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2 온라인뉴스팀

가트너, 2027년까지 국가 35% 독자 AI 인프라 구축 전망…기술 종속 탈피와 문화적 정체성 보존이 핵심 동력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단순한 산업적 도구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 자체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하는 이른바 ‘소버린 AI(Sovereign AI)’ 구축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고 자국의 문화적·언어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각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향후 글로벌 기술 지형도를 재편할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전 세계 국가의 약 35%가 독자적인 ‘소버린 AI’ 전략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수 기업이 주도하던 AI 시장이, 이제는 국가 단위의 ‘기술 자립’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버린 AI, 왜 지금인가?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 내에 물리적인 데이터 센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두고, 해당 국가의 법률과 보안 규제를 엄격히 적용받는 AI 모델 및 생태계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 AI 시장은 오픈AI의 GPT 시리즈, 구글의 제미나이, 메타의 라마 등 미국 기업들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이 사실상 장악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 집중식 기술 구조는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첫째는 ‘데이터 주권’의 문제다. 국가의 민감한 공공 데이터나 시민들의 개인정보가 해외 서버로 흘러 들어가 학습에 사용될 경우,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둘째는 ‘문화적 편향성’이다. 영어권 데이터 중심으로 학습된 AI는 비영어권 국가의 역사, 법률, 사회적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왜곡된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빈번했다. 셋째는 ‘경제적 종속’이다. 특정 기업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해당 기업의 가격 정책이나 서비스 중단 결정에 국가 전체의 디지털 인프라가 마비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가트너의 수석 분석가는 “데이터가 21세기의 원유라면, AI는 그 원유를 정제하는 공장과 같다”며 “자국의 원유를 남의 공장에 보내 정제비를 내고 다시 사 오는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가 직접 공장을 세우고 정제 기술을 보유하려는 것이 소버린 AI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유럽과 중동, 아시아로 번지는 ‘AI 자립’의 불길

이러한 변화는 이미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판 거대언어모델 개발을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이 손을 잡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 중이다. 특히 프랑스의 미스트랄 AI(Mistral AI)와 같은 기업들은 유럽의 가치관과 법규를 준수하는 모델을 선보이며 미국의 대항마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움직임은 더욱 공격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AI 주권’을 내세우고 있다. UAE의 기술혁신연구소(TII)가 개발한 ‘팔콘(Falcon)’ 모델은 오픈소스 시장에서 세계적인 성능을 인정받으며 중동의 AI 저력을 과시했다. 사우디 역시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을 대량 구매하며 자국 내 컴퓨팅 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을 중심으로 자체 언어 모델 구축 논의가 활발하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자국어의 미세한 뉘앙스를 반영할 수 있는 소버린 AI 개발을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데이터 센터 유치를 통한 인프라 자급률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소버린 AI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최적화된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공공, 금융, 의료 등 보안이 생명인 영역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영미권 모델이 따라올 수 없는 한국 특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새로운 디지털 격차와 과제

하지만 소버린 AI 시대로 가는 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자본과 자원이다. 고성능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 규모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천문학적인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개발도상국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가 주도의 AI 개발이 자칫하면 검열이나 선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술적 자립이 ‘디지털 쇄국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글로벌 표준과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성을 지키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한 국가의 디지털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인프라 투자, 규제 혁신, 그리고 무엇보다 우수한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가적 역량이 향후 3년 내 세계 각국의 ‘AI 계급’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 세계가 ‘AI 주권’이라는 기치 아래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금, 소버린 AI가 인류의 문화적 다양성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국가 간의 기술 패권 전쟁을 가속화하는 무기가 될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 남기기

Trending

Expert Insight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