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5 온라인뉴스팀
미·이란 평화 협상 불확실성에 유가 폭등, 강달러·국채 수익률 상승 맞물리며 비수익 자산인 금 매력 감소… 은·백금 등 귀금속 일제 하락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꼽히는 국제 금값이 유가 상승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깊은 수렁에 빠졌다. 현지 시간 2026년 5월 22일 금요일, 영국의 세계적인 통신사 로이터(Reuters)는 이샨 아로라(Ishaan Arora) 기자의 보도를 통해 뉴욕과 런던 등 주요 원자재 시장에서 금 가격이 강력한 달러화 전선과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해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타전했다. 이번 금값 하락은 최근 미·이란 간의 중동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타결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3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에너지 발 물류 및 물가 쇼크가 가시화된 데 따른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고금리 기조를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심지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으면서, 이자가 붙지 않는 비수익 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 등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현물 금(Spot Gold)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6% 하락한 온스당 4,515.83달러를 기록했으며, 장 중 한때는 최고 1% 이상 폭락하며 온스당 4,500달러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주간 단위로 보면 이번 한 주 동안에만 금값은 약 0.4% 감소하며 2주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6월 인도분 미국 금 선물 가격 역시 전날보다 0.4% 밀린 온스당 4,523.20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하방 압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회사 마렉스(Marex)의 수석 시장 분석가 에드워드 메이어(Edward Meir)는 “현재 금 시장은 완전히 수세에 몰려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He(그)는 이어 “기술적 분석 관점에서 볼 때 금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온스당 4,500달러 선의 지지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어 추가적인 폭락은 어느 정도 제어되고 있지만, 강력한 달러화의 강세 기조와 유가 상승세가 상단을 굳건히 가로막고 있어 당분간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금값을 끌어내린 핵심 동인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재점화와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의 연쇄 폭등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평화 협상이 결정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에너지 공급망 마비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 유가가 일제히 동반 상승했다. 고유가는 전 세계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비용을 밀어 올려 인플레이션을 재발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같은 날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의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급등한 휘발유 가격과 이로 인한 생활비 부담 가중으로 인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를 심화시켰다.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감은 미 국채 시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의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고 1년 만의 최고치 부근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안전 자산 시장 내에서 금의 대체재인 국채의 매력도를 극대화하는 반면, 보유에 따른 이자 수익이 전혀 없는 금 시장에는 심각한 자금 유출을 초래한다.
여기에 미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연말(12월)까지 연준이 최소 1회 이상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추가 인상할 확률이 58%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타이밍을 저울질하던 시장의 분위기가 고유가 쇼크로 인해 ‘추가 인상 및 고금리 장기화’로 급격하게 유턴한 것이다. 이 같은 매파적 통화 정책 전망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를 6주 만의 최고치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강달러 현상을 고착화시켰다. 국제 시장에서 금은 달러화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유로화나 엔화 등 다른 통화를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금을 매입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이날 귀금속 시장의 전반적인 투심 악화는 금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귀금속 원자재들의 동반 폭락으로 이어졌다. 현물 은(Silver) 가격은 전날보다 1.1% 하락한 온스당 75.85달러로 내려앉았으며, 자동차 배연기관 정화 장치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백금(Platinum)은 무려 2.5% 폭락한 온스당 1,916.62달러를 기록했다. 또 다른 희귀 귀금속인 팔라듐(Palladium) 역시 2.1% 밀린 온스당 1,349.3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들 귀금속 모두 금과 마찬가지로 주간 단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원자재 시장 전반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을 대변했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동 정세의 전개 상황과 유가의 향방이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협상 타결 여부에 따라 금값이 온스당 4,500달러 선을 깨고 추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할지, 아니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의 부활로 반등 모멘텀을 잡을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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