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온라인뉴스팀
유카리 이스턴 칼럼니스트, 일본 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성급한 입법 드라이브 직격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일본 사회가 서구발 글로벌 스탠더드의 압박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구에 발맞추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가치를 국가 법률 체계에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 제정에 앞서 ‘여성(Woman)’의 개념 등 가장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법적 정의에 대한 국민적 합의부터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는 뼈아픈 제언이 제기되어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념에 대한 면밀한 정립과 사회적 숙의 없이 모호한 구호성 개념을 성급하게 법률 조문으로 격상시킬 경우, 여성의 안전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물리적 공간이 침해받고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사회를 극단적 양극화로 몰아넣었던 참혹한 ‘문화 전쟁(Culture War)’의 혼란을 고스란히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일본의 대표적인 영자 정론지 재팬타임스(The Japan Times)는 2026년 9월 4일 자 오피니언 란을 통해 객원 칼럼니스트 유카리 이스턴(Yukari Easton)의 심층 분석 기고문인 ‘일본은 DEI를 법제화하기 전에 그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Japan should define DEI before writing it into law)’를 대대적으로 게재했다. 매체는 “법제화의 가장 타당한 출발점은 다름 아닌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된 법적 정의를 명확히 세우는 일”이라며, 성소수자 인권 증진이라는 명분 아래 법적 모호성을 방치한 채 추진되는 정책들이 오히려 전통적인 생물학적 여성들의 권익과 헌법적 권리를 위협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고가 일본 정계와 법조계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킨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일본 사법부와 입법부를 뒤흔든 급격한 젠더 법제화의 소용돌이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3년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강력한 외교적 압박과 서방 미디어의 비판에 밀려 ‘LGBT 이해증진법’을 졸속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호적상 성별 정정을 위해 요구해 온 ‘생식능력 상실(외과적 불임 수술)’ 요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법률적·사회적 준비가 채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제도적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는 격변을 겪어왔다.
문제는 이러한 사법적 판단과 법안들이 쏟아져 나오는 동안, 정작 ‘여성이란 생물학적 성(Sex)에 기반한 존재인가, 아니면 주관적인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에 따라 규정되는 존재인가’라는 가장 기초적인 질문에 대해 정부나 입법부가 명확한 법적 정의를 단 한 줄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 조항의 모호함은 즉각 일상생활의 극심한 불안과 혼란으로 직결되었다.
특히 일본 특유의 목욕 문화인 ‘온천(Onsen)’과 대중목욕탕(Sento), 공중화장실, 피팅룸, 여성 전용 철도 차량 등 여성의 신체적 프라이버시와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할 분리 공간에서, 수술을 받지 않은 생물학적 남성이 자신의 성정체성이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진입을 시도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명문화된 근거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업주들이 차별금지 위반이라는 낙인과 법적 소송의 공포로 인해 여성 고객들의 불안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거부했다가 인권 침해 진정에 휘말리는 등 일선 현장의 극심한 마찰이 연일 보고되고 있다.
이스턴 칼럼니스트는 기고문을 통해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구 선진국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온 ‘DEI 정책의 파국적 실패’를 일본이 직시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서구권에서는 DEI라는 이름 아래 성별의 법적 구분을 해체하고 자기 식별(Self-ID) 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여성 교도소에 성범죄 전력의 트랜스젠더 수감자가 배치되어 여성 재소자가 성폭행당하는 비극이 발생했으며, 여성 스포츠 종목에 남성 생물학적 골격을 지닌 선수가 출전해 메달을 휩쓸며 여성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역차별이 일상화되었다.
결국 서구 사회는 여성의 안전과 공정성을 수호하려는 전통적 페미니스트들과 진보적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이 극단적인 적대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적 통합이 완전히 붕괴되는 참담한 대가를 치렀다. 최근 영국의 ‘카스 리뷰(Cass Review)’를 필두로 유럽 각국이 청소년 성전환 치료를 전면 재검토하고 미국 내 다수 주에서 여성 공간 보호법을 제정하며 뒤늦게 정책을 선회하고 있는 현실은, 사회적 정의와 합의가 배제된 DEI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사상누각인지를 웅변한다.
기고문은 일본 사회가 이러한 서구의 극단적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외부의 시선이나 글로벌 투자 펀드의 ESG 평가 압박에 쫓겨 설익은 법안을 양산하는 행태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 이사회 내 여성 임원 할당제, 채용 과정에서의 다양성 쿼터제, 차별금지 조례 등을 추진하기에 앞서, ‘여성’이라는 법적 범주가 생물학적 암컷(Female)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심리적 정체성을 포함하는지를 입법적으로 명료하게 선을 그어야만 정책의 본래 취지인 ‘실질적 약자 보호’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철학 전문가들 역시 법률 언어의 명확성 원칙(Lex Certa)을 강조한다.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가치 자체가 지닌 숭고함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 처벌과 면책의 기준이 명료하지 않으면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당한 차별’이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합리적 배려’이고 어디서부터가 ‘공공질서와 다수의 안전을 위한 정당한 제한’인지에 대한 기준점이 부재한 법률은 사회를 화합으로 이끌기는커녕 고소와 고발, 불신과 갈등만을 양산하는 흉기로 변질된다.
재팬타임스의 이번 기고문은 단순히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을 넘어, 전통적인 공동체 질서와 조화(和·Wa)를 중시해 온 일본 사회가 급격한 서구적 다문화주의와 이데올로기적 젠더 담론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법적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화두를 던졌다. 생물학적 여성에 대한 명확한 보호와 인권적 소수자에 대한 존중이라는 두 가지 헌법적 가치를 양립시키기 위해서는, 유행처럼 번지는 외래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베끼는 입법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국민적 상식과 과학적 현실에 기반한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안의 문장을 다듬기 전에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존재가 누구인가’를 먼저 정직하게 묻고 규정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2026년 일본이 분열의 시대를 넘어 진정한 공존의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내야 할 가장 무겁고 시급한 첫 번째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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