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온라인뉴스팀
286일간의 최장 해상 작전 마친 에이브러햄 링컨함·구축함 촌부리 람차방항 도착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중동 전선의 긴박한 군사적 위기 속에서 해상 봉쇄 작전과 대이란 억지 임무를 수행해 온 미국 해군의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USS Abraham Lincoln·CVN-72)’과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 주니어(USS Frank E. Petersen Jr.·DDG-121)’가 장장 286일에 달하는 극한의 해상 배치를 마치고 마침내 태국 람차방항에 전격 입항했다. 모항을 떠난 지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250일 이상 육지를 밟지 못하는 ‘연속 무기항 항해’라는 현대 미 해군 역사상 유례없는 가혹한 기록을 세운 링컨함의 외벽에는 거친 파도와 바닷바람에 긁히고 부식된 붉은 녹과 얼룩덜룩한 페인트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초강대국 미국의 글로벌 군사 패권을 지탱하는 미 해군 함대와 장병들이 직면한 극심한 전력 과부하와 피로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태국의 유력 영자 일간지 카오솟 잉글리시(Khaosod English)와 AP통신(AP Photo/Sakchai Lalit)은 2026년 9월 2일 자 현장 취재 보도를 통해 ‘바다에서 286일을 보낸 후 태국 촌부리 람차방 해역에 도착한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USS 프랭크 E. 피터슨 주니어함의 근접 포착’이라는 제하의 보도 사진과 함께 미 항모강습단의 입항 소식을 대대적으로 타전했다. AP통신이 촬영한 사진 속 링컨함은 거대한 비행갑판 위에 미 해군 최신예 5세대 F-35C 라이트닝 II 스텔스 전투기와 F/A-18E/F 슈퍼호넷 편대,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대잠 헬리콥터들을 가득 실은 채 예인선의 인도를 받으며 람차방항 부두로 천천히 진입하고 있었다. 선체 흘수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짙은 녹물 자국은 그동안 이 거대한 핵항모가 바다 위에서 치러낸 작전의 강도가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웅변한다.
미 해군 제3항모강습단(CSG-3) 사령관 로버트 E. 러프란(Robert E. Loughran) 해군 준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람차방 기항은 지난 286일간 전례 없는 헌신을 보여준 5,000여 명의 해군 장병과 해병대원들에게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과 재충전(Rest and Recharge)의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 항모강습단이 거둔 성과는 진정으로 역사적이며, 작전 기간 동안 모든 팀원이 보여준 탁월한 전문성과 기량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링컨함의 함장 댄 킬러(Dan Keeler) 대령 역시 “이번 태국 방문은 기나긴 역사적 배치의 첫 번째 공식 기항지 방문으로, 장병들이 아름다운 동맹국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군 당국의 화려한 수사 이면에는 미 해군 장병들이 감내해야 했던 처절한 신체적·정신적 한계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링컨함은 지난 2025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노스아일랜드 해군기지를 출항할 당시만 해도 6개월 일정의 서태평양 순항 및 남중국해 훈련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동에서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되고 홍해와 아라비아해의 안보 위기가 급격히 고조되자, 펜타곤은 링컨함을 미 중부사령부(CENTCOM) 작전 구역으로 긴급 재배치했다. 이어 아라비아해에서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을 지원하며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단행된 해상 봉쇄망을 유지하는 작전에 투입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초 2026년 5월로 예정되었던 복귀 일정은 계속해서 연장되었고, 링컨함 승조원들은 2025년 12월 괌 잠시 기항을 제외하고는 무려 25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육지에 발을 디디지 못한 채 망망대해 위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로 인해 함내에서는 심각한 생활고와 정신 건강 위기가 터져 나왔다. 미국 의회 청문회와 미군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오랜 항해로 인해 함내 위생 시설이 마비되어 변기가 막히고 온수가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으며, 신선 식품 보급 부족과 극심한 폐쇄성 스트레스로 인해 승조원이 바다로 뛰어내리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비극적인 사고까지 잇따라 발생해 미 의회 군사위원장인 잭 리드 상원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강력한 진상 조사와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링컨함의 5일간의 기항은 인접한 세계적 관광 휴양 도시 파타야(Pattaya) 경제에도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5,000여 명에 달하는 미군 장병들이 순차적으로 상륙 휴가를 즐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비수기로 어려움을 겪던 파타야 현지 요식업, 호텔, 운송업계는 모처럼의 막대한 ‘달러 특수’를 기대하며 들썩이고 있다. 파타야 시 당국은 람차방항과 시내 중심가를 오가는 셔틀버스 40여 대를 긴급 배치하고 영어를 구사하는 안내 인력을 증원했다.
반면 대규모 군인 유입에 따른 치안 불안과 유흥가 마찰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조치도 대폭 강화되었다. 태국 경찰은 워킹스트리트 등 유흥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 인력을 증강 배치하고 불법 성매매 단속을 벌여 수십 명을 구금하는 등 기강 확립에 나섰다. 포라메세 응암피쳇 파타야 시장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미군 장병들의 제트스키, 번지점프, 무에타이 격투기, 레슬링 등 위험도가 높은 수상 스포츠 및 익스트림 액티비티 참여를 공식 금지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적 차원에서 이번 기항은 미국과 태국의 오랜 전략적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태국은 1833년 통상조약 체결 이후 1954년 공식 군사동맹 조약을 맺은 동남아시아 대륙 유일의 미국의 상호방위조약 동맹국이자, 2003년 미국에 의해 ‘주요 비나토 동맹국(MNNA)’으로 지정된 핵심 파트너다. 양국은 매년 아시아 최대 다국적 연합 군사훈련인 ‘코브라 골드(Cobra Gold)’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 태국 해군 대변인 파라치 라타나차이판 준장은 “이번 미 항모의 방문은 오랜 동맹국 간의 인도주의적 정례 기항이자 군수 재보급 목적일 뿐, 특정 국가와의 군사 작전이나 중동 분쟁과는 무관하다”며 중국 등 주변국을 의식한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군사 및 지정학 전문가들은 람차방항에 정박한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녹슨 모습이 오늘날 미국 해군력이 마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전략적 과부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 11척의 정규 슈퍼캐리어(슈퍼 항모)를 보유한 미 해군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분쟁의 확산, 그리고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팽창이라는 ‘동시다발적 다중 전선’을 억제하기에는 가용 함정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조선소 부족으로 인한 정비 지연(Maintenance Backlog)과 신규 함정 건조 차질이 누적되면서, 현장에 전개된 항모와 구축함들은 정해진 순환 배치 주기를 훨씬 넘겨 바다에 혹사당하고 있다. 선체에 낀 붉은 녹과 승조원들의 번아웃은 단순한 미관이나 복지의 문제를 넘어, 유사시 미군의 전투 준비 태세와 즉응성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태국 촌부리의 맑은 바다 위로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은, 세계 평화와 항행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미 해상 패권의 화려한 깃발 뒤편에서 전 세계 바다를 쉼 없이 누비며 누적된 미군 전력의 가혹한 피로를 무언으로 웅변하고 있다. 5일간의 짧은 휴식을 마친 후 다시 고국 샌디에이고로 향하는 링컨함의 긴 항로는, 다극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글로벌 경찰국가로서 미국이 감당해야 할 안보 비용의 무게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선명한 군사적 경고장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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