 이어 야권출마 길 완전차단 / 국제사회 “민주주의 완전 파기” 규탄… “국민적 반발 두려워한 공포의 고백”비판 쏟아져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중미 니카라과의 장기 집권자인 다니엘 오르테가(Daniel Ortega, 80) 대통령이 집권 20년 만에 정권 창출의 기본 절차인 선거 제도를 사실상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내년으로 예정된 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선 출마나 정당한 정권 이양 대신 ‘선거 없는 세습 독재’라는 파격적이고 극단적인 행보를 선택함에 따라, 니카라과의 민주주의는 완전히 종말을 고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신 보도 및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1979년 산디니스타 혁명 47주년 기념행사 연설을 통해 “이제 이 나라에서 반대파가 정권을 잡거나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치르는 선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 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오르테가 대통령은 “양키(미국)와 소모사 독재 잔당의 지원을 받는 정당들이 다시 권력에 복귀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Never again)”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내년으로 예정된 자신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야권의 도전 가능성을 뿌리부터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1979년 미국이 지원하던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핵심 지도자 출신으로,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첫 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이후 2007년 재선에 성공한 뒤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연속으로 장기 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때 미주 대륙의 대표적인 혁명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는 집권 기간이 길어질수록 권력을 사유화하고 사법부와 입법부, 군부 및 경찰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며 지독한 독재자로 변모했다.
특히 2021년 치러진 지난 대선은 오르테가 독재 체제의 결정판이었다. 당시 오르테가 정권은 유력 야당 대선 후보들과 기업인, 언론인, 시민사회 운동가들을 대거 체포·구금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등 반대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킨 상태에서 요식 행위에 가까운 선거를 치러 국제사회의 강력한 규탄을 받았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헌법 개정을 단행하여 대통령 임기를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고, 자신의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Rosario Murillo) 부통령을 ‘공동 대통령(Co-president)’으로 임명하는 등 일당 독재 및 가문 세습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단단히 다진 바 있다.
니카라과의 정치적 위기는 지난 2018년 4월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에 반발해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정권이 유혈 진압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됐다. 당시 정부 군경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300명 이상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후 정권은 수백 명의 정치인과 지식인, 종교인의 국적을 박탈하고 강제 추방하는 등 국가 전체를 공포 정국으로 몰아넣었다. 불과 지난달에도 구금 중이던 원주민 지도자 브루클린 리베라가 사망하는 등 정권 차원의 인권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엔(UN) 인권이사회는 오르테가와 무리요 정권에 대해 “니카라과를 완벽한 독재 국가로 전락시켰으며, 임의 구금, 고문, 사법 외 처형, 시민사회 및 언론에 대한 조직적 탄압 등 광범위하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일삼고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국제 분쟁 및 정치 폭력 분석 단체인 ACLED의 티지아노 브레다 선임 연구원은 “오르테가 정권은 조작된 선거를 치르는 가식조차 버리고 선거 경쟁 자체를 없애버리는 길을 선택했다”며 “니카라과는 이제 완전한 가문 중심의 사유화된 독재 국가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옥고를 치른 뒤 미국으로 추방당한 야권 대선 주자 펠릭스 마라디아가는 오르테가의 이번 선언을 “강함의 표시가 아닌 공포의 고백”으로 규정했다. 그는 “오르테가는 자신의 폭정 프로젝트가 그 어떠한 민주적 검증이나 정치적 경쟁에 노출되는 것조차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민중의 거센 반발과 심판을 피하기 위해 선거라는 제도 자체를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타리카에 기반을 둔 인권 단체 ‘니카라과 눔카 마스(Nicaragua Nunca Más)’의 살바도르 마렌코 코디네이터 또한 “국민 대다수가 정권을 거부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선거 패배의 위험을 아예 없애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니카라과 정권을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2,350명이 넘는 오르테가 정부 고위 관리 및 관계자들에게 강도 높은 제재를 부과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테가 정권이 ‘선거 폐지’라는 배수진을 침에 따라, 중미 지역의 정세 불안과 인권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독재에 맞서 싸웠던 혁명가가 스스로 가장 야만적인 독재자가 되어 나라 전체의 민주적 절차를 짓밟은 니카라과의 비극은 향후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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