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8 정다미
골프는 지옥이다.
지옥 맛을 보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잊지 못하듯.
쉬운 길, 편한 길은 절박함이 없다.
나를 끓어오르게 하는 건 내 마음처럼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고,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신처럼 각인되는 사랑은 깊이와 아픔을 동반하는 것처럼…
짧은 시간에 인생의 단짠을 체험하기에
이만한 운동이 없다.
세상엔 다양한 가식의 인사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나이스샷 이라고 외치고 싶다.
내 공이 잘 나갈 때는 모두가 나이스한 세상이 되지만 나의 공이 눈 앞에서 힘없이 쓰러질 때,
허공 속에서 산으로 바다로 자기 길을 찾아갈 때,
나의 멤버가 당당히 멋진 샷을 날릴 때 나는 격앙된 목소리로
“어머어머 공이 날개를 달았나 봐요. 나이스샷”.
더불어 하이 파이브도 세게 쳐야 진심인 것 같으니 더욱 격렬하게…
몸은 참으로 정직한 창이다.
위축되거나 컨디션이 난조를 보일 때는 어김없이 상태를 반영한다.
잔디 위를 걸으며 함께한 멤버들과 산바람 바닷바람 숲 향기를 맡으며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 때 까지는 공을 치기 전 얘기다.
골프는 심신의 즐거움, 운동 에너지, 자연, 동행자들과의 관계 그리고 태도에 노출하지 않는 매너 등 많은 요소들이 있다.
매번 그날의 날씨가 다르고, 자연이 다르고, 동행한 멤버들이 다르며
나의 컨디션과 실력도 다를 수 있다.
어느 하나 같은 조건은 없다.
그래서 항상 기대와 긴장을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로의 여행은 이렇게 또 시작된다.
여행 채비를 위해 연습장에 가서 어떤 동작이 문제인지,
끝없이 내 몸을 바로 보고 교정한다.
실시간으로 내 몸을 볼 수 없기에 녹화된 영상으로는 확인하겠지만
코치나 옆에서 봐주는 사람의 눈 또한 중요하다.
물론 잘못된 코칭은 더욱 나락의 길로 빠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건 함정이다.
그래서 가끔은 면벽수행의 각오로 연습장에 나가는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산꼭대기 정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는 것처럼
힘들면 쉬어가고 목도 축이고 지나가면서,
멋진 풍광도 바라보고 바람도 느끼면서 느리게 걸어가야 하는 운동이다.
오르는 중에는 눈앞의 나무와 발 앞의 돌부리가 보이겠지만
더 높은 곳에서는 신선이 노닐 것만 같은 풍광을 보여주니 그 가치는 충분한 것으로
(본인은 정상은 바라지도 않으며 오늘의 돌부리도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인내이자 자아성찰이고 가면인 그것.
신은 인간에게 겸손하라고 골프를 만드셨을 것이다.
5시간을 어떤 내용으로 경기하느냐에 따라 천국의 나들이가 될 수도,
다크서클이 발끝까지 오는 의전경기가 될 수도 있다.
산꼭대기에 깃발을 꽂고 싶지만 쉽게 깃발을 내어주지 않으시니,
오늘도 나는 연습장에 간다.
마음과 몸을 비우지 못한 채…
오늘도 나이스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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