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5 온라인뉴스팀

미국가족학연구소(IFS) 최신 보고서 발표, 25~44세 대졸 미만 백인 남성 자살률 10만 명당 54명으로 급증… 제조업 붕괴로 인한 경제적 몰락과 유년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를 포함한 가정 해체가 ‘절망사’의 핵심 원인으로 밝혀져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미국 내에서 대학교 학위가 없는 젊은 백인 노동자 계층 남성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권위 있는 사회조사 기관인 미국가족학연구소(Institute for Family Studies, IFS)의 보고서 ‘아버지, 희망, 그리고 노동자 계층 남성들의 불만(Fathers, Hope, and Working-Class Men’s Discontent)’에 따르면, 교육 수준과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른 남성들의 행복도 및 생존율 격차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극단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그래프는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25세에서 44세 사이의 비히스패닉계 백인 남성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추이를 교육 수준별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그래프에 따르면 학사 학위 미만(Less than bachelor’s)의 노동자 계층 백인 남성의 자살률은 1992년 당시 10만 명당 31명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23년에는 10만 명당 54명으로 무려 71%나 폭증하는 참혹한 양상을 보였다. 반면 학사 학위 이상(Bachelor’s degree)을 소지한 대졸 백인 남성의 자살률은 같은 기간 동안 10만 명당 11명에서 15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교육 수준에 따른 자살률 격차가 3.6배 이상으로 벌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노동자 계층 남성들이 직면한 심리적 고통과 절망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구조적 사회 질병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사회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이 자살, 약물 오남용, 알코올 중독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을 ‘절망사(Deaths of Despair)’라고 명명하고 있다. 미국가족학연구소는 이번 분석을 통해 노동자 계층 남성들의 절망사가 급증한 원인을 크게 두 가지 차원, 즉 경제적 토대의 붕괴와 유년기 가정 환경의 해체에서 찾고 있다.

첫 번째 원인은 1980년대 초중반부터 본격화된 미국 내 제조업의 몰락이다. 과거 미국 사회를 지탱하던 탄탄한 제조업 기반의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제공하던 일자리들이 대거 사라지면서, 대학교 학위가 없는 남성들은 경제적 중심축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대졸 미만 남성들의 실질 임금은 대학 교육을 받은 동년배들에 비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으며, 노동시장 참여율 역시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장기적인 경제적 침체와 고용 불안정성은 노동자 계층 남성들로 하여금 사회적 성취감과 자존감을 상실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어버리는 치명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경제적 요인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으로 ‘가정의 붕괴’를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만 하더라도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프라임 연령대(25~44세) 남성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비교적 대등하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지난 45년간 노동자 계층 사회에서는 결혼율이 급감하고 이혼 및 한부모 가정이 급증하는 등 급격한 가정 해체 현상이 전개되었다. 결혼과 안정적인 가정은 남성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삶의 목적을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울타리 역할을 하는데, 노동자 계층 남성들은 경제적 기반의 상실과 함께 이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IFS 보고서가 주목한 부분은 유년 시절의 가정 환경이 성인기 웰빙(Well-being)에 미치는 장기적인 파급 효과다. 전 세계 22개국, 2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글로벌 플로리싱 스터디(Global Flourishing Study)’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 남성들을 분석한 결과, 대졸 남성과 노동자 계층 남성 간의 행복도 및 삶의 만족도 격차는 유년기 가정의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노동자 계층 남성들은 대졸 남성들에 비해 삶에 대한 ‘희망’,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인식’, ‘인생의 목적의식’ 등 주관적 웰빙 지표에서 현저히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조사 결과, 이러한 심리적 격차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다름 아닌 ‘아버지와의 관계’였다. 유년 시절 아버지와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지, 혹은 아버지가 삶의 모범이 되어주었는지에 대한 경험은 성인이 된 남성의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통계 모델 분석에 따르면, 대졸 남성과 젊은 노동자 계층 남성 간에 나타나는 주관적 희망(Hope) 점수의 차이 중 약 3분의 1(근 30% 이상)이 유년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를 포함한 가정 환경 변수만으로 설명되었다. 즉, 아버지가 부재하거나 아버지와 정서적으로 단절된 환경에서 자란 노동자 계층 남성일수록 성인이 된 후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릴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젊은 백인 노동자 계층이 겪고 있는 자살률 폭증 사태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경제적 몰락이 가정의 해체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청년들의 정신적 내면을 파괴해 온 거대한 누적적 결과물이다. 미국의 종합 사회조사(GSS) 데이터에서도 25~44세 남성 중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1980년대 11%에서 최근 24%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에서도 대졸 미만 남성은 27%가 불행하다고 답해 대졸 남성(17%)을 크게 웃돌았다. 매년 1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하고, 알코올성 질환과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작금의 ‘절망사 위기’는 고립과 외로움이 미국 사회 전체를 잠식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노동자 계층 남성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현금성 복지 지원이나 단기 일자리 대책을 넘어, 무너진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복원과 더불어 지역사회 내의 유대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가정 형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포괄적인 공공 정책 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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