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0 유수연 기자

지식생태학회(회장 유영만 교수)가 12일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창립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지식생태학회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지식생태계 조성방안을 학문적·실천적으로 연구-개발하는 학문적 실천공동체를 구축을 목적으로 창립하였다.

지식생태학회 초대 회장인 유영만 교수는 학회 창립과 관련해 ‘연구와 개발, 이론과 실천, 사람과 자연 일상과 이상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이원론적 사고를 극복하고 학문간 소통과 융합을 촉진하는 인식 지평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김종량 이사장(한양대)과 허운나 교장(채드윅송도국제학교 대외협력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이정모 관장(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초청강연 및 유영만 교수(한양대)의 기조 강연에 이어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행사 참여 문의는 gobogi@gmail.com

지식생태학회 초대 회장 유영만 교수 창립 인사말 전문

‘지식생태학회’를 창립하며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생태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레이첼 카슨의 1962년 저작 <침묵의 봄>은 새들이 사라진 풍경을 묘사하며 인간의 화학살충제 남용이 초래할 세계의 종말을 경고했다. 카슨의 전기 <레이첼 카슨>을 쓴 윌리엄 사우더는 <침묵의 봄>을 관통하는 생각을 “지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화학적 진화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합성 유독물질이 어떤 특정 유기체만 표적으로 삼을 뿐 다른 유기체에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은 지극히 어리석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특정 생물집단을 제거하려는 살충제는 결국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생명작용을 부정하는 것임을 역설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해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불러올 재난과 재앙의 경고등은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다. 2019~2020년 호주에선 기록적인 고온 현상과 유례없는 가뭄이 건조한 땅을 만들었고, 유례없는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집이 불탔고, 불길을 피하지 못한 코알라를 비롯한 야생동물 역시 손쓸 새 없이 떼죽음을 당했다. 2021년 7월 브라질에선 때 아닌 폭설로 커피와 사탕수수 농장이 큰 타격을 입어 가격이 급등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폭염, 폭설, 홍수, 대규모 산불, 해일, 폭풍, 태풍 등 극한의 기상 조건이 발생한 사례는 도처에 널려있다. 뿐만 아니다. 동물의 생존권역을 침범한 인간의 탐욕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몰고 오기도 했다. 도시의 확장, 채굴, 벌목, 농업 등으로 인해 동물들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접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여전히 내 삶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방관하면서 자기편의를 위해 자연환경을 무한개발하면서 지구를 파괴해왔다. 재난과 재앙의 위기 속에서도 욕망을 충족시키는 목표달성이라는 미명 아래 자본증식의 논리에 몸을 내맡긴 채 광속으로 달리고 있다. 그럴수록 자본증식 시스템과 제도는 더욱 정교하게 구축되어 왔으며, 그 결과 강화된 단기적인 효율 추구와 근대의 자기강화 논리는 생태계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지구는 더 이상 우리가 안심하고 살아갈 터전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자연지배와 개발논리를 정당화하며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근저에는 이를 지지하는 사유체계가 학문적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증주의적 학풍과 분과학문적 성향은 다른 개체나 환경에 대한 영향은 외면한 채 통계적 추론과 실험을 통해 발견된 결과를 지식의 원천으로 간주한다. 인간의 이성을 중요시하는 학문적 접근 방식은 주관적 견해나 감정에 기반한 판단을 배제하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고 개선하는 데 매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근대 이후 계속 강화되어 온 자기강화 논리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지 못하게 한다. 화(和)의 논리로 자기와 다른 가치들을 존중하지 못하고, 동(同)의 논리로 타자를 흡수하고 지배해 자기를 강화하려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시장경제는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경제 체제는 자원의 생산과 분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시장 만능주의와 자기 이익에 기반한 ‘경제적 이해’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시장경제의 경제 법칙이 자연과 인간, 사회까지 지배하고 있다. 시장원리를 통해 비시장사회를 이해하려는 경향도 간과할 수 없다.

지식생태학은 자연지배와 개발논리를 정당화하는 기존의 사유체계를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 사회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학문 분야다. 자연과 인간, 사회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접근법으로 기존의 사유체계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요소들을 넘나들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 간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한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생명체 전체의 상호작용과 의존성을 이해하는 지식을 추구한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연구 결과를 종합해 인간과 자연, 사회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융합적인 학문이라 하겠다.

지식생태학은 이기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타자의 아픔을 가슴으로 생각하는 생태학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주는 선물을 교육무대에 도입하고 적용함으로써 상호 의존적 주체가 호혜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다움을 드러내는 저마다의 고유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학습여정으로 초대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지식생태학회가 시작하는 탐구 여행은 전인미답의 여정이지만 전대미문의 질문 앞에 망설이지 않고 미지의 세계로 몸을 던지는 과감한 결단이다.

지식과 생태학의 낯선 마주침이 우리 모두에게 색다른 깨우침의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지식생태학회의 첫출발에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과 따듯한 사랑을 기대한다.

지식생태학회 초대 회장 유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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