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9 잡식한숟갈

SNS에 올라온 한 사진이 화제다.
롯데에서 지은 르엘이라는 고급 주거건물에 일본 전범기업인 미쯔비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는 글이였다. 네티즌들이 설왕설래로 화제가 되었다. 연매출이 40조에 이르는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중에 하나이다 보니 사업내용도 무척 다양한 편인데, 그 중 엘리베이터 사업분야는 매출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 작은 분야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미쯔비시전기는 글로벌 엘리베이터시장에서 경쟁하는 거의 유일한 아시아 대표기업이다.
전 세계에 수 천개에 이르는 자동차 기업이 있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체는 결국 도요타, 현대, 폭스바겐 등 대여섯개에 불가하듯이 세계에 수많은 엘리베이터업체가 있어도 결국 글로벌 경쟁하는 빅5(오티스, 미쯔비시, 티센크루프, 코네, 쉰들러)엘리베이터 기업 중에서 미쯔비시는 유일한 아시아기업이다.
엘리베이터는 뭐니뭐니해도 안전성이 제일 중요하다. 외관상 미적아름다움이나 다른 요인들은 엘리베이터에 특성상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런데 이 안전성과 유지보수의 측면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것이 바로 미쯔비시전기다.
그렇게 좋은데 왜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의 MS는 5%도 채 안되느냐??
간단하다. 미쯔비시 엘리베이터는 비싸다. 언감생심 아무나 설치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명품이다. 그래서 주로 고가 초고층빌딩이나 고가건축물에만 미쯔비시엘리베이터가 들어간다. 미쯔비시 엘리베이터를 엘리베이터계 에르메스네~롤스로이스네~부르는 이유다. 그렇다보니 미쯔비시 엘리베이터 설치지역빈도와 부동산가격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물론 미쯔비시는 전범기업이 맞다. 그런데 국내에 진출한 또다른 하이엔드 엘리베이터업체인 독일의 티센크룹도 역시 전범기업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했던 그 전설의 독일 88mm대전차포 FALK38이 바로 이 회사 제품이다. 국내 하이엔드 엘베는 전범기업 외에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2차대전 전범기업이라는 꼬리표 그 자체가 백년을 넘게 이어온 기계기술의 세계 최고봉 기업이였다는 검증된 기술보증수표다…
누구는 “롯데가 일본회사라 일본 전범기업 엘리베이터를 썼네”라고 생각하고, 누구는 “미쯔비시라니..비싼 엘리베이터 설치했네. 롯데가 이 건물에 건축비 좀 썼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자신의 눈높이와 지식수준 만큼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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