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2 오명호 소
BATNA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뜻한다
‘Plan B’ 혹은 ‘차선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BATNA가 좋다는 말은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BATNA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설정하는 기준이 된다. 협상의 힘을 결정하는 중요 지표다. 때문에 BATNA는 협상을 ‘깰 수 있는 힘’을 결정한다고도 말한다. BATNA가 좋으면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의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BATNA는 협상 전략의 강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공급업체 중 하나와 협상할 때, BATNA가 좋다면 상대적으로 강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강력한 BATNA는 그만큼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무기다.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거나, 상대방에게 양보를 받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의 BATNA를 알면 협상 목표를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익률이 10%인 계약을 목표로 할 때, BATNA를 고려하여 이 목표가 타당한지 판단하고, 목표를 조정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또한 BATNA를 통해 주장이나 요구 수준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과도한 목표를 설정해 신뢰를 훼손하거나 협상을 그르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다.
BATNA는 협상에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BATNA의 수준을 통해 현재의 협상 안이 최선인지 판단할 수 있다. 또는 원치 않는 결과를 수용해야 할 때, BATNA는 대체 방안을 제공하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계약 체결이 실패할 경우, BATNA를 통해 다른 공급업체와 협상할 수 있다. 다른 시장에의 진출도 검토할 수 있다. 불리한 상황에서 손실을 줄여주는 것, BATNA의 효용이다.
BATNA는 협상의 공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BATNA가 약하다면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취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양측의 BATNA 수준이 비슷하다면 어느 쪽도 공격적이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기 어려워진다. 양측 모두 결렬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타협적인 태도로 합의에 도달 할 수 있으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WATNA(Wor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의 개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WATNA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받아들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의미한다. BATNA와는 상반된 개념이다. 협상 전략의 강도와 양보 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
협상 전에 WATNA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자칫 더 나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안전장치’ 마련이다. WATNA가 좋지 못하다면 결렬 가능성이 있는 전략은 피해야 한다. BATNA가 협상의 힘을 결정하는 지표라면, WATNA는 결렬에 대한 리스크를 나타내는 지표다. BATNA가 협상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한 요소라면, WATNA는 협상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요소다.
원자재 공급 회사 A와 구매 회사 B의 협상을 가정해 보자. 회사 B는 회사 A 외에도 원자재를 구매할 회사가 많은 상황. 회사 B가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회사 B의 BATNA가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환경의 변화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회사 B는 회사 A에게 반드시 원자재를 구매해야 한다. 이럴 경우, 원자재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회사 B는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구매 협상이 깨어진다면 전체 공정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A와의 원자재 구매 협상에서 WATNA는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데 따른 손실이다.
칼럼니스트 오명호는
특일급호텔 마케팅기획을 시작으로 증권사 영업, 재무컨설팅, 부동산 분양 그리고 제조 기업의 구매, 공시, 법무 업무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현장을 섭렵했다. 2014년 협상교육 전문가의 길로 나서 현재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를 운영,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협상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전기, 에스원, SEMES 등 삼성그룹의 협상교육을 도맡아 진행해 왔으며, SK그룹, CJ그룹, KCC그룹, 한국금융연수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실무 협상교육을 개발,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수>,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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