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9 이천 대표
[칼럼] 이천의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아야 하는 5가지 이유
기업이나 지자체에 은퇴 재무설계 강의를 하러 가면 늘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한 번에 찾아서 쓸까요,
아니면 지금 월급처럼 매달 연금으로 받아서 은퇴 생활비로 쓸까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시금으로 받겠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연금으로 받아서 안정적으로 쓰겠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어
강사 입장에서는 매우 다행스럽다. 강의 중에는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연금으로 받으라”**고 여러 번 강조한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은 은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일시금으로 받아 창업이나 투자에 썼다가 실패하면,
노후가 사실상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을 땐 사업이나 투자에 실패해도 다시 만회할 시간이 있지만,
은퇴 직전 혹은 은퇴 직후에 큰 실패를 하면 만회할 시간도, 체력도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OECD 노인빈곤율 1위다.
퇴직금을 지키지 못하면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저임금 일자리 혹은 노인이 하기 힘든 일을 하면서
“그때 왜 사업·투자를 해서 지금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까?”
하고 스스로를 탓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 외에도 퇴직급여를 일시금 대신 연금으로 받아야 할 이유는 많다.
하나씩 짚어보자.
1. 퇴직소득세를 30~40% 줄일 수 있다
- 55세 이전에 퇴직하거나, 퇴직급여가 300만 원을 넘으면
퇴직급여는 **무조건 IRP(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로 입금된다. - 55세 이후에는 퇴직급여의 유형에 따라
일반계좌(급여계좌 등) 또는 연금계좌(IRP·연금저축) 중 선택이 가능하다.
일반계좌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떼고 난 금액만 들어오지만,
IRP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까지 포함한 금액이 통째로 이체된다.
즉, 세금 납부가 ‘미뤄지는 것’이다. 이 미뤄진 퇴직소득세는
나중에 IRP에서 돈을 꺼낼 때 내면 된다.
- 연간 연금 수령 한도를 넘어서 찾아 쓰면,
미뤄두었던 퇴직소득세 **100%**를 내야 하지만, - 연금 수령 한도 이내에서 나눠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의 30~40%를 감면해준다.- 10년 이내로 나누면: 30% 감면
- 11년 차 이후 수령분부터는: 40% 감면
즉,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 100%,
연금으로 받으면 60~70%만 내면 되는 구조다.
2. 과세이연된 퇴직소득세까지 굴려서 돈을 더 불릴 수 있다
IRP에 넣어두면 ‘원래 세금으로 냈어야 할 퇴직소득세’까지
모두 내 자산처럼 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 퇴직소득세가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 이 돈을 포함한 전체 퇴직급여를 IRP에서 5년 뒤 연금으로 받고
- 연평균 투자수익률이 5%라면,
약 276만 원 정도의 추가 이익이 생긴다.
연금을 10년 뒤에 받는다면 약 629만 원 정도의 이익이 된다.
즉, 세금도 ‘잠시 내 편’으로 끌어와서 불린 뒤,
나중에 조금만 떼어주는 구조다. 이 과세이연 효과가 매우 크다.
3. 연금계좌 안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에 대한 세금도 미뤄진다
일반계좌에서 예금 또는 ETF 등에 투자해 이자나 분배금을 받으면
그때마다 15.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하지만 연금계좌(IRP·연금저축) 안에서 예금·ETF 등으로 운용하면
- 이자·분배금을 받을 때 15.4% 세금을 바로 떼지 않는다.
-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연금소득세(약 5.5~3.3%)**만 낸다.
즉,
- 세율이 15.4% → 3.3~5.5% 수준으로 크게 낮아지고,
- 세금이 바로 빠져나가지 않아서
그 금액까지 계속 투자·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연금 개시까지 시간이 많을수록
이 ‘세금 이연 + 저율 과세’ 효과는 더 커지고,
그만큼 연금 수령액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4. 세금을 나중에 낼수록 부담이 줄어든다
이 부분은 강의에서 ‘짜장면 값’ 비유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다.
학창 시절,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 가격과
지금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은 크게 다르다.
하지만 짜장면의 ‘그릇 수’는 그대로다.
세금도 비슷하다.
퇴직급여 1,000만 원에 대한 세금을 지금 내면
현재 가치의 1,000만 원을 내는 것이고,
5년 후, 10년 후에 같은 ‘명목금액’ 1,000만 원을 낸다면
물가상승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제 체감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즉,
- 명목금액은 같아도, 나중에 낼수록 내 지갑이 받는 타격은 줄어드는 셈이다.
그래서 세금을 늦게 낼 수 있는 구조(연금계좌 과세이연)는
은퇴 설계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5. 목돈을 노리는 사람들로부터 내 노후를 지킬 수 있다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받아두면,
위험은 세상 밖 투자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위험한 건 ‘주변 사람들’일 때도 많다.
- 자녀가 사업이 어렵다며 자금 지원을 요청하거나
- 친척·지인이 딱한 사정을 내세우며 큰돈을 빌려달라고 할 수 있다.
내 통장에 목돈이 있는 상황이라면
냉정하게 거절하기가 정말 어렵다.
운 좋게 거절했다 하더라도 마음이 오래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으로 분산해 받으면, 애초에 ‘목돈’ 자체가 없다.
- “정기적으로 나오는 연금 외에는 여유 자금이 없다”고 말할 수 있고,
- 실제로도 큰돈을 빌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내 노후를 지킬 수 있다.
주변에서
- 돈도 잃고,
- 사람도 잃고,
- 노후의 삶까지 무너지는 사례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연금 수령 방식을 택하면
이러한 위험에서 한 발 비켜설 수 있다.
매달 정해진 날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연금 덕분에
더 여유롭고 예측 가능한 은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특히 증권사 연금계좌를 활용하면
연금을 받으면서도 남은 적립금을 계속 운용해
앞서 설명한 과세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즉, 연금을 받는 동안에도
계좌 안에서 자산이 추가로 불어날 수 있고,
그만큼 연금 수령 기간과 금액을 늘릴 여지가 생긴다.
강의가 끝날 즈음에는
처음에 “일시금으로 받겠다”고 손들었던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연금으로 받는 게 낫겠다”고 마음을 바꾼다.
**“그냥 관성대로 일시금”**을 선택하려 했던 사람들이,
조금만 구조를 이해해도
연금 수령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칼럼리스트 이천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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