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8 온라인뉴스팀
5월부터 하루 20만 6천 배럴 증산 결정… 전 세계 공급 차질 해소에는 역부족인 ‘상징적 조치’

[익스퍼트인사이트 온라인뉴스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중동 분쟁으로 마비된 글로벌 원유 시장의 안정을 위해 오는 5월부터 생산량을 소폭 늘리기로 합의했다. 현지 시각 5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포함한 8개 주요 산유국은 화상 회의를 통해 5월 원유 생산 할당량을 하루 20만 6,000배럴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여파로 세계 최대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 속에서 나온 대응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증산 규모가 현재 발생 중인 막대한 공급 차질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사실상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조치에 가깝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 등 주요 매체들은 이번 증산 합의가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는 증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핵심 산유국들의 수출길이 막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합의된 하루 20만 6,000배럴은 해협 봉쇄로 인해 차단된 전체 공급 물량의 약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쟁으로 인해 하루 1,200만에서 1,5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공급이 중단되었으며,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차질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지 않는 한, 산유국들이 생산 할당량을 늘리더라도 실질적으로 시장에 유입되는 물량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 시장은 이러한 불안정한 공급 상황을 즉각 반영하고 있다. 최근 원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수송용 연료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금융권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JP모건은 만약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마비 사태가 5월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가 역대 최고치인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설팅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 역시 해협의 물리적 차단이 지속되는 한 이번 OPEC+의 증산 결정은 ‘이론적인 숫자’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며,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계속된 공격이 복구 비용과 시간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대외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OPEC+ 소속 산유국들이 중동 정세가 안정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는 즉시 생산량을 빠르게 정상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이는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공포 심리를 완화하고 유가 폭등을 억제하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로 풀이된다. OPEC+ 산하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별도 성명을 통해 에너지 자산에 대한 공격이 글로벌 공급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자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관건은 이란과 미국 간의 외교적 협상 타결 여부와 그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개방 시점이다. 이란은 최근 이라크 등 일부 국가에 대해 제한적인 통행을 허용하고 있으나, 다른 산유국들의 유조선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항행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협 미개방 시 이란의 민간 인프라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5월 증산 결정이 실제 물량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이번 주 초에 예정된 각국의 외교적 결단에 달려 있다. 글로벌 경제는 사상 최악의 에너지 공급 위기 속에서 중동의 포성이 멈추고 ‘석유의 동맥’이 다시 흐르기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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