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온라인뉴스팀
영국 공식 클래식 앨범 차트 1위 기염… 아카데미 2회 수상 대배우 앤서니 홉킨스, 평생 작곡한 관현악 12곡 수록 음반으로 음악계 평정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영화 ‘양들의 침묵’의 희대의 사이코패스 ‘한니발 렉터’와 영화 ‘더 파더’의 치매를 앓는 노인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나 거머쥔 세계 영화사의 살아있는 전설 앤서니 홉킨스(Sir Anthony Hopkins)가 이번에는 스크린이 아닌 정통 클래식 음악계의 정상을 밟으며 전 세계 문화예술계에 거대한 경이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10대 소년 시절 독학으로 오선지에 음표를 채워 넣기 시작한 이래 평생에 걸쳐 남몰래 작곡해 온 자작 관현악곡 12편을 집대성한 음반이 발매 직후 영국 공식 클래식 차트(UK Official Classical Chart) 1위에 등극한 것이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거장 클래식 음악가들의 신보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오른 이 80대 노배우의 음악적 쾌거는, 단순한 유명 인사의 취미성 외도를 넘어 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순수 예술적 열정이 빚어낸 진정한 거작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국 공영 언론과 유력 클래식 음악 매체, 그리고 국내 연합뉴스 김경윤 기자의 보도 등에 따르면, 앤서니 홉킨스가 영국의 명문 오케스트라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CBSO)과 손잡고 발표한 클래식 정규 앨범 ‘컴포저(Composer)’는 발매와 동시에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음반 판매 차트 정상에 직행했다. 이 앨범에는 홉킨스가 10대 시절부터 삶의 고비마다 틈틈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작곡해 온 12곡의 관현악 명곡들이 웅장하고 유려한 심포니 편곡으로 완벽하게 되살아나 담겼다. 그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 ‘어거스트(August)’와 ‘슬립스트림(Slipstream)’의 사운드트랙 테마는 물론, 자신의 고향 웨일스의 정취를 담은 ‘마감(Margam)’, 어머니를 기리는 헌정곡 ‘스텔라(Stella)’, ‘1947’, 그리고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그리고 왈츠는 계속된다(And The Waltz Goes On)’ 등이 총망라되었다.
앤서니 홉킨스의 음악적 배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1937년 영국 웨일스 포트 탤벗의 가난한 제빵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난독증과 주의력 결핍으로 학교 공부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고립된 소년이었다. 그러나 여섯 살 때 처음 마주한 피아노 건반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던 소년 홉킨스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그는 정규 음악 교육이나 작곡 레슨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베토벤과 쇼팽의 악보를 독학으로 더듬어가며 10대 초반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율을 오선지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홉킨스는 훗날 인터뷰를 통해 “학창 시절 내가 조금만 더 공부를 잘했더라면 나는 분명 음악대학에 진학해 전업 작곡가가 되었을 것”이라며 “음악대학에 갈 수 없었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연기였다”고 고백했을 만큼, 그의 영혼의 밑바닥에는 늘 음악이 가장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홉킨스의 천재적 음악성이 대중에게 극적으로 각인된 결정적 계기는 201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펼쳐진 ‘바이올린의 황제’ 앙드레 류(André Rieu)와의 세기적 협연이었다. 홉킨스가 26세이던 1964년 작곡했으나 세상의 평가가 두려워 50년 가까이 서랍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미발표 왈츠곡 ‘And The Waltz Goes On’의 악보를 우연히 건네받은 앙드레 류는, 악보를 훑어보자마자 선율의 천재성에 전율을 느끼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전격 결정했다. 빈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 홀에서 홉킨스 부부가 관객석에 지켜보는 가운데 울려 퍼진 이 왈츠는,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를 연상시키는 처연하면서도 웅장한 낭만주의적 선율미로 객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고, 유튜브를 통해 수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를 눈물짓게 했다.
이번 앨범 ‘컴포저’에 쏟아진 클래식 비평계의 찬사 역시 매우 뜨겁다. 음악 평론가들은 홉킨스의 관현악 어법이 기성 현대 클래식의 난해한 아방가르드적 기법에 함몰되지 않고, 엘가와 본 윌리엄스로 대표되는 20세기 초 영국 후기 낭만주의의 풍부한 서정성과 인상주의적 화성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악기의 풍성한 레가토와 목관악기의 애잔한 독주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서사적 깊이는, 반세기 넘게 인간의 희로애락과 광기를 연기해 온 대배우의 내면적 직관이 소리의 형태로 완벽히 번역되었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특히 홉킨스는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의 연기 철학과 음악이 어떻게 하나의 뿌리에서 공명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셰익스피어 연극 대사를 암송할 때도 언제나 문장의 음악적 운율(리듬과 박자, 템포)을 악보처럼 분석해 소리 내는 배우로 유명하다. 배역의 심리적 파고를 계산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그의 독보적인 연기력의 원천이 바로 80 평생 동안 내면에서 멈추지 않고 흘렀던 음악적 사유에 기인했던 셈이다.
앤서니 홉킨스의 이번 영국 클래식 차트 1위 기록은 현대 문화예술계에 지극히 묵직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나이 여든을 훌쩍 넘긴 황혼의 나이에도 예술적 호기심과 창작의 붓을 결코 내려놓지 않는 그의 삶은, 인공지능이 예술을 모방하고 상업주의가 순수 예술을 집어삼키는 21세기에 ‘인간의 손으로 직접 길어 올린 순수 창작의 고귀함’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총보의 마지막 마디를 채운 뒤 소년처럼 환하게 미소 짓는 앤서니 홉킨스의 얼굴은, 진정한 예술가에게 한계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의 가장 아름다운 왈츠는 포기하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된다는 불멸의 진리를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가슴속에 깊이 아로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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