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온라인뉴스팀
스위스 율리우스 베르 그룹 ‘2026 글로벌 부와 라이프스타일 보고서’ 발표… 싱가포르 4년 연속 세계 1위 왕좌 수성, 스위스 프랑 강세 힘입은 취리히가 런던 제치고 2위 안착, 금값 폭등 속 시계·보석류 가격 급등하며 전 세계 전방위 물가 압박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부유층 자산가들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도시로 싱가포르와 스위스 취리히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스위스의 글로벌 자산관리 전문 금융그룹인 율리우스 베르(Julius Baer Group)가 전격 발표한 ‘2026년 글로벌 부와 라이프스타일 보고서(Global Wealth and Lifestyle Report 2026)’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주택 및 차량 가격의 고공행진과 통화 강세에 힘입어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부유층 도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주요 25개 도시를 대상으로 주택, 자동차, 보석, 시계,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고급 파인 다이닝 등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소비하는 20개 명품 재화 및 서비스 항목의 가격 상승률과 통화 가치 변동을 종합 분석하여 순위를 산정했다.
싱가포르가 이처럼 장기간 세계 최고의 초고가 도시 왕좌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주거용 부동산과 자동차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조사 대상 항목 중 차량 구매 비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혔으며, 주거용 부동산 가격 역시 세계 3위 수준의 초고가를 기록해 지수 산정에서 가장 큰 가중치를 차지했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 대비 싱가포르 달러의 지속적인 강세 흐름이 더해지면서 자산가들의 체감 물가를 대폭 끌어올렸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이 같은 고물가 현상을 단순한 비용 부담이나 악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한다. 율리우스 베르 측은 싱가포르의 높은 가격대가 전 세계 자산가들이 이 지역의 정치·경제적 안정성, 강력한 법치주의, 우수한 글로벌 연결성, 그리고 자산 보존의 안전망이라는 독보적인 생태계를 높이 평가하고 진입하려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즉,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산을 안전하게 다변화하려는 전 세계 부유층에게 싱가포르가 가장 매력적인 ‘안전 자산 피난처’로 선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순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주목받은 도시는 2위로 올라선 스위스 취리히다. 취리히는 지난해보다 무려 세 계단이나 뛰어오르며 기존의 강력한 후보였던 영국 런던과 홍콩을 제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취리히의 이 같은 약진은 미국 달러화 대비 스위스 프랑(CHF)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통화 외환적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경제의 예측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진 국면에서 스위스의 압도적인 국가 안정성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각되었고, 이에 따라 스위스 프랑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핵심적인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으로 기능하면서 통화 가치가 동반 상승한 결과다. 취리히의 뒤를 이어 지중해의 대표적 부호 휴양지인 모나코가 부동산 프리미엄과 유로화 강세에 힘입어 조사 시작 이래 최초로 세계 3위권에 진입했으며, 홍콩과 런던이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하며 상위 5대 초고가 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은 상위 10개 도시 중 무려 절반인 5개 자리를 휩쓸며 글로벌 부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여실히 증명했다. 1위 싱가포르와 4위 홍콩에 이어 중국 상하이가 6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가 8위, 그리고 태국 방콕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0위권에 전격 진입하며 동남아시아의 신흥 부유층 거점으로 부상했다. 반면 미주 대륙의 도시들은 이번 조사에서 3년 만에 처음으로 단 한 곳도 글로벌 톱 10에 진입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지난해 세계 8위였던 미국 뉴욕은 미국 국내 물가의 꾸준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타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일시적인 상대적 약세 흐름의 영향으로 11위로 밀려났다. 중동의 금융 허브인 두바이 역시 지난해 7위에서 올해 14위로 순위가 대폭 하락했으나, 이는 두바이의 물가가 저렴해졌다기보다는 다른 유럽 및 아시아 도시들의 물가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파르게 전개된 탓에 발생한 상대적 격차로 분석되었다.
이번 2026년도 지수에서 나타난 전 세계 부유층의 평균 라이프스타일 유지 비용은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평균 10.2% 상승하여 자산가들에게도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명품 재화 부문은 평균 12.3%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 중에서도 보석류가 16.4%, 명품 시계류가 15.5% 급등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는 지난 2024년 이후 전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금(Gold) 가격이 두 배 이상 폭등한 원자재 발 비용 상승이 완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또한 가죽 등 최고급 원자재 비용과 숙련된 장인들의 인건비 상승, 글로벌 물류 공급망 변동에 따른 관세 부담, 그리고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한 명품 하우스들의 공격적인 고가 전략이 맞물리며 전 세계 리테일 매장의 가격 인상을 부채질했다. 특히 유럽에 본사를 둔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강세 통화인 유로화나 스위스 프랑을 기준으로 글로벌 가격 정책을 고수함에 따라 환율 변동 효과가 전 세계 소비자 가격을 대폭 끌어올리는 나비효과를 낳았다.
한편 거시경제의 극심한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는 부유층 자산가들의 소비 행태와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 설문 응답자의 82%에서 95%에 달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지정학적 불안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에 따라 단순한 물질적 소유보다는 ‘경험적 소비’에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 투숙, 파인 다이닝,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예약 등 프리미엄 호스피탈리티 분야의 지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유럽 지역에서는 지출을 축소하는 ‘양극화된 명품 경제’가 관측되었다. 아울러 자산 관리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선호 자산이었던 부동산을 제치고 현금(Cash) 자산이 주식에 이어 선호도 2위 자리에 오르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는 자산가들이 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즉각 대응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유동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방어적 전략으로 선회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글로벌 부의 이동과 소비 트렌드의 격변 속에서 초고가 도시들의 지각변동은 향후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