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3 안계환 작가
조조는 난세에 활약한 인물이니 간웅일까
아니면 영웅일까
조조가 수춘을 공격하러 떠나던 즈음,
군량을 담당하는 왕후라는 자가 찾아와 이렇게 고했다.
“장군!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조만간 식량이 부족해질 듯합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조조는 골똘히 생각하다 이런 명을 내렸다.
“병사들에게 나눠줄 되박을 조금 작은 것으로 써 보면 어떻겠나? 이렇게 해서 위기를 넘겨보세.”
이 명을 들은 왕후는 병사들이 원망할 것을 걱정했지만 명령이니 어쩔 수 없이 시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사들이 됫박이 작아졌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고 승상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소문을 들은 조조는 왕후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고, 잡혀오자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목을 좀 빌려야겠으니 이해해 주게. 자네의 식솔들은 잘 챙기겠네.”
그리고는 왕후를 문 밖으로 끌어내 목을 잘라 횟대에 높이 걸고, 그가 됫박을 속였기에 군법에 의해 처단했다고 공표했다. 이렇게 병사들의 원망을 왕후에게 돌려 잠재운 다음 수춘성을 함락할 수 있었다.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에 관한 일화의 하나다. 조조는 악인으로 만들기에 최상의 조건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동한의 혼란한 세상을 지나며 상당히 많은 과오를 저질렀다. 동탁을 공격한 후 도망치다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부친의 친구 여백사 가족을 살해한 일,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서주백성 5만 명을 참살했던 예는 조조가 악인이 되는 가장 좋은 사례였다. 얼마나 이 사건이 참혹했던지 조조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한 역사가 진수마저 서주대학살에 대해 ‘살육’이란 단어로 묘사했다. 당시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난세였던 건 분명하지만 죄 없는 백성들까지 모조리 죽이는 일은 흔하지 않았던 것이다.
진수는 조조를 천하통일 역량을 갖춘 뛰어난 인물로 그렸지만 후대 역사가 모두 그랬던 건 아니었다. 여남사람 허소는 ‘난세의 간웅(奸雄), 치세의 능신(能臣)’이라 했고, 5세기 중반에 완성된 <세설신어>에서는 양국사람 교현이 ‘난세의 영웅(英雄), 치세의 간적(奸賊)’이라 했다. 과연 조조는 난세에 활약한 인물이니 간웅일까, 아니면 영웅일까? 우리는 소설의 영향으로 조조가 극악무도한 인물이었다는 평가에 더 익숙하다. 그에 대해서는 남송시대 이후 간웅으로 보기 시작해 원나라 잡극 <삼국지평화>를 거쳐 <삼국연의>에서는 본격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와 이런 시대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현대문학의 거두인 노신은 조조를 ‘재능이 뛰어난 영웅’으로 평가했다. 특히 신중국 창시자인 모택동도 그를 ‘위대한 인물’로 칭송했다. 아마도 조조가 자신처럼 왕조의 창업자라는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평가가 있지만 조조라는 인물의 진면목은 여러 방향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다.
리더로서 조조는 세 가지 특징이 있었다. 그는 세상의 변화를 볼 줄 아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 어린 헌제가 장안을 떠나 낙양에 머물던 시절, 그를 자신의 근거지인 허창에 모셨다. 비록 그가 동탁에 의해 황제에 올랐다고 해도 여전히 백성들이 인정하는 황제였다. 충분히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봤고, 이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조조는 조정에서 승상이 되었고 헌제를 끼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합법적 권력자였다.
조조는 능력 있는 인물이라면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고 썼다. 당시로서는 능력에 따라 사람을 쓴다는 것이 일반적 관행은 아니었다. 귀족이라면 벼슬자리에 쉽게 추천되었고 돈이 있다면 신분을 사거나 벼슬자리를 얻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조조 자신도 겨우 스무 살에 아버지에 의해 경찰서장 자리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그가 처한 시대는 신분보다는 실력이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 하는 전환기 시절이었다. 따라서 능력 있는 자를 기용해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조조의 세 번째 특징은 문무를 겸비했다는 것이다. 아니 여기서 한 차원 더 나아갔다. 중국 역사에서 창업자가 문무를 겸비한 사람은 여럿 있었다. 로마제국의 기초를 쌓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있고 송나라를 세운 조광윤도 그랬다. 하지만 조조는 스스로 글을 읽고 책을 쓰는 것을 넘어서 문학사조를 창시한 인물이다. 그는 시를 지었고 손자병법을 편집하고 주석을 달았다. 한발 더 나아가 아들들과 일곱명의 문인과 함께 문학을 논했는데, 후대 사람들을 그것을 건안문학이라 불렀다.
칼럼니스트 안계환 작가는
경영과 역사를 접목한 책을 쓰는 작가이며 독서경영 컨설턴트, 직장인 독서모임 독서경영포럼의 대표로 인류문명연구소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독서습관>, <마흔에 배우는 독서지략>, <변화혁신, 역사에서 길을 찾다>, <중국핵심강의>, <삼국지생존법>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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