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0 오명호 소장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모두가 토끼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달리기 중간에 잠들어 버린 토끼.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토끼의 와신상담. 더 이상의 실수는 없다,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성사된 두 번째 경주. 이번에는 토끼를 이길 방법이, 거북이에게 없었다. 고민에 빠진 거북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토끼야, 생각해 보니 경주 코스에 문제가 있어. 지금 코스는 너에게만 유리해. 공정하게 육지와 강, 반반씩 코스를 정하는 게 어때? 그럼, 누구도 불만 없는 경주가 될 거야.”

거부할 수 없는 논리였다. 내키지 않았지만, 토끼도 동의할 수밖에. 이윽고 시작된 경주. 토끼는 육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강에 도착해서는 발만 동동 굴렀다. 거북이는 느렸지만, 천천히 걸어 강에 도착했고, 이어서 유유히 강을 건넜다. 또 한 번의 승리. 힘이 약해도 경쟁에서 이길 방법은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쉽다. 상대를 이겼지만, 기록은 형편없다. 토끼도 마찬가지다. 제 기량을 발휘도 못 해보고 경기에서 패했다. 거북이는 생각했다. 달리기로는 어차피 토끼를 이길 수 없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 끝에 거북이는 토끼에게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둘의 장점을 살려 서로 협력하는 방식이었다. 육지에서는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폭풍처럼 뛰어갔고, 강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등에 태우고 물살을 갈랐다. 각자의 승리에만 연연할 때보다 둘은 훨씬 더 좋은 기록을 냈다. 결과에 만족한 둘은 서로를 축하했다.

이 이야기는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른바 성공적인 협상의 요건이다.

첫째, 경쟁과 협력의 조화(harmony of competition and cooperation)다. 비즈니스 협상에서 경쟁적 접근은 불가피하다. 결과에 따라 이익과 손해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쟁은 갈등을 야기하고,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다. 장기적인 관계까지 고려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토끼와 거북이, 둘의 협상은 경쟁 환경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그 절차와 방법을 보여준다.

둘째, 공정성(fairness in negotiation)이다. 공정성은 누구나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다. 나만 좋은 아이디어는 환영받지 못한다. 공정하지 못한 제안에는 거절할 명분이 뒤따른다. 상황 전환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면 공정성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육지에서 하는 경주는 토끼에게만 유리하다. 강에서 하는 경주는 거북이에게만 유리하다. 공정하게 육지 반, 강 반으로 코스를 변경해서 경주를 해보자는 아이디어. 토끼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셋째, 상호 이익(win-win negotiation result)이다. 아무리 공정한 제안이라도 나에게 이익이 없다면 받지 않는다. 핑계를 대어 거절하면 그만이다. 내가 하는 제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제안하는 새로운 방식이 당신에게 더 좋은 선택’이란 걸 입증해야 한다. 육지에선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달리고, 강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태우고 달린다. 둘 모두 자신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협상의 묘미다.

칼럼니스트 오명호는

특일급호텔 마케팅기획을 시작으로 증권사 영업, 재무컨설팅, 부동산 분양 그리고 제조 기업의 구매, 공시, 법무 업무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현장을 섭렵했다. 2014년 협상교육 전문가의 길로 나서 현재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를 운영,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협상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전기, 에스원, SEMES 등 삼성그룹의 협상교육을 도맡아 진행해 왔으며, SK그룹, CJ그룹, KCC그룹, 한국금융연수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실무 협상교육을 개발,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수>,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등이 있다.

답글 남기기

Trending