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온라인뉴스팀
중국보(China Press) 등 현지 언론 집중 보도… 샤알람 고등법원, 범행 당시 법적·의학적 심신상실 상태 인정해 살인 혐의 무죄 판결 내려
형사소송법 제348조에 의거 정신병원 치료 감호 처분 및 셀랑고르 술탄의 추가 지시 대기… 지난해 10월 페탈링자야 중학교에서 발생한 충격적 사건의 결말
학교 내 안전망과 청소년 정신 건강 관리 부실에 대한 사회적 공분 고조… 사법 정의와 치료 감호를 둘러싼 말레이시아 사회의 거센 논쟁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말레이시아의 평화로운 도심 속 학교 캠퍼스에서 발생해 온 나라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청소년 살인 사건에 대해 현지 법원이 피의 소년에게 ‘심신상실(Insanity)’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정신병원 치료 감호 명령을 내렸다. 중국보(China Press) 등 현지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샤알람 고등법원(Shah Alam High Court)은 지난 2025년 10월 페탈링자야 반다르 우타마의 한 중학교 여학생 화장실에서 16세 선배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14세 소년에 대한 재판에서, 범행 당시 피고인이 의학적·법적 의미의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음을 받아들여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학교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교육 공동체에서 발생한 참혹한 범죄와 그에 따른 사법부의 판결은 말레이시아 사회 전반에 깊은 상처와 함께 제도적 허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의 전말은 지난해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5년 10월 14일, 말레이시아의 인구 밀집 지역인 셀랑고르주 페탈링자야 반다르 우타마 소재의 한 중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당시 16세였던 여학생 엽신훤(Yap Xin Xuan)이 무참히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피해자는 학교 선배였으며, 가해자는 불과 14세에 불과했던 어린 남학생이었다. 사건 직후 현장은 온통 경악과 슬픔에 잠겼고, 학교 내에서 어떻게 이러한 끔찍한 흉기 범행이 일어났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학부모들과 시민사회의 질타가 쏟아졌다. 경찰 수사 결과 사건의 피의자로 체포된 14세 소년은 같은 해 10월 22일 마제스트레이트 법원(Magistrates’ Court)에서 형법 제302조 살인 혐의로 공식 기소되었으며, 이후 사건은 고등법원으로 이관되어 본격적인 사법 절차에 돌입했다. 피고인 측은 올해 2월 12일 열린 공판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본격적인 공판은 지난 8월 3일 막을 올렸으며, 검찰 측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법정에서 총 6일에 걸쳐 법의학 병리학자, 학교 교사들, 그리고 사건을 담당한 수사 경찰관 등 11명의 핵심 증인을 소환해 철저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어 8월 13일 고등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이 범죄 성립의 기본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측에 방어권을 행사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극심한 정신 질환으로 인해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인지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의학적 심신상실 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이는 곧 법적 의미의 심신상실(Legal insanity)에 해당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재판부를 이끈 아들린(Adlin) 판사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전면 수용하여, 피고인이 사건 당시 정상적인 책임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는 의학적 소견을 판결의 근거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샤알람 고등법원은 피고 소년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사회적 안전과 추가적인 위험 방지를 위해 형사소송법(Criminal Procedure Code) 제348조에 의거하여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 재판부는 소년을 일반 교도소나 사회로 돌려보내는 대신, 전문적인 정신 병원으로 이송하여 철저한 격리 상태에서 병원의 관리와 치료를 받도록 명령했다. 아울러 이 조치는 셀랑고르주의 술탄(Sultan of Selangor)으로부터 향후 추가적인 지시나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무기한 유지된다고 밝혔다. 선고 공판 당일 법정에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 유가족들이 참석해 판결의 결과를 지켜보았으며, 피고인 측 변호인인 펑지샹(Feng Ji Xiang) 변호사는 재판 직후 법원 밖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판결의 구체적인 결과를 공식 확인해 주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말레이시아 사회는 큰 혼란과 격렬한 찬반 양론에 휩사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14세의 어린 나이에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형벌 대신 전문적인 치료 감호를 내린 사법부의 판단이 법치주의와 인도주의적 원칙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뇌 과학과 정신 의학적 결함을 지닌 미성년자에게 무조건적인 중형을 선고하기보다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16세의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피해자와 유가족이 느낄 극심한 상실감과 고통을 고려할 때,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가 ‘심신상실’이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형사 처벌을 면하고 병원 수감에 그치는 것은 사법 정의의 실종이자 심각한 법적 공백이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의 안전망이 완전히 무너지고,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관리가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면서 정부와 교육 당국을 향한 쇄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4세 소년의 정신적 파국이 부른 끔찍한 비극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려진 치료 감호의 결말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청소년 정신 보건의 위기와 사법 제도의 딜레마가 얼마나 깊고 무거운지 우리에게 뼈저린 교훈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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