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7 온라인뉴스팀
전 세계 GDP 70% 차지하는 가족 경영 체제, 베이비붐 세대 퇴장과 맞물려 생존의 기로에 서다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전 세계 경제의 실핏줄이자 거대한 기둥 역할을 해온 가족 경영 기업들이 유례없는 ‘승계의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 창업주들의 은퇴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과 경영권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승계가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영국 경제 전문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기업의 약 3분의 2가 가족 경영 체제이며 이들이 창출하는 부는 전 세계 GDP의 70%를 넘어선다. 상장 기업 중에서도 가족이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비중은 아시아가 3곳 중 1곳, 유럽이 7곳 중 1곳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즉, 가족 기업의 생존 여부가 곧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 셈이다.
문제는 이 ‘승계의 파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거세고 위험하다는 점이다. 현재 서구권은 베이비붐 세대 경영인들이 한꺼번에 은퇴 적령기를 넘기고 있으며, 아시아 특히 중국은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시장을 일궈온 1세대 기업가들이 물러나야 하는 시점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된 승계 시나리오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딜로이트의 조사에서 미국 비상장 가족 기업 중 승계 계획을 명문화한 곳은 57%에 불과했다.
‘후계자가 사라지다(Into thin heir)’라는 기사의 부제처럼, 후계자 문제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과거에는 가업을 잇는 것이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졌으나, 고등 교육을 받은 현대의 자녀들은 가업 승계 대신 전문직이나 스타트업 창업 등을 선호하며 경영 일선에 나서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또한,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은 2·3세들이 급변하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고 기업을 도산 위기로 몰아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족 기업 특유의 ‘암묵지’가 전수되지 않는 점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는다. 창업주가 수십 년간 쌓아온 현장 노하우, 정관계 네트워크, 결정적인 순간의 직관은 서류로 남기기 어려운 지식이다. 승계 과정에서 이러한 핵심 역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경우, 기업은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고 만다. 실제로 ‘창업주의 부가 3대를 가지 못한다’는 오래된 격언처럼, 전 세계 가족 기업의 70%가 2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3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거물 기업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가족이 소유권은 유지하되 경영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 체질을 개선하고, 자녀들은 이사회 멤버로서 감독 역할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는 가족 경영의 장점인 ‘장기적 비전’과 전문 경영인의 ‘시스템적 효율성’을 결합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중견 가족 기업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가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 지배 구조의 불투명성, 그리고 창업주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오히려 시스템 구축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승계의 파도는 단순히 한 기업의 안위를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의 재편을 의미한다. 준비된 승계는 혁신의 기회가 되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승계는 경제적 재앙이 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가족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넘겨주고 기업가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법적 제도 정비 등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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